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북~영호남 X형 종횡무진..고속철 이젠 세계로?
올해 고속철도의 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지난해 4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된 데 이어 올해 8월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경부선과 호남선, 수도권선으로 이뤄진 고속철도의 대동맥이 완성된다. 2004년 경부고속철도 1단계 광명~동대구 개통 때 248㎞였던 고속선로는 경부 2단계 동대구~부산 개통으로 372.2㎞, 2015년 호남고속철도 오송~광주송정과 대전, 대구 도심 구간 개통으로 현재 599.8㎞에 이르렀다. 올해 8월 수도권 고속철도 수서~평택 구간이 개통되면 660.9㎞로 늘어난다.
올해 8월 수서~평택 구간 개통
수도권 고속철, 경부·호남선과 연결
12년 만에 X형 완성…철도 대세로
서울·지방 모두 상호간 방문 늘어나
쇼핑·의료 등 수도권 쏠림은 기우로
여행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고속철 출발, 애초 광명역으로 설계
출발지 서울·용산역 바뀌며 ‘헛돈’
정치 입김, 노선·역 결정 왜곡 문제로
시속 200㎞대 준고속철 차기 과제
독·프·일본 틈새 세계시장도 엿봐야
고속철도가 실어나른 사람은 지난해 9월 5억명을 돌파했고, 누적 운행 거리도 2억6천만㎞를 돌파했다. 경부고속철의 경우 2004년 수송 인원은 1669만명이었으나, 2014년엔 4362만명으로 2.6배로 늘어났고, 하루 수송 인원도 6만명에서 11만9천명으로 2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개통된 호남고속철은 9개월 동안 581만명을 실어날랐다. 고속철도 전체 수익은 2004년 5512억원에서 2015년 1조9272억원으로 11년 만에 3.5배로 늘어났고, 운행거리도 2004년 1304만㎞에서 2015년 3400만㎞로 2.6배로 늘어났다.
■ 고속철도가 가져온 변화들고속철도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철도의 부활이다. 고속철도는 교통수단들 사이의 수송 분담률을 크게 바꿔놓았다. 고속철 개통 전인 2003년에 수도권~대구 구간의 수송 분담률은 철도(12%)가 승용차(48%)와 버스(29%)에 크게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2012년엔 60%로 1위로 뛰어올랐고, 승용차는 20%, 버스는 16%로 내려앉았다. 기존 일반 철도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결과였다. 최진석 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자동차와 도로에 밀려 한동안 버려졌던 철도가 더 좋은 교통수단으로 돌아왔다. 철도 산업이 다시 발전하는 일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초기엔 ‘빨대 효과’가 우려됐지만, 현재는 지방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2013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고속철도의 통행 목적은 가족·친지·친구 방문(39.2%), 업무·출장(27.3%), 관광·휴가(20.4%) 등이 86.9%로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쏠림이 우려된 쇼핑(0.4%), 병원 진료(2.9%), 학원 수강(1.1%) 등은 4.4%에 불과했다. 지역 간 이동 인원에서도 수도권으로의 쏠림은 사라졌다. 고속철도 도입 첫해인 2004년 대구권→수도권 이동은 243만명으로 수도권→대구권 이동 172만명보다 훨씬 많았으나, 2013년에는 각각 640만명, 648만명으로 숫자가 역전됐다. 김동선 대진대 교수는 “서울과 지방 모두 방문자가 늘었다. 특히 여행 목적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을 방문하는 수요가 늘어나 지방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의 도입은 철도 기술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고속열차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차량, 전차선, 신호, 유지보수 등 4가지 핵심 기술을 이전받았다. 고속열차도 1~12편성은 프랑스에서 만들었으나, 13~46편성은 알스톰의 면허를 받아 한국에서 생산했다. ‘편성’이란 흔히 9~18량으로 구성된 열차 한 세트를 이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속열차가 케이티엑스-1(테제베-케이)이다. 그 뒤 한국은 2010년 산천, 2015년 산천2를 개발해 상용화했으며, 2013년에는 최고 시속 421.4㎞의 차세대 고속열차인 해무를 개발했다. 김기환 철도기술연구원장은 “한국의 기술은 고속철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일본의 90% 수준까지 갔다. 신호 체계 기술을 발전시키면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고 평가했다.
