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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중국 동북3성~러 연결… 2억 내수시장 만든다

여행가/허기성 2015. 11. 25. 08:39

남북~중국 동북3성~러 연결… 2억 내수시장 만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시발점이 될 한반도와 북방 지역 교통·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초안이 공개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광대역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남한·북한과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극동 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하나로 연결하면 인구 2억명의 거대 내수시장인 '초국경 경제협력지역'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 연계되면 한반도 통일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유라시아 공동 경제권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24일 국내외 동북아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 북방 지역 미래 비전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토연구원은 초국경 경제협력지역을 만들기 위해 △초국경 복합교통망 △초국경 연계생산 네트워크 △초국경 도시협력권이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자인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센터장은 "한반도 북방 지역은 방대한 면적과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기반시설이 미비한데다 체제 문제 등으로 낙후 지역에 머물러 있다"며 "교통 인프라만 구축되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도 남북과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극동 지역을 아우르는 경제권은 인구 2억명, 국내총생산(GDP) 3조7,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초국경 경제협력지역 구상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역내 국가들의 경제협력과 교류를 위한 징검다리로서 한반도와 북방 지역의 교통·물류 개선을 위한 실천과제와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中 선양벨트에 경공업·소재산업 집중
    북 동북~러 극동지역벨트, 석유·가스화학 육성
    하바롭스크~콤소몰스크는 우주산업 거점으로
  • [베일 벗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부산-울란바토르 육로 연결… 한·중·러 거점별 산업벨트 조성

    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초국경 경제협력지역'의 완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네트워크 형성이다. 국토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초국경 복합교통망 △초국경 연계 생산 네트워크 △초국경 협력도시권을 구축하는 세 가지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를 위해 현 단계에서 시범적으로 북한 나선(나진·선봉)과 중국 훈춘,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육로 연결로 산업 벨트 형성=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육로 연결이다.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넓게는 몽골까지 잇는 육로망은 총 세 가지로 이뤄진다. 

    가장 짧은 교통망은 서울에서 나진을 거쳐 중국 훈춘과 지린 등을 연결하는 2,222㎞ 순환노선이다. 2단계는 부산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둥글게 연결한 4,504㎞ 노선이다. 가장 긴 노선은 부산부터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며 총 길이가 9,373㎞에 이른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은 "중국의 중장기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가운데 중·몽·러 라인과 복합 교통망이 연결되기 때문에 두 가지의 성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북방지역 바이오 산업 발전 가능성 높아=길이 뚫리면 이를 따라 대규모 산업 벨트도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서 중국 선양지역 벨트에 경공업과 소재산업이 집중 발전되고 북한 동북부에서 러시아 극동지역 벨트를 따라 석유·가스화학이 육성되는 식이다.

    국토연은 특히 북방지역의 농림어업과 에너지산업의 잠재력에 국내 기술력을 융합시켜 바이오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물류·운송, 송유관·가스관 등 에너지 협력이 핵심"이라며 "생산 네트워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노동력 시장 접근성 등 기본적인 경쟁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단계인 '초국경 도시협력권'은 산업 벨트를 기반으로 발생한다.

    각 도시협력권마다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며 대표적인 지역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일단 나선(북)-훈춘(중)-하산(중)-블라디보스토크(러) 도시권은 물류와 에너지·수출경공업을 중심으로 북방지역의 대외 관문 역할을 담당한다. 

    '평양(북)-신의주(북)·단둥(중)-다롄(중)-다롄(중) 도시권'은 바이오산업과 첨단제조업 중심으로 선도 산업을 발전시키게 된다. '하바로프스크(러)-콤소몰스크(러) 도시권'은 우주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륙 거점 도시권을 형성한다. 

    ◇북 나선(나진·선봉)·러 극동 시범사업 확대 필요=다만 북방지역의 경제협력 추진 방안은 통일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실현되기까지 장기적인 기간이 소요된다. 또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 일대일로의 협력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두 가지의 추진 단계가 다르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아직 구상 단계인 반면 일대일로는 실천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연은 통일 이후 점진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현 단계에선 일단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한과 러시아 3개국의 물류협력사업이다. 국토연은 이 프로젝트를 북한 나선의 물류와 중국 훈춘의 수출경공업,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산업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나선-훈춘-장춘을 연결하는 교통축과 나선-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교통축을 각각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국 훈춘 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과 같은 유사한 산업기지를 조성해 중국과 함께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산업 및 인프라 협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전문가 협력과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 북방 지역을 관통하는 '아시안 하이웨이'는 서울과 동북3성 간 물류비용을 최대 56%나 줄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605억달러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일을 전제한 추정이지만 한반도 북방 지역 개발은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추락하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의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4일 국토연구원 국제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반도 북방 지역 개발의 경제적 효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16개 광역자치단체와 중국 31개 성 및 러시아 9개 주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교통시설 개발과 생산투자 활동이 주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국내에서 북방 지역을 잇는 아시안 하이웨이다. 먼저 교통 인프라가 구축돼야 국경을 초월한 경제협력지역 구축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아시안 하이웨이가 개발될 경우 한중 간 교역을 관장하는 판문점~신의주 구간(가칭 1번 고속도로)과 한·러 간 고성~블라디보스토크(6번 고속도로)가 생길 것으로 가정했다. 그는 육로를 통한 수송은 기존의 해상 운송에 비해 이동속도와 운임, 선적 및 하적 시간 비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해상 수송속도는 시간당 46㎞에 불과하지만 육로를 통한 수송은 시간당 80㎞에 달한다. 이를 통해 서울과 동북3성 간 운송시간은 현재 해상 운송보다 33~54% 감소하고 부산과 극동 러시아 간 운송시간도 최대 56%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고속도로 개발을 통해 지역 간 물류비용과 운송시간이 줄어들고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전체 북방 지역의 GDP는 970억달러가 늘어나 지난 2010년 대비 6.2%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는 605억달러의 GDP 제고 효과가 나타나 북방 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아시안 하이웨이에 지역 인프라 확충, 규제완화까지 더해지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김 교수는 고속도로 확충 등 지역개발 투자와 노동력 이동 규제 완화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북방 지역 전체 국내 총생산량이 2,360억달러(15.2%)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곳은 북한으로 성장률 제고 효과가 89.6%(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고 이어 극동 러시아(31.8%, 159억달러), 동북3성(20.2%, 1,116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총 841억달러 늘어나 9.1%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 교수의 연구는 통일을 전제로 한 만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각종 개발계획은 그림의 떡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각국이 민관협력을 통해 자금조달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 북방 지역 개발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북방 지역의 경제협력을 통해 교통시설을 확충하고 지역개발 투자를 확대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국내보다는 중국의 동북3성이 더 크고 특히 북한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발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조달과 경제협력 방안, 산업 클러스터 등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