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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라시아 시대] 韓·中·러 앞에 ‘21세기 젖과 꿀의 영토’

여행가/허기성 2015. 7. 7. 05:48

 

[‘하나의 대륙’유라시아 포럼 서울 2015, 7월13일 코엑스에서]

 

“유라시아에 소통의 길을 열어 협력의 잠재력을 끌어내자.”(박근혜 대통령)
“극동(極東) 개발은 러시아 21세기 최우선 과제.”(푸틴 러시아 대통령)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아시아 공동의 경제 번영을 가져다줄 것.”(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광대한 유라시아(Eurasia) 대륙을 놓고 한·중·러 3국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이들은 한편에선 협력하고 다른 한편에선 경쟁한다. 포문은 러시아가 열었다. 2012년 5월 재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부총리급 부처인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그리고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광역화해 러시아 동부를 발전시키는‘신동방정책(New Eastern Policy)’을 가동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 유라시아를 철도로 엮어 역내 경제협력을 확대하자는‘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두달 뒤인 12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의 일대일로를 공식 제시했다. 세 정책 모두 역내 경제협력을 말한다. 그러나 추구하는 정치·경제적 목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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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동방을 지배하라”

지난달 25일 방문한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은 9월 대통령 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외부 출입이 통제된 채 세계 최대 수족관 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9월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 참관키로 했다.

이달 실행이 유력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자유무역항 현황을 직접 프레젠테이션 할 예정이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19세기 유럽·중국·일본·한국인들이 모이는 국제도시였다. 하지만 군사 요새화되며 1958~1991년 외국인 출입이 통제됐다. 러시아인들도 출입증이 필요했다. 이젠 신동방정책을 등에 업고 옛 영광 회복에 나섰다. 해외 기업들에게 법인세 감면 및 무비자 혜택을 주기 위해 관련 법률까지 개정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는 적극적이다.

스타리치코프연해주정부 국제협력관광국장은“외국 기업들의 자율 경영권을 대폭 인정할 것이다”며“러시아 역사상 유례 없는 혁신적 조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돌파구로 극동을 보고있다.

지난 2·4월 두차례에 걸쳐 총 9개 러시아 동부 지역에 선도개발구역을 지정하기도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북한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김정수 한국무역협회 유라시아실장은“러시아의 뿌리 깊은 유럽 중심주의가 서서히 축을 동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경제‘두마리 토끼’잡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북·중·러 접경지 두만강 하구 자유경제도시 조성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북한 나진·선봉과 중국 팡촨(防川), 러시아 하산 총 300만평 부지에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남·북·중·일·러 5개국이 자유롭게 투자와 무역을 하도록 국제경제특구로 만드는 안(案)이다.

이곳에서 한반도종단철도(TKR)와만주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구축하는 방안도 담았다. 분단의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유럽 수출의 경우 지금보다 운송 기간이 3분의 1로 줄고, 물류비용도 30% 이상 절감된다. 이 방안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부분으로 볼수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역내 국가간 경제협력을 통해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평화통일로 나아가는‘통일경제정책’이다. 유라시아 개발의 관심을 한반도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 담겼다. 지난해 1월“통일은 대박이다”는 박 대통령 발언도 이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일대일로와 AIIB로 막강 진영 구축하는 시진핑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연설에서“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시현하는 게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이라며 ‘중국의 꿈(中國夢)’을 말했다. 그 이후 일대일로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일대일로는 당나라(육상)와 명나라(해상)의 실크로드를 재현하는 프로젝트다. 육상(一帶)은 산시성(陝西겛) 시안(西安)에서 독일 뒤스부르크까지다. 해상은 푸젠성(福建겛) 취안저우(泉州)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탄자니아·지중해로 이어지는 길이다.

중국의 꿈은 백일몽이 아니다. 미국과 함께‘G2(주요 2개국)’로 불릴 정도로 막강해진 국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4년 11월“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실크로드 기금을 설립해 400억달러(4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계획은 57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으로까지 확대됐다.일대일로 과정에 중국 토목·철도 회사들이 참여해 중국의 고질적인 과잉설비 문제를 해소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AIIB가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집행하면 자연스럽게 위안화의 기축통화시대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일대일로는 낙후된 서부 개발로 소수 민족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며 “시진핑이 던진‘신의 한수’다”고 평가했다.

