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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가열되는 데이터 요금제 꼼수 논란…약정할인 없어지고 데이터 확 줄어

여행가/허기성 2015. 6. 8. 08:08

 

가열되는 데이터 요금제 꼼수 논란…약정할인 없어지고 데이터 확 줄어

이통 3사가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이하 ‘데이터 요금제’)가 연일 화제다. 요금제를 갈아타는 가입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간 가계통신비 절감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데이터 요금제가 오히려 통신비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데이터 요금제가 음성·문자 요금은 크게 낮췄지만 대신 데이터 요금은 대폭 높였기 때문.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일부 이용자층에게만 유리한 요금제를 전 국민의 가계통신비 절감 방법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요금제로 바꾼 가입자 수는 최근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5월 8일 KT가 처음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지 보름여 만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데이터 요금제 출시 첫날에만 15만명이 갈아탔다. SK텔레콤 30년 역사상 신규 요금제 출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이통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기 이익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미래부도 데이터 요금제를 통해 연간 가계통신비가 1조600억원가량 절감될 것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데이터 요금제가 정말 그만큼의 효과를 불러올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이통 3사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게 2조2000억원 정도다. 가계통신비를 1조600억원 줄이면 이통사 수익은 반 토막 난다. 실제 그렇다면 이통사들이 이런 요금제를 내놓았을 리 만무하다.

 

할인 선반영한 순액 요금제 착시 현상

약정할인 받으면 기존 요금제 더 저렴

일부 이용자 제외하면 대부분 무용지물


물론 데이터 요금제를 통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도 있다. 데이터 요금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음성통화를 주로 하는 이들이다. 그간 가장 저렴한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가 6만원 안팎이었던 데 비하면 데이터 요금제는 3만원 안팎에 무제한 통화를 제공해 통신비를 절반가량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면 데이터 요금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데이터 요금제로 갈아타는 추세가 상당하지만 오히려 통신 요금이 더 늘어나는 경우도 많을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데이터 요금제에 숨겨진 이통사들 꼼수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약정할인을 감안하면 데이터 요금제가 더 비쌀 수 있다.

기존 요금제는 소비자들이 2년 약정할인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약정할인을 받으면 명목상 요금에서 25~30%가량을 아끼게 된다. 하지만 이통 3사가 내놓은 데이터 요금제는 약정할인이 미리 반영된 ‘순액 요금제’다. 순액 요금제는 소위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2년 약정 의무나 위약금 걱정이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더 이상 할인받을 여지가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가령 SK텔레콤의 기존 34요금제는 2년 약정할인을 하면 실제 요금이 2만6000원까지 내려간다. 데이터 요금제의 최저 구간인 2만9900원보다 4000원가량 저렴하다. 약정할인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29요금제가 34요금제보다 더 저렴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통사들은 데이터 요금제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대신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확 줄였다. 그런데 이게 적어도 너무 적다. 일례로 29요금제의 경우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300MB밖에 안 된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감안할 때 아주 ‘가혹한’ 수준이다. 이용자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스마트폰 보급기인 2012년 1월에도 벌써 470MB였다. LTE가 대중화되면서 지난 3월에는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3GB로 5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LTE 가입자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3.3GB, 14GB에 달한다.

데이터를 아껴 쓰면 되겠지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앱을 하나 내려받거나 업데이트하면 보통 10~20MB, 모바일 쇼핑이나 동영상을 10분 즐기면 최소 50MB가량의 데이터가 소모된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는 3시간을 써도 약 1MB만 소모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하면 ‘요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데이터 300MB를 넘지 않으려면 카톡으로 문자만 하고 인터넷 서핑은 물론 앱을 내려받거나 업데이트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사실상 데이터를 거의 쓰지 말라는 얘기다. 이처럼 데이터 사용량을 극도로 줄이고 전화나 문자만 쓰면 스마트폰이 더 이상 스마트폰이 아니게 된다.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적당히’ 섞어 쓰는 가입자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데이터 요금제가 오히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령 한 달에 음성통화를 200분, 데이터를 2GB 쓰는 이용자가 있다고 치자. 이는 현재 우리 국민의 평균적인 통신 서비스 사용 패턴에 가깝다. 이를 데이터 요금제로 환산해보면 기존 요금제보다 적게는 4000원, 많게는 1만원가량 요금이 더 나온다. 데이터 요금제가 대부분의 이용자가 아닌, 일부 이용자에게만 유리한 요금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뒤 이통 3사가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한 것도 입길에 오른다.

mVoIP는 음성망을 사용하는 음성통화와 달리, 데이터를 사용하는 전화 서비스다. ‘보이스톡’ ‘페이스타임’ ‘스카이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데이터를 아주 조금만 쓰고도 통화 음감은 음성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 이용자들 사이에서 ‘무료 인터넷전화’로 불렸다. 가령 음성통화는 50분 통화에 5400원 정도(1초당 1.8원)의 통신 요금이 발생하지만, mVoIP를 이용하면 500원 정도(1MB당 20원)면 충분했다. 음성통화 수익을 급속도로 갉아먹을 것을 우려한 이통사들은 그간 mVoIP 사용 시간을 제한해왔다. mVoIP 사용률을 낮추기 위해 통화 음감을 일부러 떨어뜨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던 이통사들이 이제 데이터 요금제를 통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mVoIP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 보고 전면 허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제 취지가 정말 가계통신비 절감이었다면 이통사들이 mVoIP를 진작에 전면 허용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지 않아도 사실상 무료 통화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입지 좁아지는 알뜰폰

데이터 요금제 ‘맞불 작전’ 쉽지 않을 듯

이통 3사의 데이터 요금제 출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알뜰폰업계다. 알뜰폰의 주요 고객이 데이터 요금제의 수혜층과 일부 겹칠 수 있기 때문. 그간 이통 3사와 대비되는 가격 경쟁력으로 가입자를 500만명 가까이 늘려온 알뜰폰업계로선 최대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데이터 요금제 공세에 대한 알뜰폰업계 대책은 ‘맞불 작전’이다. 알뜰폰도 최저 2만원 정도의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것. 이통 3사의 데이터 요금제가 약 3만원부터 시작하니 최소 1만원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알뜰폰업계에 통신망을 빌려주는 이통 3사와의 도매대가(통신망 대여료) 협상. 미래부는 이통 3사의 도매대가를 최대 40%가량 낮추는 등 알뜰폰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일례로 SK텔레콤의 경우 월 4만2000원 이하 요금제의 수익 배분 비율을 55(알뜰폰) 대 45(이통사)에서 60 대 40으로 알뜰폰에 유리하게 조정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에 정한 도매대가와 수익 배분 비율은 정액 요금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별도로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데이터 요금제를 불리하게 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알뜰폰업체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음성통화를 무제한은 아니지만 충분히 제공하고 데이터 용량을 이통사보다 많게 하는 식의 틈새 요금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