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앞둔 남판교…토지보상 갈등으로 '시끌'
서판교 아파트촌(村)에서 차를 타고 경기도 용인 방향으로 난 두밀로를 따라 5분 정도 달리면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온다.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비닐하우스와 텃밭, 논뿐이라 시골 마을쯤으로 여길 법한 이곳은 사람들 사이에서 ‘남판교’라 불리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다.
-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는 대장동 개발 관련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 25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비닐하우스와 담벼락에는 ‘일사투쟁(一死鬪爭)’, ‘대동단결(大同團結)’ 등과 같은 내용의 문구도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10년 이상 표류하던 개발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토지 보상 금액 등을 두고 주민들과 개발 주체 간 의견 차이가 벌어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 계획은 6000가구 미니 신도시…사업 무산만 두 차례
분당구 대장동 일대는 지난 2004년 성남시와 당시 대한주택공사(지금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목표로 고급 주거지로 개발하겠다고 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무산됐다. 이후 대장동 주민들이 다시 한 번 민간 개발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표류하던 대장동 개발 사업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기존 계획을 뒤엎고 대장동 일대 91만2697㎡를 5914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로 개발하기로 하면서부터다.
-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모습.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로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6개사가 참여한 ‘성남의 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초기에는 대장동 일대와 분당 수정구 신흥동 일대 제1공단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으로 사업이 계획됐으나, 지난 2월 대장동 일대와 제1공단 일대를 따로 나눠, 대장동 일대만 먼저 개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시행사인 성남의 뜰은 지난 3월 대장동 일대 토지 현황 및 물건 조사를 끝냈고, 6월 중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8~9월쯤 토지보상가가 정해지고 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쯤에는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 토지 보상비 문제로 주민∙시행사간 시끌…부동산 거래도 끊겨
문제는 토지 보상비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시행사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상 토지 보상비는 6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의 예상 보상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3㎡(1평)당 토지보상가가 200만원 대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과 서판교 일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대장동 일대 토지 시세는 위치나 건물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대지 3.3㎡당 300만~500만원 정도다. 예상 토지보상가가 시세보다 3.3㎡당 많게는 100만~300만원가량 낮은 셈이다.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은 주민 측과 시행사 그리고 경기도에서 선정한 감정평가사가 내린 감정액의 평균 금액에 토지 보상을 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 ▲ 대장동개발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소.
대장동개발 주민대책위원회는 대장동 주변 서판교나 용인 수지구 등이 개발되는 동안 대장동만 개발이 지체됐고, 오랜 기간 개발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시세대로 토지 보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김동훈 대장동개발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서판교는 3.3㎡(1평)당 아파트 가격이 2000만원 정도고 용인 신봉동이나 성복동도 3.3㎡당 1000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주변이 개발되는 동안 대장동 일대만 개발이 제한돼있었던 만큼 토지보상가를 정할 때 이런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의 뜰 관계자는 “토지보상과 관련해 성남시 주도로 보상협의회를 구성하고, 보상협의회를 통해 주민들과 소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훈 위원장은 “주민들은 원하는 수준의 토지보상이 되지 않을 경우 이의 신청이나 행정 소송 등 법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지보상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장동 일대 토지 거래도 완전히 끊겼다. 서판교와 대장동 일대 공인중개소 얘기를 종합해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간간이 이뤄지던 토지 거래는 올해 들어 자취를 감췄다.
서판교 이재근 가나공인 부장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대장동 개발 관련 거래 문의가 오지만 거래가 이뤄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대장동 이문자 좋은터 공인중개사도 “원주민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개발을 바라보고 버텨온 터라 토지를 팔기 쉽지 않고,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매수자들도 생각보다 토지보상가가 낮으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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