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해 뚫고 태어난 북방의 수호신 탄도미사일 '현무'
현무 탄도미사일의 발사 장면.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박정희 전 대통령 '극비 사업 지시'에서 시작
논바닥에 비행체 떨어지고…미국이 부품 수출 금지도
우여곡절 속 사거리 연장, 현재 사거리 500km 이상 달해
2017년 이후 최대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 개발 전망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군 당국은 우리가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최근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2017년까지 800km로 연장하겠다’는 내용의 5개년 발전계획을 국방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은 최대 사거리가 500km인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거리는 물론 명중률도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에 불과했다.
1986년 10월 17일. 전북 부안군 줄포리 파출소에 동네 논바닥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행체에는 ‘국방과학연구소’ 명판이 붙어 있었다.
비행체가 추락한 지점 30m 밖에는 농부가 벼 타작을 하고 있었고 약 200m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는 장날을 맞아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 비행체는 군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현무’의 시험 발사체였다. 현무로 이름이 바뀌기 전 ‘백곰’ 사업 당시 시험 발사체가 시험장 뒷편 마을로 날아간 이후 두 번째로 발생한 육지 추락 사고였다. 당시 마지막 운용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던 ADD는 현무 시험 발사체의 유도조종계통 연결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경로를 이탈하자 비상폭파했다. 폭파된 발사체 일부가 예상치 못한 곳에 떨어진 사고였다. 200원짜리 핀 한 개의 접촉불량으로 15억원짜리 시험 발사체가 논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북방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탄도미사일 현무의 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극비 메모에서 출발했다. 현무는 사방신(四方神)중 북쪽을 지키는 상상 속 동물이다.
‘독자적 개발체제 확립. 지대지 유도탄 개발. 1단계는 75년 내 국산화 목표로 함. …중략… 유도거리 200km 내외의 근거리. 탄두는 전략표적 파괴목적으로 파괴 효과가 큰 것을 개발. 미사일 기술 연구반 ADD에 부설하고 공군에 미사일 전술반 설치’
현무 사업의 첫 이름은 ‘백곰’이었다. ADD는 1977년 선행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4월 최초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추진되던 사업은 1982년 말 신군부가 사업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현 상태로 사업 정리. 사업 참여 인원의 대대적 감원. 사업종결 후속 조치하라’는 지시가 청와대에서 떨어졌다.
당시 군비 축소에 나선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본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사업은 재개됐다. 1983년 10월 9일 벌어진 ‘버마 아웅산 테러’가 계기가 됐다. 이날 북한의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 이하 여러 정부요원과 취재 기자 등 17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 등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양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무 사업의 재개를 지시했다. ADD는 1986년부터 1987년까지 현무 미사일 종합체계에 대한 실용성 평가를 진행해 1차 생산과 전력화에 성공했다. 연구소는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2차 전력화는 1989년 착수돼 1995년에 완료됐다. 군 당국은 추가로 현무를 생산해 부대 규모를 확장했고 야전부대를 대상으로 장비 운용·정비 교육을 실시했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또 다른 위기를 겪었다. 미국이 부품 수출을 거부한 것이다. 1989년 하반기 미국은 지대공 미사일 ‘천마’ 개발용 부품을 포함한 미국산 부품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현무를 비롯한 각종 미사일과 로켓 등 개발 생산 부품의 수출도 거부했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개발 의도에 대해 미국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1979년에도 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했었다.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를 통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180km로 제한하고도 의심을 버리지 못한 미국은 재차 국산 미사일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군 당국은 1990년 10월 두 번째로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에 서명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의 강요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하는 동안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꾸준히 지속해 갔다.
북한은 1989년 사거리 1350km의 노동미사일과 1998년 사거리 2600km의 대포동1호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2001년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기존의 미사일 양해각서를 폐기하고 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탄두 중량 500kg)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 미사일 지침’에 합의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현재 우리 군이 보유 가능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km다. 한미 양국은 2012년 10월 11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기존보다 500km 더 늘어났다.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에서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원칙에 따라 사거리를 줄이고 파괴력을 키울수도 있다.
