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티파크` 입주 부진 … 왜?

용산 `시티파크` 입주 부진 … 왜?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로 2004년 분양 당시 최고 698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화제가 됐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 시티파크 아파트의 입주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아파트는 현재 프리미엄이 3.3㎡(1평)당 2000만원이 넘는 데다 한강과 용산가족공원이 가깝고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 후광효과도 기대되는 유망단지여서 궁금증을 사고 있다.

7일 시공업체인 대우건설에 따르면 총 629가구인 시티파크는 지난해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현재 입주율은 50% 선에 머물러 있다.

특히 잔금을 내지 않아 입주를 못한 가구도 24%(150가구)나 된다.

펜트하우스의 경우는 전체 30가구 가운데 집들이를 끝낸 가구가 단 한 채도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입주가 저조한데 대해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주변 편의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고 전셋값이 높다는 부담도 있지만,무엇보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잔금을 다 내지 않고 일부러 등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강로 A공인 관계자는 "요즘에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분양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굳이 서둘러 등기를 할 필요가 없어 일단 세금을 피해 입주를 연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해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이후 등기를 하면 2008년도 세금을 안 내도 되고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분양가격이 10억원(시세 20억원,공시가격 14억원 기준)인 아파트인 경우 일단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까지만 등기를 하지 않으면 900만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아낄 수 있다.

등기를 하지 않고 분양권 상태로 보유하고 있으면 주택으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자는 양도세(50~60%)를 9~36%만 내도 된다.

또 현재 6억원 초과인 종부세 과세기준도 9억~10억원으로 올라갈 것이란 소식도 나오고 있어 내년에는 종부세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이란 기대도 입주 지연에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현재 2%인 취득.등록세를 1%로 인하할 것이란 방침을 밝혀 관련법이 고쳐진 뒤에 등기를 하면 이 세금도 절감할 수 있다.

시티파크 188㎡(57평)형에 당첨된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진영씨(가명.50)는 작년 10월 잔금을 다 치르고 11월에 취득세 등록세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등으로 분양가(10억800만원)의 2.7%인 2700여만원을 냈다.

하지만 이씨가 취득.등록세 인하가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 잔금을 냈다면 1000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입주가 지연되면 잔금납부 지연에 따른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연체금을 조금만 남기면 부담은 크지 않다.

연체료는 연 14%로 고금리지만 1000만원 정도만 미납했다면 절세액 대비 이자는 '푼돈'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잔금 미납자들의 상당수는 전체를 납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부만 덜 낸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등기를 고의로 미룰 경우에는 세무서에서 분양권을 주택으로 간주하는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잔금을 낼 능력이 있는 데도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등기를 고의로 늦췄다는 사실이 밝혀져 분양권에 주택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실제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