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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 광산에서 부동산으로 이동한다

여행가/허기성 2015. 3. 26. 08:05

 

중국 자본, 광산에서 부동산으로 이동한다

GETTY IMAGES
중국 선샤인보험이 인수한 호주 시드니 소재 ‘쉐라톤 온 더 파크’ 호텔. 이런 해외 부동산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락했던 지난 2008년, 중국 자본은 호주의 철광석 광산과 석탄 광산, 기타 천연자원을 헐값에 마구 사들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곳 호주에서 중국인들이 사재기에 나선 품목은 그때와는 좀 다르다. 예를 들자면 시드니 중심부에 위치한 공공정원이 내려다보이는 5성급 호텔 ‘쉐라톤 온 더 파크’다.

베이징 소재 선샤인보험그룹이 지난 11월 이 호텔을 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중국의 해외투자 전략이 달라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천연자원에 대한 갈증이 트로피 에셋(기념비적 자산)에 대한 갈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해외 자원사냥을 주도했던 국영기업들의 자리도 사모투자회사(PEF), 부동산개발업체, 보험대기업들이 대체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인 호주 골드코스트의 극장체인과 비치리조트들도 중국 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회계∙컨설팅 전문업체 EY의 마이크 엘리엇 글로벌 광산∙금속 책임자는 “전에는 공급물량 확보가 해외자원자산 매입의 동기였지만 공급이 수요를 능가하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호황을 구가했던 호주 천연자원업계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게 되면서 광산 투자도 시들해지고 있다.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조달하려 해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1년에서 2014년 사이 중국 기업의 호주 광산 관련 거래 연 가치(annual value)는 80%나 감소했다.

중국은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금속 및 에너지 자원 투자는 352억 달러로 감소했다. 직전 3년간 매해 500억 달러 규모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2014년 총 해외 투자는 전년대비 0.7% 증가한 843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천연자원이 아닌 다른 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2011년 37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는 2013년 117억1,000만 달러, 지난해엔 157억2,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도 중국 자본이 매입한 트로피 에셋 가운데 하나다. 올 초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19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역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중범홀딩스유한공사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하나가 될 초고층 타워를 계획 중이다.

중국의 부동산∙엔터테인먼트 공룡 다롄완다그룹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와 지척인 서큘러 키에 위치한 사무용 빌딩을 인수해 10억 달러를 투입해 호텔 및 아파트 타워로 변모시킬 예정이다.

지난해엔 골드코스트 중심 휴양지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비치프론트 호텔 프로젝트도 확보했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도 자원자산을 매입할 가능성은 크지만 철광석처럼 공급과잉인 아이템은 예외다. UBS는 철광석의 경우 2018년 경 수요 대비 글로벌 초과 생산량이 2억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 1년에 수입하는 철광석 물량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요즘 중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자원은 구리와 니켈, 금 같은 금속이라고 한다. 중국 경제가 소비 주도 성장으로 변화하면서 이런 금속 자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광업체 배릭골드와 뉴크레스트는 호주 금광을 인수할 구매자를 물색 중이며, BHP빌리튼은 니켈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중국 구매자들이 과거에 석탄 광산에 그랬듯 번쩍이는 도심 초고층 빌딩에는 아낌없이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광산 자산 인수가 협상에는 이전보다 인색해졌다.

로펌 DLA파이어의 데이비드 라이언 파트너는 “중국 경기 둔화로 광산 부문 인수거래에 대한 열망도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왕잉쉥 중국철강공업협회(CISA) 부총장도 중국 경기 둔화가 대규모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인수한 사업들은 손해가 막심했다. 10년간의 원자재 붐 당시 높은 가격에 인수한 프로젝트들이 스케줄 지연과 예상치 못했던 초과지출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2013년 중국광산협회는 해외 광산 인수건의 80%가 실패였다고 추산했다.

중국 시틱(중신주식유한공사)이 서호주에 진행 중인 대규모 사이노 아이언 프로젝트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환경 문제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엔저우석탄이 호주 자회사를 통해 호주 시장으로 진출하려던 계획도 결국 손실만 냈다.

엘리엇 EY 책임자는 원자재 가격이 반등한다 해도 중국 구매자들이 무작정 덤벼들진 않을 거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문에 대한 투자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10월 중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 절차를 간소화했다.

DLA파이어의 부동산 책임자인 레스 콜타이는 “부동산 등 다른 부문은 얘기가 다르다”며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