■ 여전히 남은 문제점들한국의 고속철도는 큰 도약을 이뤘으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부고속철의 고속선로 출발역인 광명역과 호남고속철 출발역인 오송역 문제다. 광명역은 애초 경부고속철의 출발역으로 계획됐으나, 출발역이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변경되면서 중간역으로 전락했다. 출발역이 아니었다면 사실상 필요가 없는 역이었다. 광명역은 광명시나 주변 도시들로부터 접근성도 극히 나쁘다. 특히 광명역을 출발역으로 계획하면서 노선이 왜곡돼 경기도 최대의 도시이자 기존 경부선 철도의 중추역이었던 수원이 경부고속철에서 배제됐다.
그럼에도 광명역은 애초 계획에 따라 4천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의 역으로 만들었다. 광명역보다 이용객이 5배나 많은 서울역을 비롯해 부산, 동대구, 대전, 용산 등 주요 역은 민자로 짓거나 예산을 적게 투입해 부실하게 지어졌다. 불필요한 역에 예산을 몰아넣고, 중요한 역에는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것이다.호남선의 출발역인 오송역 역시 잘못된 결정이었다. 애초 호남고속철의 출발역은 거리·시간상으로는 천안아산, 수요·비용상으로는 대전역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충북의 강력한 요구, 세종시 입지 결정, 대전과 충남 사이의 경쟁 속에서 엉뚱하게도 가장 조건이 나쁜 오송으로 출발역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왜곡되고 많은 승객 수요를 잃어버렸다. 위치도 청주와 세종시 사이여서 접근성이 매우 나쁘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부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해 수원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했고, 호남선의 출발역도 오송이 아닌 천안아산이나 대전이어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되돌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고속철도역이 기존 기차역과 분리되고 도심과 멀어져 승객들에게 만성적인 불편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경부선의 천안아산, 오송, 김천구미, 신경주, 울산, 호남선의 광주송정, 수도권선의 지제, 동탄 등 역들은 기존 철도역과 분리돼 갈아타기가 어렵다. 또 경부선의 광명, 천안아산, 오송, 김천구미, 울산, 신경주, 호남선의 공주, 수도권선의 동탄, 지제 등 역들은 도심과 10㎞ 이상 떨어져 있다. 서울, 용산, 대전, 동대구, 부산 등 주요 역들은 모두 도심의 기존 역을 사용해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박종혁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노선이나 역의 위치는 교통이 아니라 정치의 관점에서 결정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신철수 시설계획처장은 “주요 역을 뺀 나머지 역들까지 모두 그대로 사용했다면 고속철도의 효율을 높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고속철도가 가야 할 길올해 8월 수도권고속철도가 개통되면 X 형태의 고속철도 틀이 완성된다. 경부, 호남, 수도권 고속철도 외에 최고 시속 300㎞ 이상의 고속선로를 설치하는 구간은 더이상 없다. 다만 이 3개 고속철도 노선 가운데 아직 고속선로가 없는 서울~광명, 광주송정~목포, 복복선이 필요한 평택~오송엔 고속선로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 3가지 계획은 모두 올해 발표될 3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된다.
정부는 올해 고속철도망의 완성을 전후로 다른 철도 노선과 새 노선을 최고 시속 200㎞대의 준고속으로 개량, 신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고속선을 줄기로, 준고속선을 가지로 한 새로운 전국 철도망을 구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원주~강릉, 서해선(송산~홍성), 중앙선(원주~영천~신경주), 경전선(부전~마산), 중부내륙선(이천~문경)이 건설 중이고, 월곶~판교, 여주~원주가 계획 중이며, 춘천~속초, 남부내륙(김천~거제), 경전선(광주~순천)이 예비타당성조사 중이다.
이제 한국의 고속철도가 뻗어나갈 길은 세계 시장이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이 3강을 형성하고 있던 세계 고속철도 시장엔 최근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3년까지 운행 구간 1만1천㎞, 건설 중인 구간 1만2천㎞로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망을 갖고 있다. 과거의 강자들도 주춤한 상황이어서 한국의 세계 시장 진출은 만만치 않다. 장진복 한국철도공사 대변인은 “이미 개발한 동력 분산식 열차를 빨리 상용화하고, 효율적인 건설·운영 시스템을 갖춘다면 중국과의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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