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뇌관' 집단대출.. 5개월새 10조 늘어
최근 인기 분양 아파트의 당첨자가 발표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본보기집 앞에 분양권 ‘야(夜)시장’이 열린다. 당첨된 분양권을 사들이려는 ‘떴다방’ 중개업소들과 분양 당첨의 행운을 거머쥔 당첨자들이 분양권 직거래에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은 가계부채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9조 원)의 52.6%인 10조 원이 집단대출이다. 여기에 이달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여유자금이 분양시장으로 몰려들면 집단대출이 더 부풀 공산이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대출을 꺼리는 은행들마저 집중적으로 집단대출에 나서면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단대출은 2012∼2014년 매년 30만 채 안팎이던 분양 물량이 지난해 51만7000채로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기존 주택을 사고팔 때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아 대출이 까다롭지만 분양받을 때는 예외로 인정된다는 점도 집단대출 증가세를 키웠다. 여기에 대출 보증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1인당 3억 원 이내, 최대 2회로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제약조건 없이 보증을 제공해 왔다.
문제는 향후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집단대출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에 집값이 떨어진다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2011년에도 일부 지역에서 입주 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았다. 집단대출 연체는 다른 가계대출의 연체나 주택보증기관, 건설사의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집단대출의 급증세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던 정부도 이젠 칼을 빼들기로 했다. 일단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에 1인당 보증액과 보증 건수의 제한을 두는 한편, 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해 집단대출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을 합산해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상환 부담을 따지는 지표다. 정부는 DSR가 과도하게 높은 대출자의 경우 대출액을 줄이도록 유도해 연체 확률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 집단대출 ::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단체로 나가는 대출로,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로 나뉜다. 대출 과정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개개인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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