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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

올 몰아치기 분양 40만가구…2년 뒤 미분양사태·입주대란 또 온다

여행가/허기성 2015. 10. 20. 06:12

올 몰아치기 분양 40만가구…2년 뒤 미분양사태·입주대란 또 온다

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 서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올들어서만 분양물량이 40만가구 이상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주택건설사들의 몰아치기 분양은 표면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지만 이면에는 극심한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떼밀려 내집마련에 나섰기 때문에 부작용도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7년 당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건설사들이 고분양가로 밀어내기 배짱분양에 나선 결과 2009년부터 미분양 급증에 따른 집값 급락과 입주대란의 후유증을 최근까지도 겪었던 사례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뉴스1은 현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이에 대한 개선점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목차]
1.올 몰아치기 분양 40만가구…미분양사태·입주대란 또 온다
2.高분양가+몰아치기, 2007년 '판박이'…부동산 거품 우려↑
3.주택공급 폭증, 집값폭락·입주대란 부추긴다
4.필연적 입주폭탄…역전세난에 집주인·세입자 이중고 심화 우려
5.시장은 불판인데 정부는 뒷짐, 대책은 없나?

"올해 신규분양물량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후에 공급된 새 아파트보다 더 많다.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분양시장이 2007년 전후보다 좋다보니 밀어내기 분양을 안 할 수가 없다."(한 대형건설사 분양관계자)

극심한 전세난을 피해 내집마련에 나선 무주택자를 잡기 위해 건설사들이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지난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신규분양과 인허가가 급증했던 2007년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신규분양물량 기준으로는 2007년 전후보다 올해가 더 많아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대란과 집값 폭락, 하우스푸어 양산 등의 후유증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밀어내기 분양물량 얼마나 되길래…올해 40만가구 육박
지난 2007년부터 연간 분양물량(임대아파트 제외) 추이를 분석해보면 올해 분양물량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4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20만가구에 못 미치던 민간분양물량은 2007년 22만가구를 넘어섰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시행 직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사업장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규 분양 러시는 2009년까지 이어졌다.

2008년과 2009년의 경우 신규분양물량은 15만가구에 그쳤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점을 감안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았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신규분양물량은 지방보다 수도권에 집중되며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2008년 말 16만5599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2010년 이후 20만가구 초반대를 유지하던 신규분양물량은 전세난이 극심하던 2014년 27만가구로 급증했고 급기야 올해는 4분기 분양예정물량을 포함해 40만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대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의 수도권 분양물량을 비교해도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통상 4분기 수도권 신규분양 물량은 1~2만가구 내외에 머물지만 2007년에는 6만가구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6만7000여가구로 급증했다. 이후 다소 진정세를 보이던 4분기 수도권 분양물량은 지난해 4만6000여가구에 달하더니 올해는 예정물량 포함 9만2870가구까지 치솟았다.

지역별로는 택지개발지구가 대부분인 경기도가 분양물량의 60~80%를 차지하고 있고, 사업성이 좋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몰린 서울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주택 인허가수마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수는 51만5251가구(수도권 24만1889가구)로 전년보다 17%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선 8월까지 벌써 45만2185가구(수도권 24만3248가구)로 작년 수준에 육박한다. 12월까지 추가될 인허가수를 포함하면 50만가구는 넘어설 것으로 보여 2007년 55만5800가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지는 것은 건설사 스스로도 지금과 같은 주택경기가 얼마 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급과잉이 발생할 경우 입주자들의 피해만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현실로…미분양·입주대란·집값급락 불보듯
이처럼 올해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지며 공급과잉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뉴스1이 국내 부동산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4.8%인 18명이 공급과잉에 도달했다고 답변했다.

공급과잉이라고 진단한 전문가들 가운데 83.3%(15명)는 최근 민간분양 물량이 크게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아파트 신규 분양 외에도 주택인허가 물량 자체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견이 55.6%(10명)에 달했다.

4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2015년 분양물량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분양물량 28만4000가구와 비교하면 12만가구나 더 많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으로 볼 수 있는 징후도 청약 미달 및 낮은 경쟁률 급증, 미분양아파트 증가 등으로 꼽았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임대·분양전환임대 제외) 66곳 중 18곳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주택형만 미달된 단지까지 합치면 21곳에 달한다.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공급과잉 후폭풍을 우려하는 건 2007년의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무주택자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급증과 집값 급락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고, 계약자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하며 입주대란이 벌어지자 건설사들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떠안으며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시작됐고, 글로벌 경기 악화로 다소 미뤄지고 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있으며, 가계부채 대책 시행 등이 겹치면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입주시기가 몰릴 경우 국지적인 공급과잉 발생으로 일부지역에선 집값하락 등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등 입주자의 자금 유동성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물량은 Δ2015년 25만2000여가구 Δ2016년 26만9000가구 Δ2017년 28만4000여가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2017년 12만6000가구로 2016년 10만5000가구 대비 19% 가량 늘어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이 공급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전매가 안되고 기존 집이 안팔리지 않는 등 입주자의 유동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라며 "내년까지 올해 수준의 신규 공급이 이어질 경우 일종의 공급과잉 쇼크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지속적으로 분양이 진행된 지방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과잉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프리미엄 하락, 빈집 사태는 물론 일부에선 집값 조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