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의 역습>중국인 땅 구입 매년 두배로..
부동산 시장 ‘큰손’ 부상
영주권 얻으려 제주도에 땅 사고
임대수입 위해 연남·대림동 상가
건물 화려하게 꾸며 임대료 인상
7년전 月 50만원서 450만원으로
상권 좋아 권리금은 ‘부르는게 값’
“서울에서는 연남동과 대림동이 중국인(중국동포 포함)들의 투자 1순위 지역 같습니다. 특히 대림동은 중국인 개인들의 크고 작은 돈이 들어오면서 상가 건물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요.”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지순규 유성부동산 대표는 최근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같이 요약했다. 지 대표는 “제주도의 투자 황금기는 이미 지난 것 같고, 서울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마포구 연남동까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어서인지 대림동이 주목받고 있다”며 “임대료뿐만 아니라 건물값이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5년 넘게 주류도매상 영업을 해온 이석우 명지주류 상무는 중국인이 상가를 사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 이 상무는 “이곳 상가는 사고 싶어도 중국인이 올려놓은 가격 때문에 한국인 상가는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고 했다.이날 대림동 중앙시장 끝머리에 위치한 한 지물포 가게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지물포 가게를 운영한 박모 씨는 “중국인이 상가를 사서 가게를 비우게 됐다”며 “지금은 중국인이 많아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장사가 안 되고 설 자리도 없다”고 토로했다.
11일 문화일보가 영등포구청에서 받은 외국인 토지취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중국인은 영등포구 내에서 169필지를 사들였다. 지난 2013년 36필지, 2014년 74필지로 해마다 두 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대림동에서 발생한 거래다. 한국감정원의 ‘외국인 건축물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영등포구에서 거래한 건축물은 2013년 164건(1만4000㎡)에서 2014년 205건(2만㎡), 지난해 304건(2만2000㎡)으로 해마다 규모를 키워 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중 절반 이상을 중국인이 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대림동에서 상권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대림역 12번 출구 앞. 이곳 상가의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른바 ‘골드라인’으로 불리며 권리금이 1㎡당 1000만 원이 넘는 상가도 있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현숙 서울부동산 대표는 “대림역 12번 출구 앞은 중국인과 중국동포에게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며 “이곳 상가의 매매가는 1㎡당 4000만 원을 웃돌기도 하고, 임차하려고 해도 적잖은 권리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옛날에는 양꼬치나 샤부샤부 가게를 운영하며 자수성가한 중국인들이 상가를 샀다”며 “하지만 지금은 환전소 등을 통해 투기자본도 몰리면서 값은 더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국인은 영주권을 받기 위해 제주도에 땅을 사고,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림동에 상가를 산다”고 전했다.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나와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유독 공사 중인 건물이 많았다. “여기도, 저기도 모두 중국인이 건물을 사서 새로 상가를 짓는 겁니다.” 주류도매상 이 상무는 대림동에 중국 자본이 몰리면서 리모델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중국인이 상가를 사면 우선 건물부터 화려하게 뜯어고친다”며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투자’는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 한 요소”라고 분석했다.중앙시장 등 대림역 인근에서 양꼬치 가게 3곳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0) 씨는 이곳에서 성공한 중국동포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대림동에 중국인 투자자본이 들어오면서 임차료도 덩달아 뛰어 냉가슴만 앓고 있다. 김 씨는 “7년 전 임차료가 월 5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9배로 뛴 월 450만 원”이라며 “대림동에 연고가 없는 중국인까지 이곳에 투자하면서 임차료에도 거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5년 전 이곳에 중국요리 가게 문을 연 중국동포 이모(37) 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장사가 잘돼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임차료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비우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 처음 자리를 잡았을 때 권리금 5000만 원을 주고 들어왔다”며 “지금 시세라면 2억 원은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대림동은 중국동포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형성돼 있다 보니, 연고가 없는 중국인이더라도 다른 지역보다는 투자하기에 친숙한 지역”이라며 “안정적인 소비 수요를 기초로 차이나머니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제주와 연남동, 명동 등 이미 중국인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외에도 대림동은 주거와 상가가 밀집해 있고, 인근에 공장도 가까워 하나의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서울에서 이곳을 대체할 만한 장소가 없어 수요도 탄탄해 중국의 투자자본은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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