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금리시대 대비하라
중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시장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각 경제 주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해외로 나가 돈을 벌고, 수명이 길어진 개인들도 일하면서 저금리 시대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우리 경제에서 기업의 과잉투자로 투자가 저축보다 많았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는 자금 수요이고, 저축은 자금 공급이다. 투자가 저축보다 많다 보니 우리 경제에 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고금리가 지속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위기를 겪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였다. 이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져 우리 경제에 자금이 남아돌게 되었다. “IMF 경제위기 이전에는 목에 힘주고 다녔는데, 지금은 고개 숙이고 다닌다”라는 어느 은행 지점장의 농담이 우리 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담고 있다.
앞으로도 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저축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순저축률이 7.7%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부진으로 금융자산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갈수록 고용마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에 가계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 여기다가 길어진 수명도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 기업들은 497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 정부가 기업들에게 ‘임금을 올려 달라, 투자를 늘려 달라, 배당을 더 해라,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겠는가.
자금잉여 경제로 전환
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상황에서 우리 은행과 중국인이 채권을 사면서 금리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은행의 자금 운용 형태부터 살펴보자.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다. 대출의 대상은 가계 혹은 기업이다. 유가증권은 주식과 채권으로 크게 분류된다.
정도의 문제이지 우리 경제가 가는 방향은 일본을 뒤따르고 있다. 은행의 자산 운용 형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투자를 위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보다 빌려 쓴 돈이 더 많다. 그래서 기업은 자금 부족 주체라 한다. 그러나 1998년부터 일본 기업이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되었다. 기업이 가계처럼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쓰지 않으니 일본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 은행의 자산 중 대출 비중이 1998년 63%에서 2014년에는 39%로 하락했다. 대신 유가증권 투자 비중은 늘었다. 유가증권 중에서 주식 비중은 같은 기간에 5%에서 4%로 소폭 하락했으나, 채권 비중은 1998년 13%에서 2011년 한때는 32%(2014년 24%)로 올라갔다. 일본 은행은 주로 안정성이 높은 국채를 매수했는데, 같은 기간 국채 투자 비중이 6%에서 20%로 커졌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되다 보니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했고, 이 국채를 은행이 사준 셈이다. 은행이 이처럼 채권 매수를 늘린 결과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1990년에 7% 안팎이었던 국채(10년) 수익률이 1998년에는 1.5%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마이너스까지 하락한 것이다. 금리 하락 시기에 보험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역마진이 심화하고 많은 보험사가 합병 등을 통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예를 들면 13개 손해보험사가 4개로 통폐합되었다. 그래서 ‘은행이 보험사를 망하게 만들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먼 일이 아니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한국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2011년 76조6050억 원에서 2015년에는 15조458억원으로 줄었다.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같은 기간에 5.7%에서 1%로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이내에 한국 기업도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업 대출이 축소되면 한국의 은행도 주식보다는 채권을 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낮아진 금리를 더욱 낮게 만들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을 웃돌기 시작했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저축률과 투자율이 각각 35.4%, 28.5%로, 그 차이가 6.9% 포인트로 높아졌다.
기업 자금수요 감소로 은행 채권 매수 늘어
여기다가 중국인의 우리 채권 매수 확대는 금리 하락 속도를 더 가파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싸게 만들어 미국에 수출했다. 중국은 대미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를 사주었다. 2013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금액이 1조 2700억 달러로 2007년(4776억 달러)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그러나 2013년 이후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더 이상 사지 않고 있다. 2016년 3월 현재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 국채가 1조 2446억 달러로 2013년에 비해 줄었다.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미 국채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에는 26%였으나, 올해 3월에는 20%로 떨어졌다.
대신 3조2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일부가 우리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5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우리 상장 채권이 18조 4000억원으로 미국(14조3000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2013년에 미국이 20조1000억원, 중국이 12조5000억원어치의 우리 상장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3년 반 만에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 경제에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은행과 중국인이 우리 채권을 살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5년 이내에 ‘0%’대 금리시대가 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보험사들이 생존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에 보험사의 자산 운용 수익률이 4.4%였는데, 보험부채 이자율은 4.6%인 것으로 알려졌다. 2% 포인트 정도 역마진이 난 것이다. 여기다가 보험사 수신 중 약 40%인 201조원이 6.4% 금리로 돌려주기로 한 확정 금리형 상품이라 한다. 지난해 운용수익률을 가정하면 매년 보험사는 4조원 정도의 적자를 내게 된다.
이제 4%대의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 주가는 지난 2011년 4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마이너스 0.5%였던 것이 그 증거로 남아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힘들어 보인다. 여기다가 금리가 더 떨어질 텐데 보험사들이 어떻게 4%대의 수익을 내겠는가?
증권사들도 주식시장 부진에 따라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주가와 금리는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면 실질금리(실질경제성장률)가 상승해서 시장금리가 올랐고 동시에 기업 수익 증가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경기 나빠지면 시장금리와 주가가 같이 떨어져 이론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일본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국채(10년) 수익률이 1.8% 안팎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전망한 것처럼 10년 후에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1.8% 정도로 낮아질 것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보험사, 해마다 4조원 정도 적자 예상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금융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해외 대출을 늘리거나 해외 금융자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둬야 한다. 앞으로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우리가 금융으로 국부를 늘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국내에서 자산운용사들은 배당형 펀드를 적극 개발해 판매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배당수익률이 은행 예금 금리를 넘어서고 있다. 가계의 배당투자가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시키는 한 방안일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개인은 계속 일하면서 작은 근로 소득이라도 얻는 게 중요하다. 필자와 가까운 지인이 은퇴하면서 2013년 3월에 한 보험회사에 2억원의 즉시연금을 들었다. 그 다음 달에 51만원이 은행계좌에 들어 왔다. 그러던 것이 계속 낮아져 2016년 5월에는 31만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우리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 장이 부진해 보험사의 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다. 10년 후에 20만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슨 의미인가? 우리가 10년 후에 어떤 일을 해서 매월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금융자산을 2억원 가지고 있는 것이나 똑같은 현금 흐름이다. 올해 1분기에 우리 가구당 월평균 근로 소득이 300만원 정도였다. 10년 후에도 이 정도의 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30억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오래 일하는 게 중요하다. 작은 근로 소득도 많은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거나 똑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오늘"헤드라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한 채로 40년 버틸 수 있나. (0) | 2016.06.21 |
---|---|
신도시에 밀렸던 구도심의 재발견 (0) | 2016.06.20 |
바닷길 둘러 DMZ까지… 4500㎞ ‘코리아 둘레길’ 만든다 (0) | 2016.06.17 |
한강에 곤돌라… 뚝섬~잠실 하늘로 오간다 (0) | 2016.06.15 |
韓롯데, 5년 간 日롯데에 1800억원 배당 (0) | 2016.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