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농협중앙회의 ‘도시와 농촌간 인구이동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도시에서 군 단위 이하 농촌으로 이주하는 순(純)이동 인구는 불경기에는 늘어나고 호경기엔 줄어들었다. 여기서 농촌으로의 순이동 인구는 수도권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인구에서, 반대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인구를 뺀 수치다. 농협은 통계청의 과거 20년간 인구이동 통계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놨다.
장기 시계열을 이용한 도농간 인구이동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경기엔 도시로, 불경기엔 농촌으로
1996년 농촌 순이동 인구는 마이너스(-) 9,143명이었지만 외환위기의 칼바람이 몰아친 1997년엔 플러스(+3,774명)로 전환됐다. 이듬 해인 1998년에도 농촌 순이동 인구는 2,409명에 달했다. 이후 외환위기 여파가 점차 잦아들면서 1999년(-1만626명)부터는 상경자 수가 낙향자 수를 다시 압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바람을 타고 -4만7,182명(2002년)까지 급격히 감소했던 농촌 순이동자 수는 ‘카드대란’ 사태가 터진 2003년(-3만421명)부터 감소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에 다시 농촌 순이동 인구가 플러스(2,600명)를 기록한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 농촌 순이동 인구가 큰 폭의 마이너스(-1만2,041명)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농촌 순이동 인구가 늘어난 것은 낙향자 증가뿐 아니라 상경자 감소 탓도 있다. 농촌에서 수도권 도시로의 이동자 수는 2002년 20만6,124명에서 2003년 17만7,368명으로 줄었고, 2004~2007년 15만~16만명 정도에서 2008년부터는 14만명 대 이하로 감소했다. 경기가 나빠져 상경의 꿈을 접거나 미룬 인구가 늘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극복 이후에도 농촌 순이동자 계속 늘어
과거엔 농촌 순이동 인구가 경기 상황에 따라 증가(불경기)와 감소(호경기)를 반복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론 양상이 달라졌다. 농촌 순이동 인구는 2010년 1만4,949명에서 2014년엔 1만6,159명까지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이유에 대해 김한종 농협 미래전략부 책임연구원은 “대도시의 구심력 약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호경기를 맞이하지도 못하면서 ‘저성장’ 국면이 이어졌고, 그 결과 도시가 농촌 인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상경할 수 있는 젊은 농촌 인구가 줄어든 것 역시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론 전반적인 인구이동이 예전보다 둔화하면서 낙향자 수도 조금씩 줄고 있다. 수도권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자 수는 2010년(14만7,103명)에서 2014년(11만9,020명)으로 2만8,083명 줄어들었다. 물론 농촌에서 수도권 이동자 수는 같은 기간 13만5,609명에서 10만2,861명으로 더 큰 폭(3만2,748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2009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5년생)의 은퇴 시기가 시작되며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본격화하면서 낙향자 수 감소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