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금·세금에 '비명'…
"한국에선 더 버틸 재간이 없다"
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 기업 떠나는 한국
강성노조 그대론데 정책마저 '親노동' 일변도
파격 혜택 없는 유턴法, 대기업엔 '유명무실'
한국GM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파업하고 부평공장에서 회사 측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GM 노조는 20일 조별 4시간, 22일 조별 6시간 등 올해 들어서 6차례 파업을 벌였다. 한국GM 노조 제공
한국은 유턴은 고사하고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할지를 놓고 밤잠을 설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인력파견 규제 강화 등 친(親)노동 정책이 대거 추진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강성 노조의 투쟁 기조도 그대로다. “국내에선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린다.
◆갈수록 늘어나는 족쇄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순이익 1000억원 이상 기업 대상)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법인세 ‘인하 전쟁’을 벌이는 추세와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법인세율이 25%로 인상되면 국내 자본이 해외로 29조원 빠져나가고, 법인세수는 최대 2조3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파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자 경방, 전방 등 섬유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연매출 80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올리는 전자부품업체 B사 대표는 “정부 방침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인건비가 150억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채용 등은 아예 분석조차 못 하고 있다”며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으면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
강성 노조의 투쟁 행태는 바뀐 게 없다. 3년간 누적 순손실이 2조원에 달하는 한국GM의 노조는 올해만 여섯 번 파업했다. 반복된 파업으로 임금이 치솟은 탓에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배정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와중에도 노조는 여전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테트라팩(2007년), 발레오공조(2010년), 깁스코리아(2012년) 등 강성 노조의 투쟁에 지쳐 폐업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처럼 GM도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전장(電裝) 부품업체 A사는 최근 노동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생산직 직원 1000여 명에게 500만원씩 ‘위로금’을 지급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반대하면서 태업을 일삼는 노조원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A사 사장은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 약화로 새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회사 자체가 사라질 판인데도 노조는 여전히 돈 더 받아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138개국 중 135위였다. 규제환경(105위)과 함께 국가경쟁력 순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혔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109만 개, 국내로 들어온 외국 기업의 일자리는 7만 개로 추산됐다. 해외 일자리 순증 규모 102만 개는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청년실업자(41만7000명)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핵심 비켜가는 유턴정책
정부가 유턴법을 도입했으나 현실과는 따로 논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수도권’과 ‘대기업’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유턴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대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 해외 사업장 하나를 복귀시키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복귀하려는 기업은 보조금이나 조세 감면을 받지 못한다. 수도권 내 공장 입지와 규모를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제정된 이후 36년간 전혀 변화가 없다.
수도권 진입 규제 완화는 대기업 특혜 논란 때문에 정부가 강한 유인책을 제시하기도, 대기업이 먼저 요구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업 돌아오는 일본… 해외 내몰리는 한국
"한국 車노조 임금 투쟁할 때
도요타 직원은 공정개선 연구"
캐논, 10년 만에 공장 신축
지난 8일 일본 규슈 남동부 미야자키현청 기자회견장.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이 미야자키현에 디지털카메라 제조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건설비로 230억엔(약 2352억원)을 투입하고 완공하면 1500명을 고용하는 공장이다. 해외 진출에 주력해 온 캐논이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일본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장 신설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가 10%가량 더 올라 달러당 100엔이 되더라도 해외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캐논처럼 일본에 돌아와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은 일본 부활을 상징한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을 통한 반격이다. ‘잃어버린 20년’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일본 경제의 원동력 중 하나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995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15.3%인 458개 기업이 최근 3년 이내에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옮겼거나 앞으로 3년 안에 이전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마켓비전컨설팅그룹에 의뢰해 100개 한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해외 거점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겠다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일본은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수도권 공장입지 철폐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유턴을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율 인상 추진 등 정부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을 줄줄이 내놓아 기업을 떠나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호키코리 도시오 도요타엔지니어링 회장은 “한국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설 때 도요타자동차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공정 개선 연구를 한다”며 강성 노조의 폐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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