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다스리는 10가지 생각
“화 다스려, 복 많이 받으세요”
-고전·철학으로 살펴본 분노 치유법
먼저 화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 상처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경청과 공감, 배려가 필수. 만약 화가 났다면 초기 진화가 절실. 일단 참고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자기 감정을 다독이며 관점을 바꿔야.
지난해 설 연휴 때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고등학생이 자신을 꾸짖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어머니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말았다. 이에 앞서 2013년 설 전날엔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아파트에선 설을 쇠기 위해 모인 두 아들이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은 아래층 주민에게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뿐이 아니다. 설과 추석 명절 연휴기간 경찰 112 신고센터에 신고된 하루 평균 가정폭력건수는 평소보다 20~40% 증가했다. 또 지난 5년간 명절 다음날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도 명절 당월 대비 24.4% 증가했다.고향에 가거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설레는 만남이 자칫 불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한편 자신의 스트레스와 분노 조절이 필요하다.
항공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항공기를 강제로 회항시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인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를 폭행한 보육교사의 사례가 보여주듯 화는 타인을 향하지만 결국 자신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가져온다.
사람에 따라 화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있지만, 화가 전혀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가 많은 사람들 중에도 습관적인 분풀이로 주위와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거나, 범죄로 재앙을 초래하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를 분발의 에너지로 전환시켜 스포츠나 자기 분야에서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성서>에서 ‘온유한 자는 복이 있다’(마태복음 5장5절)고 했다. 초기 그리스어 성경의 ‘온유’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과정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야생마 같은 화를 다스려서 재앙을 피하고 복을 가져올 것인가. 분노를 표출해 상습적인 괴롭힘이나 폭행, 명예훼손으로 삶을 파괴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민형사적 대처 등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분노를 부추기는 부정의한 사회 구조에 대해선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성현들과 철학서, 멘토들의 가르침을 통해 어떻게 화에서 벗어나 내적인 평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살펴보자
설엔 고향에 가거나, 가족들과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는만큼 상처와 자존심을 건드려 분노를 사지않고,
또 그런 말을 듣고도 분노로 명절을 망치지않는 분노다스리기가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예방이 재앙을 막는 근원 화는 일단 생기면 좀체 사라지기 어렵다. 스토아철학의 대표 철학자이자 로마의 정치가였던 세네카는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에서 “화는 마치 후퇴하라는 장군의 지시도 무시하고 멋대로 날뛰는 골치 아픈 병사처럼 제멋대로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고집불통”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예방은 쉽게 화의 격정에 휘말려들지 않는 품성을 기르는 일이다. 웬만한 돌멩이들은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호수나 강 같은 깊이, 타인의 펀치를 견뎌낼 수 있는 근육이나 스펀지, 상대의 분노에 유머로 대응하는 고무줄 같은 탄력…. 이런 마음을 지닌다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막장 심리를 여유있게 벗어날 수 있다. 기도나 명상, 묵상 등의 수도를 하거나 고전과 인문학 서적을 공부하고 사유해 내재화하는 것이 이런 내공을 함양시켜 준다.
평소 이런 수행 수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분노를 사지 않으려면 사람들마다 지닌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자존심을 존중해주고 경청하고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초기 진화가 중요 화는 화재와 다름없이 인화성이 강해 고삐를 놓치면 어디를 들이받을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화>의 저자인 틱낫한 스님은 “일단 3초를 참아라”고 권한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할 정도의 순간만이라도 참지 않고 화를 터뜨리면 주워담기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선인들도 ‘참을 인 자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욕설을 내뱉거나 주먹을 날리고 싶은 순간을 일단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가 끓어오르면 참기 어렵다. 이때 그 화가 가져올 결과만 미리 헤아려보더라도 ‘일단 멈춤’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 <명상록>의 저자인 로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스승인 장애인 노예 출신 에픽테토스는 행복과 자유를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먼저 “뜻대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타인이 내 뜻대로 로봇처럼 말하고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욕구인 셈이다. 사람들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같은 사람도 상황이 변하거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생각이나 신념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방을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으로 단순하게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그의 행동을 그 사람과 동일시해 그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평가를 그 사람 전체에 대한 것으로 확대한다. 그러면 그가 한 행동보다 과잉으로 상대에게 반응하게 된다.
‘합리적·정서적·행동적 요법’(REBT)이라는 정신치료 요법을 창안한 미국의 앨버트 엘리스 박사는 “현 상황의 실체를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사고하는 대로 기대하여 느끼기 때문에 먼저 그 사고(생각)와 감정을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픽테토스는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같은 상황, 같은 사건이라도 해석과 판단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은 ‘관계’에서 필수적이다. 또한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는 사고전환이 분노로부터의 탈출을 도와준다.
깊게 호흡하기 화가 났을 때 일단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장소를 옮겨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은 좋다. 가장 좋은 것은 걷기나 운동이나 등산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이는 호흡을 깊게 하고 안에 쌓인 스트레스의 발산을 도와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호흡이 안정되면 마음도 함께 안정된다. 그러면 흙탕물이 가라앉은 호수처럼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어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피할 수 있다. 화가 났을 때 기분을 전환한다며 혼자 술을 과음하는 것은 억누른 화에 대한 제어력을 떨어뜨려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안전하게 화 풀기 화가 쌓였을 때 무조건 참는 것은 좋지 않다. 분노는 속시원하게 발산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폭발물은 ‘안전하게’ 터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화난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발산하면 ‘관계’를 돌이키기 어렵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도 없는 외딴방이나 물을 튼 화장실 등에서 욕을 하거나 원없이 울거나, 문을 잠근 방에서 베개로 이불이나 벽을 내려치며 분노를 발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정을 꾸짖지 말고 안아주기 다독여주어 상처를 녹여줄 만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마음이 어떤 상태든 꾸짖기보다는 이를 그대로 포용하고 안아주며 다독다독하는 것이다.
생각 바꾸기 뇌과학자 질 볼티 테일러는 <긍정의 뇌>에서 한 감정이 신경계와 욕체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30초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분노감정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기보다는 자꾸 그 상황에 대한 생각을 더해 분노를 눈덩이처럼 키우고만다. 그래서 붓다는 “첫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두번째 화살까지 맞지 말라”고 했다. 차 사고처럼 어떤 상황에 봉착했을 때 분노를 참지 못해 차뿐 아니라 사람까지 망가지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도 <논어>에서 수제자 안연의 품성을 말하면서 ‘불천노’(不遷怒)를 들었다. ‘화를 옮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하는 사람처럼 화를 옮겨 타인과 나를 불행에 빠뜨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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