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늦은 오후 중국 단둥의 랑터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를 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자동 감지한 날씨 어플리케이션이 신의주의 날씨와 기온을 알려준다. 단둥과 신의주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분에게 요즘 단둥 사람들 북한 관광 많이 가느냐고 물었다. “사람 죽이는 데 무서워서 뭐….” “예?” “좀 졸았다고 사람 죽이지 않았냐?” 농담처럼 북한 내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됐다는 뉴스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북한이 지척이고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과 무역 일꾼들이 단둥에 1만여명이나 거주하고 있어 북한 소식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북한과 관련된 소식은 한국의 언론을 통해 접한다”고 했다. 북한에 급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단둥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3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막혔던 북한 관광도 재개됐고 북한과 중국의 교역도 큰 변화를 읽기 힘들다.
그래도 북한 사람이 많다보니 북한의 정책이나 지침 같은 것에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역시 단둥이다. 최근 단둥의 한인 사회에서는 큰 파란이 일었다. 그 영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북한 당국이 남한 선교사 등 두 명을 간첩혐의로 체포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부터다. 당시 ‘단둥지역의 반공화국 정탐모략거점’으로 30여 군데의 한인 식당과 상점 등이 열거됐다. 북한 화폐를 대량으로 위조하는 곳으로 지목된 식당도 있었다. 대개 한국 식당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북한의 무역 주재원들도 자주 이용해 왔다. 단둥의 한국 식료품이나 생필품 상점들도 북한쪽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 한국 식당과 상점을 찾는 북한 사람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북한 사람들과 거래하고 접촉하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북한 출신 중국인)들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한국 식당 주인 A씨는 “일부 한국 언론에 상호를 알 수 있게 보도까지 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면서 “현재 생계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한 고기전문 대형 식당은 평소 하루 매출이 1만2000위안(약 21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4000위안(약 70만원)도 힘들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상점도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남북한 사람들을 잘 아는 조선족 B씨는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 식당 가자고 하면 ‘목숨 걸 일 있느냐’며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 도시인 단둥과 옌지 등에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 중 만난 단둥 현지인들도 대부분 사실로 증언하고 있다. 한국식당 주인 C씨는 “북한 감시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3~4명이 간단한 음식만 시켜놓고 몇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면서 “당연히 손님이 오질 않고 일하던 화교들도 무서워 그만뒀다”고 전했다. 이들은 탈북자 감시가 일차적 목적이다. 최근 들어 단둥으로 무장 탈영해 피해를 입히는 북한군 병사들이 늘고 있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 체제 안정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역으로 앞으로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가기 위해 미리 사전 단속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북한의 목적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 사람들 “사람 죽이는데… 북한 관광 어떻게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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