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1만명 방문했는데 청약접수 '0'…무슨일이?
미분양 우려에 '깜깜이 분양' 증가…수의 계약 유도
최근 지방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깜깜이 분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에는 청약 절차를 소리소문없이 진행해 고의로 미분양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모델하우스를 먼저 여는 등 구색을 갖추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깜깜이 분양은 주로 입지 등이 좋지 않아 미분양이 예상되는 사업장에서 이뤄지는데, 사전에 분양 희망자들과 입을 맞춰 고의로 미분양을 유도한다. 처음부터 청약 접수 건수를 ‘0’으로 만들면 당첨자 발표, 계약, 예비당첨자 계약 등을 진행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추첨이 아닌 동호수를 보고 계약하기 때문에 계약률 또한 높다. 실질적인 청약률이 드러나지 않는 점도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이점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1순위 청약에서 한 명도 접수하지 않은 사업장은 총 4곳이다. 지역별로 보면 충북이 3곳, 전남 1곳이다. 가령 △충북 제천 A아파트 749가구 △충북 진천 B아파트 92가구 △충북 보은 C아파트 88가구는 청약 접수를 했지만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충북 진천 B아파트는 청약 접수에 앞서 모델하우스를 열었고 방문객이 1만명이 넘었다는 자료를 배포한 곳이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 D아파트도 이달 1순위 청약 결과 976가구 모집에 4명만이 청약했다. 이 사업장 역시 모델하우스에 1만2000여명이 몰려 관심이 뜨겁다는 보도가 나왔던 곳이다.
분양대행사 한 관계자는 "청약 성적이 좋지 않은 분양단지를 모두 깜깜이 분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모델하우스에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모였다고 홍보했는데 한 명도 청약 접수를 하지 않은 것은 의도성이 높다"고 말했다.
복수의 분양 대행사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청약률을 낮추기 위해 고객들 모르게 지방 무명 매체를 골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고 모델하우스 오픈도 청약이 끝난 뒤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했다면 요즘은 달라졌다고 한다.
모델하우스를 사전에 오픈하지만 청약 접수를 만류하고 미분양이 발생한 뒤 계약을 권하는 방식이다. 예비 분양자도 직접 동호수를 고를 수 있고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받아들이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조직 분양이라고도 불리는 깜깜이 분양은 100명 안팎의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형태다. 분양 대행사 한 관계자는 "청약 기간 내 계약 건수를 올리는 것 보다 미분양이 난 뒤 계약을 하면 수수료를 몇 배는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며 "성과급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미분양을 유도하고 계약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분양은 편법이다. 청약 경쟁률이 왜곡될 가능성이 큰 데다 청약 의사가 있는 일반 소비자들은 정보를 얻지 못해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깜깜이 분양 형태의 사업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분양을 할 때 계약률이 10%도 안 될 것 같은 사업장에 적용한다"며 "지금은 수도권 청약시장이 좋지만 하반기에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일부 지역도 공급이 많아 미분양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평택, 의정부의 올해 분양 물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물량에 비해 각각 186%, 207%, 279%가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