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 현장.."땅값"
불통(不通)이야 불통. 通(통할 통)이 아니라 우리한테는 痛(아플 통)이지.”(이승이 온평리 이장)“아직 찬반 입장 정리가 안 됐다. 어떤 쪽이 후손들에게 최선이 되는지 고민 중이다.” (고승천 온평리 노인회 회장)
“팔리지 않아 처치 곤란이던 땅을 정부가 처리해주고 목돈도 만질 수 있게 됐는데 좋지 않수꽈” (온평리 주민 이숙자) 조용하던 제주의 조그마한 마을이 갑자기 들썩이기 시작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가 제주 2공항 예정지로 선정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논과 밭, 과수원, 집 등이 신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땅값도 낮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처치 곤란이던 임야를 가진 주민들은 속으로 웃고 있다. 아직 찬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주민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12일 오전 찾은 온평(溫平)리는 마을 이름처럼 따뜻하고 평안해 보였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를 지나 온평리 마을회관에 들어섰다. 마을회관 1층 경로당에는 주민 5~6명이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휴식 공간에서 누워 잠을 청하는 주민들이 있었고, 또 한 쪽에 모인 주민들은 제주 2공항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 “고향 사라진다”…일방적 개발계획에 주민 반발
제주 2공항에 대한 주민 생각을 물었다. 기자가 공항 얘기를 꺼내자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터뜨렸다. 30분가량을 저마다 쉴 새 없이 불만을 늘어놓는 통에 중간에 다른 질문으로 끼어들 틈도 없었다. 본인 소유의 과수원이 예정지에 포함됐다는 송모(57) 씨는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왔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리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모(63) 씨는 “토지 보상 문제를 떠나서 나고 자란 고향이 공항 개발로 사라지게 됐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냐”라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는 “마을 절반이 예정지에 포함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마을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탄했다. 이승이 온평리 이장은 도지사와 정부, 제주도청 등의 소통과 협의 없는 일방적인 행정 처사가 더 큰 문제라고 얘기했다.
그는 “온평리 마을은 지역 주민이 합심해서 축제도 열고 자생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행복 마을 만들기 대회에서 최우수 상도 받았는데 이런 마을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없애버리겠다고 하면 우리가 여태 해온 것들은 뭐가 되느냐”며 일방적인 정부 정책을 탓했다.
아직은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고민 중인 주민들도 제법 됐다. 현인욱(75) 온평리 주민은 “나는 논이 일부는 예정지에 포함되고 일부는 빠져서 아직 입장 정리가 잘 안된다”면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태어나 이제까지 살아온 고향이 사라지니까 반대해야지 싶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정부가 보상을 잘 해주면 찬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고승천(74) 온평리 노인회 회장도 “노인회 전부의 의견을 물어보진 못했지만 대부분은 후손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주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마을을 온전히 가꾸자며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온평리가 언젠가 개발될 거라면 제주도와 국가,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 임야 소유자는 ‘웃음’
반면 제주 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임야나 야산 등을 가진 지주나 예정지 주변 땅주인들은 공항 개발을 반기고 있다.언덕 자락에 있는 임야는 해안가나 마을 토지보다 매매가 쉽지 않은데, 정부 사업에 들어가 토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평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드러내고 찬성하진 않았지만 화색이 돌았다.
주민 전모(67) 씨는 “마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 그냥 모르는 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보상을 해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온평리에서 H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승규(가명) 씨도 “10년 후의 일이긴 하지만 공항이 지어지고 나면 공항으로 들어가는 도로도 생기고 하면서 주변 지역 인프라도 확충되고 지역이 더 발전되지 않겠느냐”라며 “그때까지 장사를 계속할 지는 모르겠지만 원희룡 도지사의 계획대로 공항 주변이 에어시티로 개발되면 주변에 상업지구도 형성되고 땅값도 오르고 매출도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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