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북한, 장마당·돈주에 소득세 징수 나서
북한이 오는 5월 개최하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세금제도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1974년 폐지한 이후 42년 만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국가 재정의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중앙이 지방에 대폭적으로 경제자율권을 부여하고 대신에 토지세·수도세·전기세 등만 중앙에서 세금으로 거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신흥 재벌인 돈주들이 가동이 멈춘 지방의 공장·기업소 등 국가 자산을 이용할 경우 그 사용료를 앞으로 중앙에서 공식적인 세금으로 챙기겠다는 뜻이다. 대신에 북한 당국은 반대 급부로 개인과 지방에 장마당과 개인 상업을 확대시키겠다는 방침이다.이에 따라 그동안 중앙에서 통제하던 중앙특구 5곳과 경제개발구 21곳도 각각 지방에서 관리하게 된다. 신의주 국제경제지대는 평양에 있는 신의주지구 개발총회사가 아니라 점차 평안북도 인민위원회에서 총괄한다.
북한이 이번에 부활시키려는 것은 개인소득세다. 특히 돈주들의 대상이다. 돈주들의 상업 활동이 갈수록 확대됨에 따른 조치다. 소득세의 세율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소득세를 마지막으로 거둔 74년은 소득의 1.8%였다. 당시는 돈주들이 없어 세율이 낮았지만 이번에는 소득에 따라 인상할 조짐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장마당의 활성화와 돈주의 증가로 빈부 격차가 심해져 세금제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북제재 강화로 국가재정에 압박이 예상됨에 따라 그것을 부활시킬 명분을 찾은 것이다.이번 추진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의 영향 탓인지 집권 이후 정부가 세금을 거두지 않는 것을 의아해했다고 한다. 북한이 세금제도를 폐지한 것은 당시 석유파동과 세계경제의 불황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김일성은 “국가예산 수입의 많은 부분이 국영기업소들의 축적에 의해 보장되고 경제·문화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국가 축적만으로 능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세금의 완전한 폐지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고 김일성 사상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김정일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김정일은 74년 2월 노동당 제5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후계자로 확정됐고 그해 4월 1일 세금제도를 폐지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서 선보인 첫 작품이 세금제도의 폐지였다.
그 이후 북한은 42년 동안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체제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폐지한 나라’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것은 선전에 불과하다. 세금을 폐지한 74년 이후에도 거래수입금(부가가치세), 국가기업이익금(법인세), 사회협동단체이익금(소득세) 등을 세금이라는 명목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국가에서 여전히 거둬들였다.사라진 것은 노동자·사무원들에게서 받던 소득세, 협동농장 농장원에서 받던 농업세(농업소득에 대해 현물로 바치는 세금) 등이다. 개인에게 부과된 세금만 폐지한 것이다. 농업세는 협동농장에서 생산량 가운데 70%를 정부가 강제로 가져가기 때문에 부활시키지 않는다.
함경북도 청진공작기계공장 근로자였던 탈북민 김철민씨는 “납세의 의무가 사라졌지만 각종 ‘노력동원’ 등의 형태로 무임금 노동력을 바쳐야 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최근 들어 북한 세금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있다”며 “북한은 세금을 자본주의의 전유물로 간주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세금이지만 그것을 사용료라는 개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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