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륙’유라시아 포럼 서울 2015, 7월13일 코엑스에서]
“유라시아에 소통의 길을 열어 협력의 잠재력을 끌어내자.”(박근혜 대통령)
“극동(極東) 개발은 러시아 21세기 최우선 과제.”(푸틴 러시아 대통령)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아시아 공동의 경제 번영을 가져다줄 것.”(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광대한 유라시아(Eurasia) 대륙을 놓고 한·중·러 3국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이들은 한편에선 협력하고 다른 한편에선 경쟁한다. 포문은 러시아가 열었다. 2012년 5월 재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부총리급 부처인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그리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광역화해 러시아 동부를 발전시키는‘신동방정책(New Eastern Policy)’을 가동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 유라시아를 철도로 엮어 역내 경제협력을 확대하자는‘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두달 뒤인 12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의 일대일로를 공식 제시했다. 세 정책 모두 역내 경제협력을 말한다. 그러나 추구하는 정치·경제적 목표는 다르다.
◇푸틴 “동방을 지배하라”
지난달 25일 방문한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은 9월 대통령 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세계 최대 수족관 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 참관키로 했다.
이달 실행이 유력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자유무역항 현황을 직접 프레젠테이션 할 예정이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19세기 유럽·중국·일본·한국인들이 모이는 국제도시였다. 하지만 군사 요새화되며 1958~1991년 외국인 출입이 통제됐다. 러시아인들도 출입증이 필요했다. 이젠 신동방정책을 등에 업고 옛 영광 회복에 나섰다. 해외 기업들에게 법인세 감면 및 무비자 혜택을 주기 위해 관련 법률까지 개정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는 적극적이다.
스타리치코프연해주정부 국제협력관광국장은“외국 기업들의 자율 경영권을 대폭 인정할 것이다”며“러시아 역사상 유례 없는 혁신적 조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돌파구로 극동을 보고있다.
지난 2·4월 두차례에 걸쳐 총 9개 러시아 동부 지역에 선도개발구역을 지정하기도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북한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김정수 한국무역협회 유라시아실장은“러시아의 뿌리 깊은 유럽 중심주의가 서서히 축을 동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경제‘두마리 토끼’잡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북·중·러 접경지 두만강 하구 자유경제도시 조성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북한 나진·선봉과 중국 팡촨(防川), 러시아 하산 총 300만평 부지에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남·북·중·일·러 5개국이 자유롭게 투자와 무역을 하도록 국제경제특구로 만드는 안(案)이다.
이곳에서 한반도종단철도(TKR)와만주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았다. 분단의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유럽 수출의 경우 지금보다 운송 기간이 3분의 1로 줄고, 물류비용도 30% 이상 절감된다. 이 방안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부분으로 볼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역내 국가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평화통일로 나아가는‘통일경제정책’이다. 유라시아 개발의 관심을 한반도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 담겼다. 지난해 1월“통일은 대박이다”는 박 대통령 발언도 이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일대일로와 AIIB로 막강 진영 구축하는 시진핑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연설에서“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시현하는 게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이라며 ‘중국의 꿈(中國夢)’을 말했다. 그 이후 일대일로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일대일로는 당나라(육상)와 명나라(해상)의 실크로드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다. 육상(一帶)은 산시성(陝西겛) 시안(西安)에서 독일 뒤스부르크까지다. 해상은 푸젠성(福建겛) 취안저우(泉州)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탄자니아·지중해로 이어지는 길이다.
중국의 꿈은 백일몽이 아니다. 미국과 함께‘G2(주요 2개국)’로 불릴 정도로 막강해진 국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4년 11월“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실크로드 기금을 설립해 400억달러(4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계획은 57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으로까지 확대됐다.일대일로 과정에 중국 토목·철도 회사들이 참여해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설비 문제를 해소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AIIB가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집행하면 자연스럽게 위안화의 기축통화시대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일대일로는 낙후된 서부 개발로 소수 민족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며 “시진핑이 던진‘신의 한수’다”고 평가했다.
☞ 유라시아(Eurasia)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아우르는 명칭.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고 세계 인구의 70%인 48억명이 거주하는 초거대 경제권.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경제 대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자원 부국들이 몰려 있다. 유라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6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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