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중산층 가정주부 조모(51ㆍ여) 씨는 최근 김치냉장고를 한 대 더 들여 놓았다. 냉장고 한 대 짜리 살림에서 시작해 현재 조씨 가정에 냉장고는 4대나 된다. 조씨는 특히 김치냉장고 욕심이 많다. 김장김치를 한껏 담아 일년 내내 두고 먹는다. 이외에도 제철 음식재료를 사서 얼려 보관하다 보니 냉장고가 늘어나게 된 것인데, 조씨는 “냉장고 속을 보면 든든하지만 불어난 전기료가 두렵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김치냉장고 쇼핑에 나선 주부들이 적잖다. 업계에서는 ‘김장철=김치냉장고 성수기’라는 공식도 등장했다.
김치냉장고가 등장하고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한 가정에 두 대 이상의 냉장고가 들어서는 풍경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냉장고를 보유하면서 전기료 부담에 허덕이거나, 냉동 음식으로만 가득 채워진 냉장고가 처치곤란이라는 가정이 많다.
2013년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가전기기 보급률 및 가정용 전력 소비 행태 조사’에 따르면, 김치냉장고 보급률이 가구당 0.86대로 나타났으며, 2015년 현재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일반 냉장고 한 대, 김치냉장고 한 대, 가정마다 두 대 이상씩의 냉장고를 들여놓은 셈이다.
냉장고는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크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일반 냉장고는 연간 전력사용량이 350kWh로, 보온용 전기밥솥(604kWh)에 이어 가전제품 중 전력 사용량 2위였다. 냉장고 다음은 취사용 전기밥솥(342kWh), TV(255kWh), 에어컨(238kWh) 이었다. 김치냉장고는 155kWh로 7위를 기록했다.
주부 김모(47ㆍ여) 씨는 “냉장고에 저장해 놓고 먹는 게 바쁜 현대인에게 좋을지 몰라도 일년 내내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전기사용량에도 냉장고를 두 대, 세 대 들여놓는 것이 전자제품 회사의 상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10년마다 김치냉장고 교체 주기가 돌아온다’는 홍보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김치냉장고가 처음 출시된 1995년부터 20여 년이 흐른 현재가 교체 주기라며 전자제품 상점들은 제품 할인, 기타 전자제품이나 상품권, 포기김치 증정 등 프로모션을 내걸고 있다.
냉장고가 필요해서 들여놓기보다, 과시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특히 신혼부부들이 가전제품을 장만하면서 용량 큰 최신식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들여놓고는, ‘집에 비해 너무 큰 냉장고’, ‘생활패턴에 맞지 않는 용량’에 처치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정책국장은 “한 김치냉장고는 ‘유산균이 살아나는 소리’를 들어보라며 광고하기도 한다”라며 “냉장고의 기능과 맛이 어떻게 직결되는지 명확하지 않는데도 소비자를 현혹해 판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소비자들도 ‘김치냉장고 하나는 마련해야지’라며 당연하게 구매하기보다 가족 구성원이나 용도에 맞는 적절한 소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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