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박원순 면전서 "누리예산 왜 말바꾸나"
"지난해 협의회때 교부금에 누리예산 포함 찬성 안했나…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엄마들은 무슨 죄냐" 朴시장은 아무 대꾸 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누리 과정 예산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앞에 앉혀두고 "지난해엔 시도 교육청이 누리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에 찬성해놓고 왜 말을 바꾸느냐"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다.
이날 회의에선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한 경비 등의 명목으로 각 교육청에 목적 예비비 3000억원을 지급하는 특별 안건이 통과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누리 예산 편성 약속을 지키는 교육청에 예비비를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누리 예산을 전액·일부 편성한 12개 교육청에 예비비를 배정키로 했다. 반면 누리 예산에 496억원이 필요한 서울시를 비롯, 경기·광주·전북·강원 5개 교육청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박 시장은 회의에 이 안건이 상정되자 바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누리 예산 부족 사태는 모든 교육청이 똑같이 겪고 있는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할 수 있느냐"며 "시도지사와 교육감 협의회라도 열어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누리 예산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지자체장·교육감 중 서울시장만 국무회의에 참석 가능한 점을 활용해 그들 대신 앞장을 선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무상 보육) 공약을 했으니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러자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연이어 "이미 누리 예산은 다 지급됐다" "각 교육청이 불필요한 지출만 줄여도 수천억원을 아낄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한 참석자는 "그러나 두 부총리가 너무 점잖게 얘기하며 실무적으로만 얘기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박 시장께선 지난해 시도지사-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 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느냐"며 "(교육감들이)받을 돈은 다 받아가 놓고 이제 와서 다 썼다고 또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선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엄마들은 무슨 죄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계속 그러면 앞으로 법을 바꿔서라도 (교부금 용도를 특정해) 누리 예산을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국무위원
들은 전했다. 국무회의 뒤 배석했던 청와대 보좌진들이 "박 시장 발언에 불쾌하진 않으셨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박 시장이) 늘 하시던 말씀인데요. 뭐"라며 웃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 취업 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서울시의 '청년 수당' 정책을 놓고 장관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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