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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구고령화가 몰고올 주택시장 4가지 변화는?

여행가/허기성 2017. 8. 13. 14:39

韓 인구고령화가 몰고올 주택시장 4가지 변화는?


한국은행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주택 수요 완만하게 둔화될 것”…70세 기점 주택 처분 뚜렷
“중소형 주택·아파트 수요 늘어날 것”…지방 빈집 증가 우려
“월세 중심 임대차시장 추세…수도권은 월세 전환 더딜 것”
“日 처럼 폭락?…韓 환경 달라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 낮아”


인구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층(65세 이상)에 대거 진입하게 되면서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구고령화가 주택처분과 임차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주거면적을 줄이는 등 주택수요를 감소시켜 주택가격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하락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016년까지 주택가격이 약 53% 하락해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나라 역시 주택가격 폭락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오강현 금융안정국 과장 등은 26일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압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오 과장은 “저출산 기대수명 연장 등에 따른 인구고령화는 중장기적으로 자가·전세·월세 등의 점유형태와 주거면적, 단독·연립·아파트 등 주택유형, 거주·투자 등 보유목적 측면에서 주택시장에 커다란 구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분석 결과 ▲중장기 주택수요 증가세 둔화 ▲중소형 주택·아파트에 대한 선호 지속, 노후주택 등에서 빈집 증가 ▲월세 중심의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 ▲주택가격의 제한적인 조정 가능성 등 4가지 측면에서 주택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후 생계비 마련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고령가구는 소득보전을 위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유인이 커지게 된다. 이는 청년가구의 주택수요 약화와 함께 주택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노후 생계비 마련, 부채상환 등을 위한 자가 보유 은퇴가구의 주택처분(주거면적 축소, 주택연금 가입 등 포함) 행태는 정년(60세) 후 완만히 늘어나다가 실질 은퇴연령인 70세를 기점으로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60세 정년이 된다고 바로 주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년 동안 주택을 유지하다 70대 이후 처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년 직후 주택을 즉각적으로 대거 처분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1주택자인 은퇴가구가 재취업, 창업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지속하며 자가를 유지하려고 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 과장은 또 “실증분석 결과 총량 측면의 중장기 주택수요 증가세는 완만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특히 1945~1954년생을 고점으로 젊은 세대일수록 주택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인구 고령화로 중소형 주택·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이어지고 지방, 노후주택 등에서 빈집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1∼2인 가구 수는 2015년 약 1000만가구(전체 가구 수 대비 53.3%)에서 2030년 약 1400만가구(65.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주거면적 측면에서 중소형주택 선호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은퇴 이후 생활비 마련, 부채상환 등을 위한 주택자산 유동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처분, 임대 등에 용이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이 2015년 현재 102.3%인 상황에서 인구고령화에 따른 주택수요 증가세 둔화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지방, 노후주택을 중심으로 빈집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주택임대차 시장의 수요, 공급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월세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자가 비중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최근 10년 새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청년가구의 월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도 월세를 통한 주택임대 수입은 안정적 소득원이라는 점에서 50대 이상 가구의 노후소득 확보를 위한 주택 임대 유인이 높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다주택 보유자, 50세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임대를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할 유인이 높아지고 있고, 청년가구의 꾸준한 임차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월세 중심의 임대차시장 변화 추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 수요, 자녀교육·교통편의 등을 위한 전세 수요 등으로 월세로의 임대차시장 재편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마지막으로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1991∼1992년 부동산가격 버블 붕괴 이후 생산가능인구 비중 하락 전환,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 은퇴(2000년대 후반) 등의 인구구조 변화 요인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장기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016년까지의 주택가격 누적 하락률은 약 53%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본의 경험과 같이 주택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 과장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고령가구의 주택처분이 단기에 집중될 경우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거시경제 여건, 주택공급조절, 높은 아파트 비중 등을 감안할 경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버블붕괴 당시 일본과 달리 자산가격 상승률 낮은 수준이고, 재건축·재개발 위주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높은 아파트 비중으로 거래가 활발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금리인하 등에 힘입어 경제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부동산가격도 급등하면서 버블이 형성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에 따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자산가격 상승률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정부가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택지공급 조절, LTV·DTI 규제 등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주택공급방식도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일본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은 낮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오 과장은 “우리나라는 택지 공급을 줄이고 있고, 재개발 재건축으로 공급방식 바뀌었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주택공급은 기존 주택의 멸실을 동반해 순공급량은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 등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유동성이 높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 단독주택 비중이 높은 일본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표준화·규격화가 미흡한 목조 단독주택 등의 비중이 높아 주택매매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주택매매 회전율(연간매매건수/재고주택량)은 1988년 0.39%, 2013년 0.32%로 매우 낮게 나타나 우리나라의 주택 거래회전율(10.4%, 2016년)과 차이가 크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표준화·규격화된 아파트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일본의 단독·다세대주택 및 아파트(멘션) 비중(1988년)은 각각 69.0%, 30.5%로 한국의 단독·다세대주택 및 아파트 비중(각각 38.8%, 59.9%, 2015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오 과장은 “일본은 다른 버블이 붕괴하면서 공교롭게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기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주택시장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주택수급 안정화 방안, 고령가구 맞춤형 주택공급, 청년층·저소득층·빈곤노년층 공공임대주택 확충, 빈집 활용 등 재고주택 관리, 주택담보대출 이외 부동산 금융상품 개발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