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동산이 '빵' 터졌다.
짐승도 죽을 때는 자신이 태어난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했거늘, 사람이라면 오죽할까.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어 아무 상관없는 고장이 되었을지라도 자신이 뛰놀며 자라던 곳은 항시 가슴속에 그림자가 남게 되고, 꿈속에서도 늘 가보는 곳이 고향이리라.
유행가 제목 중 제일 많은 게 ‘사랑’이고, 그 다음이 ‘고향’임도 그러한 이유 때문 아닐까. 이 글에서 고향이란 귀농. 귀촌할 수 있는 지역,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좁혀 생각하자. 지방의 중소도시는 제외하고, 농사를 짓거나, 쉬면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시골이라는 뜻이다.
고향에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폐가(빈집)가 많았었다. 늘 멸실(滅失)이 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30-40년 전 50가구 정도였던 동네는 지금 30가구 정도로 줄어있음이 사실이다. 결국 20가구 정도는 멸실되었거나 비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폐가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몹쓸 것 한 두 가구뿐이다. 몹쓸 것이란 진입로가 좁아 차량의 통행이 어렵고, 대지가 작아 다시 짓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수리도 할 수 없는 주택이다. 대개 그런 주택은 이웃집에서 사서 집을 헐어버리고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아니하여 그대로 놔둔 채 도시로 떠나버린 20가구 중 10-12가구는 멸실이 되었고, 나머지 8가구 정도는 귀농. 귀촌.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미 점령해 버렸다. 요즘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귀농. 귀촌에 대해 보조금까지 주고 있어 보조금 받고 고향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고향에 와서 출산을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임신하면 주민등록 옮겨 놓고, 고향에 가서 출산하면 출산장려금이 나온다. 군수가 축하문을 보내는 그런 세상이 돼버렸다. 제기랄, 좀 천천히 나올 걸. 우리들은 뭐가 급해서 빨리 세상에 태어났을까? 하기야 부모님 돌아가셨는데 누구를 원망하랴.
고향에 가서 집을 짓게 되면 보조금도 나오지만 낮은 금리의 대출도 알선해 준다. 아무리 이자가 낮아도 벌이가 없으면 이자 낼 돈이 없을 것이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그렇게 집지어 놓고 돈 깔고 앉아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집 팔리지 않아 그대로 놔둔 채 2-3년 후 다시 상경하는 사람도 있더라.
귀농. 귀촌의 나이는 50대 후반임을 명심보감으로 아시라. 그 나이래야 농사일을 익힐 수 있고, 농기계를 운전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 나이에 시골가자고 하면 열에 아홉은 펄쩍 뛴다. 매일 같이 노래방, 찜질방, 에어로빅하면서 잘 지내는데 뭐가 답답해서 고향 가겠는가.
그런 재미로 어영부영 지내다가 70세가 가까워 오면 그때서야 고향으로 가자고 졸라댄다나? 그땐 여자도 아랫도리에 힘이 없고, 이곳저곳 삭신이 쑤셔 매일 병원신세를 져야하니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가 되리라.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50대에 고향가면 농사를 짓고, 60대에 고향가면 봉사를 할 수 있지만, 70대에 고향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농사일은 고사하고, 놀아줄 사람도 없어 치매에 걸리기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필자는 나이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특기나 취미를 익히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하다못해 마을회관에 가서 노래라도 연주해 줘야 될 것이 아닌가?
2-3년 전부터 부동산으로 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고향 앞으로 가 버렸다. 아니 지금도 가고 있다. 말은 귀농. 귀촌이라 하지만 실은 빈털터리가 돼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그래서 고향에는 빈집이 없게 된 것이고, 값도 배로 올랐으며 매물이 없어진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별짓 다해도 안 팔리던 집이 지금은 내놓기가 바쁘게 팔려 나가니 ‘빵’하고 웃을 수밖에, 4-5년 전에는 군 단위에 중개업소가 없었다. 지금은 여러 개 있다. 즉,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부동산과 고향의 부동산이 바뀐 것이다. 산 팔자, 물 팔자, 부동산 팔자가 뒤집혔다고 봐야 하겠지.
고향에는 마을마다 20가구 정도가 줄었는데 수도권과 대도시는 동네마다 아파트가 200가구 정도로 늘었다. 물량이 열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 바람에 소득까지 떨어졌으니 집값이 내릴 수밖에, 고향의 부동산 바람은 약 2년 정도 지나면 다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회귀하는 습성이 있었으니 그리 아시라.
수도권에 있는 집을 전세 놓고 고향에 간 사람들도 많다. 팔리지도 않지만, 언젠가 오를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전세를 놓고 간 것이다. 그 믿음대로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갈수록 내려가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매일 052, 054, 055, 061, 063, 041지역에서 오는 시외전화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어떠냐고 묻는 전화일 뿐이고, 냉랭하다고 대답하는 필자도 답답할 뿐이다.
고향 부동산은 물가에 있는 것일수록 비싸다. 즉 강이나 바닷가는 비싸다는 뜻이다. 해변의 모래알은 금싸라기로 생각하시라. 옛날 기름진 농토는 큰 아들에게 줬고, 바닷가 모래 박토는 못난 막내에게 줬었는데 지금은 큰 아들이 미치겠다고 화를 내고 있고, 모래밭을 받은 막내는 웃음이 ‘빵’터져 있다.
귀농. 귀촌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아시라. 자녀들과도 충분히 의논해야 하고, 늙은 부부가 고향에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 움직이는 게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죽게 되면 짝 잃은 기러기는 어찌 살아야 할까?
짝 잃은 기러기는 혼자 살기 외롭다는 이유로 ‘곱게 늙은 삼삼한 젊은 오빠’나, ‘가발 쓰고 빨간 맆스틱 바른 젊은 누님’ 만나 재혼한다고 하시겠지. 그럴 때 자녀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하거든, 자기들이 부양하지 않으려고… 그런 로맨스를 누가 막을 손가마는, 꺼져가는 잿불에 고구마 구어 봐라. 그게 잘 구어 지나. 그 또한 숙제 중의 숙제일 것이다.
'о중년의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때!...이제는 추억이란 말인가? (0) | 2017.11.20 |
---|---|
허기성/땅전문가 리무진캠핑버스 주문 제작 들어갑니다. (0) | 2017.11.12 |
[스크랩] 가을 단풍 붉게 물들이는 날! (0) | 2017.09.28 |
허기성&혈압·혈당·스트레스 낮추는 '둘레걷기'등산.. (0) | 2017.09.25 |
[스크랩] `황혼 이혼` 전체 이혼부부 중 30% 넘었다 (0) | 2017.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