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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대표 클럽 '살롱 바다비'는 왜 문을 닫았을까

여행가/허기성 2016. 1. 20. 07:26

홍대 대표 클럽 '살롱 바다비'는 왜 문을 닫았을까

'10cm', '장재인' 등 인디 뮤지션 인큐베이터…높아진 임대료에 밀려

문화예술인들이 정성을 기울여 대학가에 특색있는 거리를 조성했지만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인근 대학생들도 부쩍 높아진 물가에 울상을 짓는 모습이다.

2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예술의 거리이자 대학가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주변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커피프린스길', '걷고 싶은 거리', '주차장길'로 대변되는 홍대 앞 상권은 이제 포화상태가 됐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 둘씩 점포를 내놓고 떠나는 업주들도 등장했다.

홍대 상권에 정통한 이들은 과거 젊은 세대의 문화예술인들이 전공을 살려 '차별화 된 거리'를 만들어 낸 게 도리어 이들에게 화로 돌아왔다고 지적한다. 예술인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특정 지역에 몰리고, 그 지역이 문화거리로 조성되면 임대료가 높아져 다시 쫓겨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홍대에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주인공 밀려나는 홍대 앞 = 지난해 10월 십 수년 간 홍대 앞을 지켰던 클럽 '살롱 바다비'가 문을 닫았다. '10CM', '장재인' 등 홍대하면 떠오르는 인디 뮤지션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난 2011년 높아진 임대료와 대표 우중독보행(예명)씨의 수술비 마련 등을 위해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결국 임대료 상승을 이겨내지 못했다. 바다비 매니저였던 배소연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임대료가 올라 클럽 영업을 더는 지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곳은 재계약 과정에서 2000만원이던 보증금이 5000만원으로 올랐다.

이 외에도 합정동 인근의 공연장 씨클라우드가 지난해 5월 문을 닫은 데 이어 클럽 롸일락이 오는 3월 영업을 접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 소상공인들이 홍대 앞을 지탱한다는 말도 옛말이 된 것. 또한 갈 곳을 잃은 뮤지션들이 '버스킹(거리공연)'을 펼치는 와중에 소음 문제로 인근 상인들과 충돌을 빚기도 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114의 리서치에 따르면 홍대 앞 상가 평균 임대료는 2015년 3분기 1㎡당 3만75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4년 1분기의 2만7700원보다 35% 이상 상승한 수치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의류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는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점령도 가속화되고 있다.

10년 넘게 홍대 앞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5·남)는 "투자 목적의 건물주들이 늘어났다"면서 "이러한 경우 상대적으로 월세가 많이 오른다"고 되짚었다. 이어 "경쟁이 심해져 (가게를 접어) 공실이 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홍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대표는 "수요가 있으니 그에 맞는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라면서도 "홍대만의 공연장 등 특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기획 부동산'의 개입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교동과 연남동 등 홍대 앞 지역의 건물주들은 기획부동산 업자들로부터 "주차장을 개조해서 (상가를 꾸려) 월세를 더 받으시라.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줄을 섰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 앞으로도 계속 오를테니 더 좋은 분(업주)을 소개시켜 주겠다" 류의 연락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교동에서 점포를 꾸리고 있는 건물주 A씨는 "솔직히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높은 물가에 신음하는 대학생들 = 이 같은 움직임은 자연스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대학생들의 출혈이 크다. 밥 한 끼 가격에 맞먹는 6000~7000원의 커피값은 이미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실제 홍익대 재학생들을 비롯한 대학생들은 이 거리에서 비주류가 됐다.

홍익대 미대 졸업생 조익환씨(29·남)는 "저렴한 학생 밥집은 다 없어지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미대생들이 주축이 된 '거리 미술전'도 예로 들었다. 거리에 이 학교 미대생들이 작품을 전시하거나 벽화를 그리는 미술전이 더 이상 공간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조씨는 "본래 미술전이 펼쳐지던 곳곳에 상가가 자리잡아 학생들은 작품을 부릴 곳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류종욱 홍익대 총학생회장(08학번)은 "제가 새내기 때만 해도 문화 예술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이제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홍대생이 홍대 앞에서 놀기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구장과 PC방, 스터디 카페 등 학생들이 많이 애용하는 업종이 사라진 것도 아쉬워했다. 또 자취방 문제를 되짚으며 "예전과 달리 학교 인근에 방을 구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성산이나 망원 등 (학교에서) 한 두 정거장 멀리 사는 친구가 대다수"라고 토로했다.

인디밴드 '아폴로18'의 김대인씨는 "공연 관람을 목적으로 홍대를 찾던 관객들도 '이제는 어디 가냐'는 말을 한다"면서 개성을 잃은 홍대 앞이 일반인들에게도 외면 받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