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감독은 1일 오전 6시쯤 서울 대치동에 있는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의 왕십리 방면 승강장에서 철로로 추락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타박상 등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한 영화감독은 CBS노컷뉴스에 "깜짝 놀라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아직 닿지 않고 있다"며 "조금 전에 배 감독과 평소 교류하던 배우로부터 '우울증 증세가 조금 보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배 감독이 스스로 투신했다면 그동안 작품을 하고 싶어도 못한 채 보낸 시간들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그와 얘기를 하다 보면 무기력해져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1980년대 한국을 대표했던 감독인데, 아직 한창인 나이에 영화 만들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생활고까지 겹쳐져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감독도 "일단 진위 파악이 먼저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데, 투신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훈장을 달아도 몇 개를 달았을 분이 차기작을 준비하는데 오죽 오려움이 컸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 "삶의 깊이 알 만한 40대 중반에 '늙은 감독' 소리 듣는다"
이날 통화한 영화감독들은 배 감독에 대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중한 감독" "오직 영화 밖에는 모르는 사람" "한국영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 등의 평을 내놨다.
그런 그가 차기작에 대한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은, 한국 영화시장의 왜곡된 구조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영화산업은 최근 10여 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초반까지 20여 곳 영화사들이 제작비를 마련하고 감독을 고용해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이후 대기업들이 2차 판권인 비디오 시장에 들어오면서 제작비 등을 댔고, 비디오 시장이 사라지면서 현재의 CJ, 롯데 등 소수의 대기업이 영화의 투자는 물론 배급·상영까지 좌지우지하는 '재벌 독과점' 시스템으로 굳어졌다. 한 중견 감독은 "영화 시장이 너무 급격히 변하다 보니 조금만 한눈 팔고 있어도 발을 담그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 투자 실무자들은 나이 먹은 감독을 대하기 껄끄러워하는데, 제게도 '직접 오시지 말고 다른 사람 보내라'고 한다"며 "서로 마주 앉아서 작품에 대한 토론도 하고 다져나가도 모자랄 시간에 중견 감독들이 설자리를 읽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다른 중견 감독은 "소위 '대기업 공룡 3사'의 그늘이 아니면 영화를 하기 힘든 상황인데, 흔히들 '한국에서는 40대 중반 넘어가면 감독하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며 "이제 막 세상을 보는 눈에 깊이를 가질 때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들으며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니 철저히 외면당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에 배 감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작품에 대한 고민일 텐데, 이 즈음 그가 차기작에 대한 투자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익히 짐작이 가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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