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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중국시장 한국기업]'선생 대접'은 옛말

여행가/허기성 2015. 3. 26. 17:05

 

<흔들리는 중국시장> ① '선생 대접'은 옛말…혁신만이 살길

 

 

제성유압 이창호 동사장 (연합뉴스DB)
기술력은 '턱밑'·경영여건 악화…"팔 것이 없다"

<※ 편집자 주 =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근년 들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성장 둔화가 특징인 '뉴노멀시대'를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어느 때보다 한국 기업들이 힘겨운 시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뉴스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홍콩 등 중화권 특파원망을 가동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현주소와 대응전략, 시장공략 대안, 전문가 제언 등을 집중 조명하는 특집기사 6꼭지를 송고합니다.>

(상하이·칭다오=연합뉴스) 한승호 심재훈 특파원 = "한 때는 중국기업으로부터 '선생 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기업과의 경쟁력 격차가 주는 최근 상황을 전하면서 푸념처럼 자주 전하는 말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올라타 '차이나 드림'을 위해 달리던 한국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서 시장 경쟁력이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2003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굴착기용 부품 생산업체 제성유압을 설립해 승승장구하던 이창호 동사장은 최근 한국으로 공장을 옮기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창업한지 8년 만인 2010년 매출액 1천억 원을 돌파하면서 한인사회에서 '성공 신화'를 쓴 기업인으로 꼽혔다.

중국이 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개발붐이 일자 굴착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533억 원에서 2010년 1천169억 원으로 뛴데 이어 2011년에는 2천500억 원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1년에 정점을 찍은 뒤 제성유압의 경영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굴착기 판매량이 2011년 18만1천 대에서 2012년 11만8천 대, 2013년에는 11만4천 대로 급격히 줄었고 지난해에는 10만 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제성유압은 지난해 매출이 2011년의 40%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경영 위기를 겪기도 했다.

성장세 둔화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기술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중국 기업이 추격의 고삐를 조였고 '생산 과잉' 사태까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동사장은 "이제는 조그만 기술 격차를 이용해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접근법으로는 안 된다"이며 "수준 높은 기술력 확보와 철저한 고객서비스로 무장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10~20년은 어디서 생산했느냐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제품에 대한 일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며 "한국 공장에서 기술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중국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올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 진출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곳곳에서 폭넓게 벌어지고 있다.

휴대전화 커넥터 등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UJ유한공사(우주전자)는 2002년 공장을 설립하고 첫발을 디뎠다. 저렴한 인건비와 한국에 인접한 위치 덕분에 초기에는 성공적이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인건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우주전자는 지난해 공장 설비 자동화를 단행해 2천여 명이던 중국인 직원을 800명으로 감축했다.

이중수 칭다오UJ유한공사 총경리는 "중국하면 저렴한 인건비에 노동집약적인 형태였으나 대외 여건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자동화에 투자해 코스트(비용)를 대폭 낮춰 위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의 기술력과 일본의 가격 경쟁력에 쫓기고 있다"며 한국·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 격차는 2000년 11계단에서 2010년 3계단으로 좁혀진 것으로 진단했던 '불편한 진실'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지켜왔던 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산업은 이미 중국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어 시장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09년 기준 반도체, 자동차, LCD, 기계, 무선통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8대 품목의 한중 경쟁력 비교에서 중국이 한국에 3.9년가량 뒤지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따라잡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종합상사의 한 임원은 "중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클 때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팔렸으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중국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확실한 기술력 우위를 보이지 않으면 비싸게 살 사람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팔 것이 많지 않다"며 "제조업을 비롯한 한국기업의 분발이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도 "중국이 섬유에서 전자로 무게 중심을 옮겼던 200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2008년에 이어 중국 진출 기업들이 이번에 세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중국의 본격적인 구조조정기를 맞아 한국 기업들이 철저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