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선거 연설문도 업체서 대행.. 초등생 선거 신풍속
명함·피켓 ‘선거세트’ 15만원… 2~3일이면 주문제작 ‘뚝딱’
당선 소감문까지 써주기도
"빛 좋은 개살구보다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알찬 선거가 되길 킨코스가 응원하겠습니다."
인쇄 서비스 전문업체 킨코스는 지난달부터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을 상대로 '킨코스 선거패키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3월 신학기 전교회장 선거를 앞둔 프로모션 사업이다. 선거포스터·피켓·명함·명찰 세트를 15만원에 제공한다. 10만원짜리 실물 크기 스탠드는 따로 주문할 수 있다. 별도의 디자인을 의뢰할 경우 매장별로 추가 비용(5만~10만원)이 생긴다. 학생 이름과 사진, 기호와 공약을 보내면 2~3일 만에 선거 패키지를 받아볼 수 있다.
킨코스는 자사 블로그에서 "투표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위트 있는 멘트와 색상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지킬 수 있는 공약과 약속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학기 학생회장 선출 시즌을 맞아 선거 홍보물 제작부터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체 렛플이 운영하는 니즈폼 누리집 상단에는 최근 '피켓/포스터/회장선거 연설문' 배너가 생겼다. '개미보다 부지런한 일꾼', '다른 후보 뽑으면 앙~대요!', '불타는 열정', '많이 당황하셨죠' 등 86개 주제의 연설문뿐만 아니라 당선소감문도 제공된다. 포스터·피켓은 기본이다.킨코스 블로그에 게시돼 있는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포스터 예시.
어른들에게는 '사업'이지만 학생회장 선거는 아이들에게 축제였다.
지난 6일 오전 8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초등학교 정문 앞은 아침부터 유세에 나선 아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기호 5번을 뽑아주세요!" "아니요, 3번을 뽑으세요." 꽃샘추위 속에서도 아이들은 각자 응원하는 후보를 알리려 목소리를 높였다. 귀여운 캐릭터를 붙인 피켓도 있었고,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빽빽이 공약을 써둔 홍보물도 보였다. 전교회장 후보 기호 2번 박수빈양(13)은 "이틀간 준비했다"며 "친구들이 포스터, 연설문, 공약, 피켓을 만들 때 도와줬다"고 했다. 기호 3번 강환철군(13)도 "2주간 포스터와 피켓을 만들고, 연설문을 준비했다"며 "친구들이 도와줘서 같이 만들었다"고 했다. 기호 6번 이병현군(13)은 "하루 걸렸는데 친구들이 도와줘서 금방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교폭력 근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6명 중 3명의 후보가 "소외된 친구를 돕고, 학교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강환철군은 "소외된 친구들이 없는지 살피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겠다. 학교에 대한 불만을 임원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병현군도 "첫째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 또 깨끗하고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박승수 영등포초 교장은 "장차 민주사회 시민으로 권리를 행사하게 될 아이들이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최대한 스스로 준비해 선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선거 준비부터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등 외부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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