"이완구 반대 안돼"... '비겁한' 충청권 야당의원들
"(인사 청문회에서) 절대 (이완구 총리 후보) 반대를 못하게 하겠다."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이 아니다. 참여정부 때 총리를 역임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세종)의 말이다. 지난달 26일 대전충청지역 일간신문인 <충청투데이>가 주관한 정·관계 대전·세종·충남 신년 교례회 자리에서다. 당시 변재일·양승조·홍문표·이장우·이명수·민병주·박수현·김제식 국회의원 등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권선택 대전시장을 비롯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도 자리를 지켰다.
이 의원이 이 총리 후보의 방패막이를 자처한 이유는 뭘까? 당시 이 의원은 "(이 총리 후보는) 충남지사 시절 세종시 원안을 지키기 위해 사직까지 한 인물"이고 "충청권 출신의 총리로 충청권 발전뿐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원안을 지킨 과거 전력과 충청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미래 전망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완구 후보가 지사직을 중도 사직하던 해인 지난 2009년 당시 민주당 충남도당은 이 지사에게 "세종시에 대해 책임을 지려면 지사직이 아닌 한나라당을 탈당해야 한다"며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또 당시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세종시의 법적지위를 정부 산하의 행정자치시가 아닌 충남도 산하의 기초특례시로 하는 안에 이 지사가 환영 입장을 밝히자 "이 지사의 망발에 분노와 경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충남도당이 참여한 '행정도시 무산 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이 지사는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말뿐인 '선언'만 했을 뿐 한 게 없다"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새정치연합 충청권 야당 의원들이 같은 사람, 같은 사안을 놓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난달 26일은 이 총리 후보에 대한 신상 정보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때였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이 총리 후보 본인과 차남에 대한 병역 기피의혹, 남동생에 대한 사법처리 건이 검증대상에 올라 있었다. 이들은 왜곡된 언론관 등 핵심 결격사유가 쏟아져 나온 뒤에도 여전히 말이 없다. 정운찬 총리 후보 때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충청권 야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총리후보로 지명될 때도 새정치연합 충청지역 시도당이 성명을 내고 '반(反) 충청 인물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충청 지역 야당 의원들이 이 총리 후보가 정치인 출신이고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정서를 이유로 꼬리를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들에게 총리 임명 기준은 반(反) 충청이냐 아니냐, 같은 정치인 출신이냐 아니냐가 전부였던 셈이다.
'내 고향 충청도' 인식은 인사청문회 장에서도 재연됐다. 이 총리 후보자의 지인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청문 위원으로부터 성실하지 못한 답변 태도를 지적받자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 질문한다, 보니까 다 호남분 같은데"라며 말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청문위원(대전 동구)은 11일 청문에 앞서 이 총리후보에게 "제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분"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칭찬합시다' 생방송장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충청권 총리' 앞에 여·야도, 민·관의 경계도 쉽게 허물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 후보에게 '결격투성이'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만일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준 표결을 한다면 충청권 야당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질까? 국무총리를 임명하면서 자질과 정책능력보다는 지역정서를 앞세우는 듯한 충청권 야당의원들. 한없이 비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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