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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집 팔아 서울에 투자해볼까?

여행가/허기성 2008. 1. 17. 11:31
대구에 사는 김영대 씨(가명ㆍ54ㆍ회사원)는 최근 대신동에 있는 아파트(135㎡ㆍ41평형)를 팔아 전세로 옮기고 남은 차액으로 서울 성동구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아파트 매매가는 4억원 안팎. 같은 평수 전세를 얻어서 갈 때 1억5000만~2억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남는 2억원으로 왕십리나 옥수동 일대 20평형대 아파트를 장만한다는 계획.

김씨는 "어차피 자식들 둘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집을 얻어줘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차라리 집을 사주는 게 나중에 결혼 밑천이 될 것 같아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조상형 씨(가명ㆍ48ㆍ자영업)도 요즘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와 강남 개포동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씨는 "몇 년째 지방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서울 아파트는 올라가는 추세라 열불이 난다"면서 "생활기반이 광주에 있으니 광주에서는 전세를 살든, 월세를 살든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광주의 신규분양 아파트는 3.3㎡당 700만~800만원 정도 하지만 기존 주택은 3.3㎡당 300만~400만원짜리가 수두룩하다"면서 "기존 주택을 팔아서는 신규분양 아파트 사기도 힘들고 지방에서 신규분양 아파트를 사느니 차라리 대출을 좀 얹어 서울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수도권 아파트를 매입하는 '상경투자'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 통계로는 9만가구, 업계 추정치로 15만가구 이상 적체되면서 기존 주택시장 역시 거래경색은 물론 매매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는 최근 2~3년간 주택 매매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고, 광주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에서는 편차가 심해 입주 5년차 주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3.3㎡당 500만~600만원대에 불과하다. 반면 신규분양 가격은 800만~900만원대여서 미분양→미입주→기존 주택시장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 수도권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들썩거리고 있는 상태.

특히 14일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 의장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만나 서울과 5대 신도시ㆍ과천에 적용되고 있는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지방 거주자들의 '상경투자'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홍성자 씨(41ㆍ주부)는 "그동안에는 거주 요건 때문에 좀 망설였는데 뉴타운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서울 홍은동 쪽에 전세를 끼고 빌라를 한 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참여정부 중반 이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으로 지방에 보상금이 왕창 풀리면서 지방 거주자들이 보상금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들이는 이른바 '상경투자'가 횡행했다"면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채 중 3채는 지방 거주자 소유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는데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하면 이 같은 상경투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지방 거주자들은 2년 거주 요건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는데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서울 수도권으로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갑 소장은 "지방 광역시는 공시가격이 1억원 초과면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되는데 지방에 2억원짜리 두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2주택자로 중과세하고 서울 강남에 20억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1주택자 장기 보유라고 해서 양도세 감면 조치를 해준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시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예외로 해주든지, 공시가 2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중과세를 하도록 하는 등 지방 주택시장 회생을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되면 상경투자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하면 서울과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