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7년새 30배↑… 투기꾼들 '탐내는 탐라'
성산읍 '맹지' 감정가의 4배 낙찰…투기 급증으로 최근 5년 자가보유 56% 그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론 사람도 제주도로 보내야 할 듯하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카페·식당·펜션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부동산 투자기회를 엿보러 제주도를 찾는 이들도 급증했다. 집값, 땅값이 치솟은 건 당연하다. 이에 제주도를 직접 찾아 현지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지방법원 경매법정. 성산읍 신풍리에 위치한 662㎡ 규모 임야의 낙찰가격이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감정가가 992만원에 불과한 이 임야가 4.3배 비싼 4300만원에 팔린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 임야가 도로도 없는 '맹지'에다 전체 부지(2648㎡)의 25% 지분만 경매됐다는 점이다. 낙찰받더라도 전혀 활용할 수 없는 토지기 때문에 아무리 활황인 제주 경매시장이라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에 들어서는 '제2공항' 부지 인근이란 점이다. 이날 함께 경매된 성산읍 수산리 대지면적 1375㎡ 펜션도 5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5억5685만원)보다 높은 5억6150만원에 낙찰됐다. 역시 공항부지와 인접한 곳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지는 제주 이주로 인해 지역 부동산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도심지는 물론 해안에서부터 중산간 지역에 이르기까지 제주 전역으로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인근 땅값은 도심권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땅값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집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인구증가에 따라 주택수요가 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서민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함은 물론 각종 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
19일 부동산경매 전문 뉴랜드농업법인이 올들어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부동산 물건 26건의 낙찰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경쟁률 9.9대1에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82%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4.5대1, 73.8%)의 2배 넘는 수치다.
실제로 지난 2일 성산읍 수산리의 827㎡ 임야는 47명이 입찰한 끝에 감정가(5375만원)의 279%인 1억5009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제주 ‘오름’의 일부로 소나무와 잡목이 자라는 쓸모 없는 땅이어서 낙찰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거래가 이뤄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소재 토지는 3.3㎡당 무려 1000만원을 기록,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는 2008년 3.3㎡당 30만원 선에서 7년 만에 30배 이상 오른 셈이다.
|
◇매달 1000만원 오르는 제주 집값…투기수요 가세
제주 땅값과 함께 집값도 덩달아 치솟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주의 구도심인 이도2동 H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2013년 12월 2억95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3억3000만~3억5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지난달엔 5억원에 실거래됐다. 2년도 안돼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같은 아파트 106㎡도 지난해 말까지 3억원대에 거래되다 최근 6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불과 5년 전 분양 당시만 해도 3.3㎡당 700만원 넘어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아파트다. 1년새 가격이 올라 3.3㎡당 1500만원에 달한다.
이같은 제주 일대 집값 상승의 원인은 2010년부터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연평균 2000가구 정도에 불과한 반면 제주로 유입되는 순유입 인구는 매달 1000명을 넘어서고 있어서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집값 폭등에 투기수요가 가세했다는 데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 주택보급률은 △2010년 97.4% △2011년 99.9% △2012년 103.2% △2013년 108.2% △2014년 111.0% 등으로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가보유 가구는 56%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는 투기수요인 셈이다.
H아파트 주민 김모씨(52)는 "집값이 올라 기분은 좋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불안하다"며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 팔기도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제주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뿐 아니라 제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도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제주이민' '제주앓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2009년까지는 제주에 들어와 살려는 사람보다 뭍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제주의 순이동(전출자-전입자) 인구는 1015명으로 전출자가 많았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총전입자 수는 7만3476명으로 매달 평균 8164명이 전입했다. 제주의 인구는 2000년 54만2368명에서 지난해 60만7346명으로 6만4978명이나 늘어났다. 전체 인구에 견줘 증가율을 보면 전국에서 세종시 다음으로 제주가 높다.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유도 각기 다르다. 도시생활을 버리고 한적하고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에 터를 잡은 사람이 있는 반면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
최근엔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제주에 산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³о재.태.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 생산 태양광 전기 이웃집에 판매 허용 (0) | 2016.01.19 |
---|---|
집값 하락 우려에 10명 중 8명 "올해 집 안산다" (0) | 2016.01.08 |
증시/투자전략 보수적으로 변화… 대형주·간접투자 비중 높아질 듯 (0) | 2015.12.23 |
대기업들 '허리띠 졸라매기' 백태‥버스로 출장 (0) | 2015.12.21 |
美 금리 인상 전망에… 안전 자산 금값 약세 (0) | 2015.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