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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지역 부동산 투기 백태

여행가/허기성 2008. 4. 13. 21:37
10가구 빌라 지어 재개발 분양권 쪼개기
강남의사, 강북지역 아파트 18채 매입도

서울 노원구의 박모(44) 씨는 강북구 미아동의 단독주택을 10억 원에 사들여 이를 헐고 10가구가 입주하는 소형 빌라를 새로 지어 1채당 2억 원씩에 분양했다. 재개발되면 입주자에게 주어지는 분양권이 1개에서 10개로 늘어나는 셈. 박 씨는 이 과정에서 빌라를 산 사람 10명의 공동 명의로 단독주택을 구입한 것처럼 위장 등기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신축 쪼개기'라 불리는 이 수법을 최근 집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한 서울 노원구 등 강북지역과 뉴타운 지역에서 박 씨와 같은 투기 혐의자 152명을 대상으로 11일부터 자금출처 및 세금 탈루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10∼12월 서울 용산과 뚝섬지역을 대상으로 '신축 쪼개기'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35명을 적발하고 44억6500만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또 분양권의 불법 전매를 부추기거나 실거래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알선한 부동산 중개업자 7명도 조사대상에 올라 있다.

소득에 비해 부동산을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사람도 조사 대상이다. 박모(38) 씨는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지난해 경기 의정부시 등 3곳의 아파트 상가 등 8채를 사들였다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박 씨의 부친이 2006년 토지수용 보상금 20억 원을 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증여세 탈루 혐의를 조사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노원구 등에 아파트 7채를 보유한 하모(60) 씨는 최근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강북구 미아동의 아파트 3채를 추가로 사들였다. 하지만 상가 임대업을 하고 있는 하 씨의 최근 3년간 신고 소득은 2억 원. 국세청은 하 씨를 상대로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피부과 의사 박모(46) 씨도 지난해 강북구 상계 뉴타운과 용산구 송파구 등 재개발 예정지역 7곳의 아파트 18채(30억 원 상당)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재개발지역 전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억 원을 벌었다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2003년 이후의 모든 부동산 거래내용 및 재산 변동 상황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