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전망에… 안전 자산 금값 약세
금리 인상설, 달러 가치 올라^ 10월 이후 7.6% 떨어져
인플레이션 방어자산인 金, 물가 상승해야 가격 올라… 저유가·물가 안정 영향도
金 관련 펀드도 수익률 악화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안전 자산 중 하나로 꼽히는 금값은 계속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저유가로 물가도 계속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금값이 눈에 띄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 선물 가격, 두 달간 8% 하락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온스당 107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월 12일 온스당 1164.9달러를 기록한 이후 2개월 만에 7.6% 하락한 수치다. 올해 들어 금 선물 가격의 하락률은 9.3%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잠시 오름세를 보이던 금값은 10월 이후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져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값은 반대로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0월 14일 93.95에서 지난달 말 100.21까지 상승한 뒤 11일 현재 97.55를 기록 중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점도 금값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은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가격이 오르려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35달러 선까지 하락하는 등 유가가 더욱 하락하면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금 펀드 수익률도 악화
금값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국제 금 선물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악화되고 있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금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를 기록해 국내 주식형펀드(-1.1%)와 해외 주식형펀드(3.5%) 등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은 최근 3개월간 -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인덱스로골드특별자산'과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도 수익률이 각각 -3.3%, -2.6%에 그쳤다.
반면 국내 금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지난 11월 누적 거래량은 391.9㎏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8.3㎏에 비해 108% 늘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도 18.7㎏으로 전달의 6.4㎏에 비해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국제 금값 하락으로 저가 매수 대기 물량이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금값 반등 힘들 것" 전망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값이 눈에 띄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달러화 가치가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데다, 이란의 원유 공급 확대로 저유가 상황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값이 오르기 위해서는 세계 1, 2위 금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기가 살아나 금 수요가 다시 증가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기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국가들의 경기가 내년에 살아나도 금 가격 상승률은 구리를 포함한 산업용 원자재 가격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금값이 현재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물가가 상승할 경우 실질금리가 낮아지고 달러화 강세도 제한될 수 있다"며 "내년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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