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터 노인까지 위기 속에 사는 한국인
"일자리가 불안해요" 부모도 자녀도 먹고살기 빠듯..
경기는 나빠지는데 물가는 뛰기만 하고, 월급이나 수입은 그대로인데 오르는 전셋값과 임대료에 서민들은 계속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저성장이 낳은 대한민국의 위기. 창간 16주년을 맞은 파이낸셜뉴스는 우리 사회 위기의 근원과 실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부터 노인까지…위기 속에 사는 한국인'을 통해 각 세대가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나아가 대안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 기업에서 영업직 부장으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50대에 퇴사를 결정했다. 퇴직 이후 자식들의 교육 및 결혼자금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았던 김씨는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김씨는 동업자로부터 5000만원가량 사기를 당했다. 손해금액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면서 김씨의 가세는 더욱 기울었다. 이후 김씨는 퇴직한 지 꼬박 2년 만에 겨우 공장관리자로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직장은 다시 구했지만 사업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고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막내아들 때문에 김씨는 늘 근심이 가득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응팔세대'는 저성장 국면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았다.
배경이 됐던 1980년대 청소년.대학생이었던 주인공들은 취업까지는 쉽게 이뤄졌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2001년 주택가격 폭등,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 사회를 위협한 경제위기를 모두 경험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굴곡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를 모두 통과해 장년층이 된 응팔세대는 현재 퇴직과 이직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저성장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떠밀려 퇴직하게 된 이후 이직에 실패하면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이라도 받으면서 계속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이직 불안, 장년들 소비 줄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0년 73.3%였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67.8%를 기록했다.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도 2010년 81.4%였지만 지난해에는 75.5%까지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소비로 지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의 장년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저성장 상황에서 언제 퇴직하게 될지 모르고, 퇴직한다면 이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동그라미재단과 한국리서치가 만 16~74세의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실직위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44세 38.05%, 45~49세 36.03%, 50~54세 34.60%로 장년층이 다른 연령 세대보다 실직의 위험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 부장인 조모씨(53)는 "아직 대학생인 아들과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좀 더 버텨보려 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위 친구들 중에는 이미 퇴직해 연봉을 크게 줄이고 작은 업체로 옮겼거나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직이나 자영업을 해서 성공한 사례를 찾을 수 없으니 불안하다"고 전했다.
퇴직과 이직의 증가는 장년층의 취업사이트 이용 확대에서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경우 40세 이상 방문자가 2013년 67만6859명에서 2015년 123만7876명으로 무려 83% 증가했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천국 역시 2010년 8321건이던 40대 이력서 등록건수가 2015년에는 5만351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50대 이상 이력서 등록건수도 2010년 2704건에서 2015년 2만2581건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한국 사회에서 장년층이 퇴직과 이직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힘으로 자녀교육과 본인의 노후준비를 동시에 해야 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저성장이 찾아오다 보니 한국 사회는 교육과 노후 측면에서 완전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개인의 몫이 된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생애과정에서 중장년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현재 본인의 경제활동, 미래 자신의 노후준비와 자녀교육 등 세 가지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장년은 어느 세대보다 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대다수의 장년층이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계층 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파인드잡과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40세 이상 중장년 1032명을 대상으로 '중장년의 재취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기간 무직을 염려하는 장년층은 재취업 시 직급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 시 희망직급'으로 중장년 구직자 둘 중 한 명(51.9%)은 '직급과 무관하게 재취업하겠다'고 답해 무엇보다 일자리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은퇴 전 높은 직급이었던 구직자일수록 직급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들 장년층의 경우 '내집 마련' 등의 이유로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어 임금이 줄어들면 당장 생활에 큰 타격이 오게 된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70.1%가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부채 보유액은 50대 가구가 8376만원으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고 40대 가구도 7623만원에 이르렀다.
신 교수는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중장년은 어느 세대보다 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중장년이 지고 있는 3중 과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노후보장 강화, 영유아기와 청소년기 교육격차 해소, 퇴직연령 연장 등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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