☞ 유라시아(Eurasia)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아우르는 명칭.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고 세계 인구의 70%인 48억명이 거주하는 초거대 경제권.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경제 대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자원 부국들이 몰려 있다. 유라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세계 GDP의 60%에 달한다.

 

[新유라시아 시대] 하나의 대륙 유라시아, 서울 중심에서 논한다

[유라시아란]

유라시아(Eurasia)는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하나의 대륙이다.

유라시아 국가들은 서쪽 대서양과 동쪽 태평양 사이의 대륙에 있으며, 대부분 북반구에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과 아시아를 두 개의 별도 대륙으로 가를 물리적 구분 요인이 없다고 본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발간하는 학술단체인 내셔널지오그래픽소사이어티(NGS)는 2010년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지구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호주(오세아니아), 남극 등 7개 대륙으로 구성됐지만 일부 지리학자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유라시아로 묶어 6대륙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6대륙설에 따르면 유라시아가 세계 최대 대륙이다.

기획재정부는 유라시아를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0%(5300만㎢)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분류했다. 세계 인구(70억명)의 70%에 해당하는 49억명이 유라시아 지역에 거주한다. 유라시아에 속한 국가 수는 집계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90~100개국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 경제 대국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들이 집중돼 있다.

유라시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국제정치학계의 대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역사상 유라시아는 세계 권력의 중심이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에너지 자원의 4분의 3이 유라시아에 있다”고 썼다.

유라시아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이미 1916년 러시아는 니콜라이2세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을 건설해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간 9288km를 이어왔다. 여기에 동아시아의 열차 노선들이 추가되면서 혈맥이 뚫리는 모습이다.

중국횡단열차(TCR), 몽골횡단열차(TMGR), 만주횡단열차(TMR) 등이 TSR과 연결된다. 한국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유라시아 통합의 밑그림에 방점을 찍으려 하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KR)와 기존 유라시아 철도망을 연결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선 분단(分斷)의 한계를 극복해 외연을 유라시아로 넓힌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진다.

☞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road
1891년 러시아 차르 알렉산드르 3세의 구상으로 착공해 1916년 개통한 세계 최장 철도망. 서쪽 모스크바와 동쪽 블라디보스토크 간 9288km를 잇는다. 국영 기업인 러시아철도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Silk Road Express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중국·몽골 횡단철도를 연결해 유라시아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사업. 박근혜 대통령이2013년 10월 발표한 유라시아 협력 프로젝트인‘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과제.

 ◇중앙아시아·동남아에도 ICT 한류 바람 분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에도 ICT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IT서비스기업 SK C&C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와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구축했다. 교통체계 개선부터 관리, 정보제공 등에 ICT를 활용, 교통혼잡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지원한다. SK C&C는 2012년 말부터 방글라데시 중앙부처와 산하 행정기관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국가 기간전산망도 세우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별로 산재된 독립 네트워크를 하나의 전국 네트워크로 묶어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T는 올해 5월 우즈베키스탄 전력청이 발주한 1억1000만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지능형 원격 검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원격검침이 가능한 스마트미터기 설치부터 고객관리시스템, 계량데이터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한다. 사업이 끝나는 2017년 하반기면 우즈베키스탄 3개 지역 100만가구가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LS산전은 올해 하반기 완료를 목표로 방글라데시 철도청이 발주한 조이다푸-미밍싱 구간 13개 철도역(총 89㎞) 신호제어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 회사는 지멘스, 안살도 등 유럽 기업들이 독식하던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 열차운행관제센터부터 전자연동장치 등 핵심 설비·장치를 공급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달 창립된 AIIB는 ICT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국내 산업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국 대륙에서 유럽 일부까지 예상되는 광범위한 지역에 핵심 공략 대상을 설정하고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마조비에스키에(Mazowieckie)
폴란드를 구성하는 16개주(州)에서 가장 많은 인구(약 530만명)가 살고 있다.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포함하고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 지역이다.

[新유라시아 시대] "세계 최고의 인프라"… 'ICT 한류'로 디지털 실크로드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