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매도 타이밍'
신규분양에서 달궈진 주택시장 열기가 재고주택으로 옮겨붙은 모습이 역력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4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3.30%. 직전 1년(2013년 6월~2014년 5월)간 상승률(1.64%)의 2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변동률은 -0.13%에서 2.46%로 확실히 돌아섰다.
인천도 3.79% 상승했다. 경기(3.44%) 역시 전체 평균치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광명(8.33%)과 김포(5.50%)가 크게 뛰었다. 지방에선 대구(9.36%)와 광주(5.35%) 아파트 상승률이 눈에 띈다.아파트 거래도 많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시내 아파트 거래량은 1만2200여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5월 거래량으론 이례적이다.
그만큼 수요자들의 구매욕구도 매우 높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월별 ‘매수우위지수’는 57.0~86.2로 지난해(43.9~72.0)보다 최대 14포인트 이상 뛰었다. 23.4~52.1이었던 2013년 월별 지수에 비해선 최대 34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이들 조사 통계 수치로만 보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제 그 안을 들여다 보자. 올들어 4월 말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8조1000억원. 이미 2014년 한해 증가액(37조3000억원)의 48.5%로 절반에 육박한다.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총 579조1000억원.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같은 가계부채 급증 원인은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올 4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9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증가액(35조5000억원)의 55.2%에 달한다.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보다도 많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원인이 됐다. 그만큼 금리 인하를 매개로 매매 거래를 늘리도록 한 정부 정책이 먹힌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가구 가운데 원금은 손도 못댄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19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전체 주택담보대출 294조원 가운데 이자만 갚는 대출은 4분의 3인 220조원에 달한다.
매매가격이 오른다지만 전세보증금 상승세는 더하다.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를 넘어섰고 올들어서도 꾸준히 상승해 5월 현재 71.5%에 달한다.
속도로 본다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엔 전세가율이 75%에 육박할 수도 있다. 이미 일부에서 시작된 ‘깡통전세’가 확산일로에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말그대로 주택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원리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안심전환대출’을 꺼내든 이유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하지만 고작 34조원만이 소진됐을 뿐, 나머지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원리금 상환 부담에 전환대출을 포기해야 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금리 인상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은행대출을 통한 전세보증금 납부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동반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구조다.
굳이 따지자면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고 매매가격도 조금씩 오르는 지금은 ‘매도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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