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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조 큰손 유커 모셔라"…中·日 뛰는데 韓 밥그릇 싸움만

여행가/허기성 2015. 11. 2. 05:38

◆ 글로벌 면세점 전쟁 ① ◆

 

중국인들이 올해 해외 쇼핑에 쓴 돈은 자그마치 2290억달러(약 260조7000억원). 중국 펑 비즈니스 정보센터(FBIC)는 2020년에는 이 두 배에 달하는 4220억달러(약 480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인 관광객 유커(游客)를 잡기 위한 글로벌 면세점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중국이 하이난섬에 자국민 면세 혜택을 주는 세계 최대 면세점 CDF몰을 열었고 내년 초 또 하나의 면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5월 중국과 인접한 진먼섬에 아시아 최대 규모 에버리치면세점을 세웠다. 일본도 도쿄 긴자와 오다이바 시내에 대형 면세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유커들이 찾는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 5년마다 돌아오는 특허권 재심사로, 면세사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법안 발의로 '우물 안'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동양의 하와이' 중국 하이난섬 하이탕베이 인근에 위치한 세계 최대 면세점 CDF몰.

면세점 내에 자리잡은 샤넬과 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매장에는 유커들이 북적거렸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자국민 면세 혜택 덕분이다. 구매 한도는 8000위안(약 150만원)으로 화장품은 12개까지 허용된다. 8000위안을 넘기는 고가품의 경우 관세는 부과되지만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중국 부호들이 명품을 싹쓸이하고 있다. 롤렉스 매장에서 만난 한 중국 쇼핑객은 "하이난섬에 골프도 치면서 쉬러 온 김에 세계 최대 면세점에 들러 쇼핑도 했다"며 "한국과 일본 면세점 규모보다 크고 제품이 다양해 내 취향에 맞는 시계를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국 부호들의 겨울 휴양지로 알려진 하이난섬은 이제 연간 관광객 5000만명이 찾는 유커 쇼핑 특구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CDF몰은 외국인은 물론 중국인들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다오 면세점(내국인 면세점)'이다. 자국민의 해외여행 면세 쇼핑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이를 국내 소비로 돌리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중국인의 1인당 해외 쇼핑 지출액은 1431달러(약 160만원).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시장 소비자는 지난해 3억5000만명으로 중국인이 3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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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면세점 굴기'에 도전하면서 세계 면세점 전쟁도 덩달아 가열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하이난을 세계 일류 관광휴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CDF몰을 지었다. 연면적 2만㎡ 초대형 하이난 면세점도 내년 초 오픈할 예정이다.

CDF몰 용지면적은 12만㎡, 연면적 7만2000㎡.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연면적 2만6000㎡보다 3배 가까이 크다. CDF몰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1만5000여 명. 방문객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인데, 대부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라는 게 면세점 직원의 설명이다.

CDF몰은 중앙 옥외광장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A동 1층 화장품 매장은 가장 인기 있는 매장 중 하나다. 라네즈, 설화수, 후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도 입점해 있다. CDF몰 본사인 중국 최대 여행사 'CITS' 고객 정보를 활용해 해외여행 중인 중국인들이 많이 구입하는 브랜드들을 발 빠르게 입점시켰다.

국내 면세점보다 한국 화장품 가격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수입 화장품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은 한국보다 낫다.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Ⅱ 100㎖'는 국내 면세점에서 18만원대에 팔리지만 이곳에서는 1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규모와 비슷한 하이난 면세점도 내년 초 미션힐리조트에 들어설 예정이다. 하이난 지방정부가 운영하며 전체 면적의 20%를 한국 상품 전용 매장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최근 신세계DF와 상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인기 상품을 늘려 중국인들을 자국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면세점뿐만이 아니다. 하이난섬 전체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리모델링' 중이다. 싼야공항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며 섬 곳곳에서 초대형 리조트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