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우려에 10명 중 8명 "올해 집 안산다"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주택 공급과잉과 정부의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빠르게 식고 있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은 현저히 줄어들고, 주택구매를 늦추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분위기다.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던 분양시장에서 최근 들어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는 것도 이처럼 위축된 주택소비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활력을 잃어가는 주택시장의 현실은 머니투데이와 KB국민은행이 병신년을 맞아 공동으로 실시한 ‘주택구매 및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향’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2월10일부터 21일까지 11일간 KB부동산 회원 7090명(유주택자 4881명, 무주택자 22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중 7명은 올해 주택가격이 ‘하락’(39.2%)하거나 ‘보합세’(31.6%)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올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3.7%에 그쳤다. 유주택자는 물론 지난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3구 거주자(423명)들 역시 70% 이상이 올해 주택가격이 '하락'(36.7%)하거나 '보합세'(33.3%)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집값 향방은 주택구매의 바로미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면 소비심리는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 주택 구매시기를 묻는 질문에 ‘올해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는 18.1%(상반기 7.7%, 하반기 10.4%)로 10명 중 2명이 채 안됐다.
‘2018년 이후 주택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23.1%로 가장 많았고, ‘정부의 추가대책이 나올 때’ 21.7%, ‘2017년 이후’ 14.9%로 뒤를 이었다. 아예 ‘주택 구매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도 22.3%에 달했다.
주택구매를 늦추는 현상은 실수요자인 무주택자일수록 더욱 뚜렷했다. 무주택자 역시 ‘2018년 이후' 주택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26.3%로 가장 많았던 반면 ‘올해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는 14.9%(상반기 6.1%, 하반기 8.8%)에 불과했다.
올해 주택구매를 꺼리는 이유로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0.8%가 ‘공급과잉 등 불투명한 주택경기’를 꼽았다. 이어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 30.49%, ‘세금 등 주거비 부담’ 9.7%, ‘대출금리 상승’ 9.2% 순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향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9.8%가 '고민 중'(39.9%)이거나 '투자의향이 있다'(39.9%)고 응답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은 구매에 따른 리스크가 커 상당한 고민 끝에 구매를 결정하는 고관여 상품으로 주택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대출규제에 금리까지 오르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경기가 나빠져도 저금리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장기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임대주택, 상가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