현무는 적 도발 시 후방에 위치한 지상 표적을 타격하기 위한 지대지 미사일이다. 차량에 탑재된 채 이동하며 정밀 관성유도방식으로 목표물을 타격한다. 고체 추진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 현무 개발로 우리 군은 단일 추진기관, 관성항법장치, 유도조종장치, 이동형 발사대, 발사통제장비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첫 개발 당시 사거리 180km에 불과했던 현무 미사일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3호를 발사한 이후인 2012년 4월 사거리 300km 탄도미사일 현무-2와 사거리 500~1500km 순항미사일 현무-3을 공개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안흥 ADD 시험장에서 사거리 5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B가 베일을 벗었다. 현무는 이름 그대로 명실상부한 ‘북방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군 당국은 우리가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최근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2017년까지 800km로 연장하겠다’는 내용의 5개년 발전계획을 국방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은 최대 사거리가 500km인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거리는 물론 명중률도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에 불과했다.
1986년 10월 17일. 전북 부안군 줄포리 파출소에 동네 논바닥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행체에는 ‘국방과학연구소’ 명판이 붙어 있었다.
비행체가 추락한 지점 30m 밖에는 농부가 벼 타작을 하고 있었고 약 200m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는 장날을 맞아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 비행체는 군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탄도미사일 ‘현무’의 시험 발사체였다. 현무로 이름이 바뀌기 전 ‘백곰’ 사업 당시 시험 발사체가 시험장 뒷편 마을로 날아간 이후 두 번째로 발생한 육지 추락 사고였다. 당시 마지막 운용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던 ADD는 현무 시험 발사체의 유도조종계통 연결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경로를 이탈하자 비상폭파했다. 폭파된 발사체 일부가 예상치 못한 곳에 떨어진 사고였다. 200원짜리 핀 한 개의 접촉불량으로 15억원짜리 시험 발사체가 논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북방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탄도미사일 현무의 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극비 메모에서 출발했다. 현무는 사방신(四方神)중 북쪽을 지키는 상상 속 동물이다.
‘독자적 개발체제 확립. 지대지 유도탄 개발. 1단계는 75년 내 국산화 목표로 함. …중략… 유도거리 200km 내외의 근거리. 탄두는 전략표적 파괴목적으로 파괴 효과가 큰 것을 개발. 미사일 기술 연구반 ADD에 부설하고 공군에 미사일 전술반 설치’
현무 사업의 첫 이름은 ‘백곰’이었다. ADD는 1977년 선행개발에 착수해 이듬해 4월 최초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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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군비 축소에 나선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본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사업은 재개됐다. 1983년 10월 9일 벌어진 ‘버마 아웅산 테러’가 계기가 됐다. 이날 북한의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 이하 여러 정부요원과 취재 기자 등 17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 등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양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무 사업의 재개를 지시했다. ADD는 1986년부터 1987년까지 현무 미사일 종합체계에 대한 실용성 평가를 진행해 1차 생산과 전력화에 성공했다. 연구소는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2차 전력화는 1989년 착수돼 1995년에 완료됐다. 군 당국은 추가로 현무를 생산해 부대 규모를 확장했고 야전부대를 대상으로 장비 운용·정비 교육을 실시했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또 다른 위기를 겪었다. 미국이 부품 수출을 거부한 것이다. 1989년 하반기 미국은 지대공 미사일 ‘천마’ 개발용 부품을 포함한 미국산 부품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현무를 비롯한 각종 미사일과 로켓 등 개발 생산 부품의 수출도 거부했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개발 의도에 대해 미국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1979년에도 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했었다.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를 통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180km로 제한하고도 의심을 버리지 못한 미국은 재차 국산 미사일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군 당국은 1990년 10월 두 번째로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에 서명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의 강요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하는 동안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꾸준히 지속해 갔다.
북한은 1989년 사거리 1350km의 노동미사일과 1998년 사거리 2600km의 대포동1호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2001년 우리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기존의 미사일 양해각서를 폐기하고 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탄두 중량 500kg)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 미사일 지침’에 합의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현재 우리 군이 보유 가능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km다. 한미 양국은 2012년 10월 11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기존보다 500km 더 늘어났다.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에서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원칙에 따라 사거리를 줄이고 파괴력을 키울수도 있다.
현무는 적 도발 시 후방에 위치한 지상 표적을 타격하기 위한 지대지 미사일이다. 차량에 탑재된 채 이동하며 정밀 관성유도방식으로 목표물을 타격한다. 고체 추진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 현무 개발로 우리 군은 단일 추진기관, 관성항법장치, 유도조종장치, 이동형 발사대, 발사통제장비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첫 개발 당시 사거리 180km에 불과했던 현무 미사일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3호를 발사한 이후인 2012년 4월 사거리 300km 탄도미사일 현무-2와 사거리 500~1500km 순항미사일 현무-3을 공개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안흥 ADD 시험장에서 사거리 5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B가 베일을 벗었다. 현무는 이름 그대로 명실상부한 ‘북방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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