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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과천·용인 등 집값 추락…"15억 하던 집 10억에도 문의 없어"

여행가/허기성 2008. 6. 4. 20:29
2006년 말 경기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 3차아파트 261㎡형을 장만했던 김진선씨(56)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당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12억2000만원에 잡았을 때만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지만 지금은 후회가 막심하다.
집값이 10억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같은 단지에 같은 규모의 급매물이 9억원대에 거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뒤에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에서 '대박신화'를 써왔던 경부고속도로 주변 수도권 남부권벨트의 집값이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버블세븐'으로 꼽히는 분당과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권과 맞먹는 집값을 유지했던 과천 등 '대표 선수'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총체적 침체이지만 해법은 없어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얼어붙은 수도권 남부벨트
분당신도시 서현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올 상반기 단 1건의 매매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씨는 "한때 최고 15억원까지 호가하던 시범단지 삼성한신 161㎡형이 최근 1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지만 문의전화 한 통 없다"며 "얼마나 더 떨어져야 매수세가 살아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과천 별양동 D공인 관계자도 "과천에서 집값이 1억~2억원 떨어졌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며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아파트 입주 여파로 급매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천주공 2단지 59㎡는 1년반 전만해도 10억원에 팔렸지만 요즘엔 7억2000만~7억3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온다.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기대를 모았던 동탄신도시 집값도 약세다.
입주 초기 4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시범단지 112~115㎡형의 매매가격은 올 들어 2000만~3000만원이나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기존 주택시장만 하락세를 보이는 게 아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과 비교해 청약률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 9월만해도 용인에서 분양한 래미안동천(1981가구)이 모두 1순위에서 평균 7.9대 1로 마감됐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29개 분양 아파트 가운데 흥덕 힐스테이트 등 3곳만 겨우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을 정도다.
수원 인계동 화성연인 아파트는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해 사실상 '청약률 제로'의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최근 분양에 들어간 용인 신봉.성복지구도 무더기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수도권 남부벨트가 약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규모 공급물량 탓이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3년부터 작년까지 수도권 남부의 9개 도시(과천 제외)에서 매년 4만가구 이상의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용인시의 경우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5601가구와 4709가구만 분양됐지만 지난해는 1만3475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했다.

올해도 1만293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물량홍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이들 지역 집값을 밀어올렸던 동탄2신도시와 광교신도시가 이제는 거꾸로 발목을 붙드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 이들 신도시에서 주변보다 훨씬 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오른 기존 주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경부축의 과도한 신규분양 물량 집중으로 교통대란이 우려되기도 한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가 힘을 잃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수도권 남부지역 집값은 강남권을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왔다.
각종 도로망 개설과 전철 개통으로 강남권으로 접근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값 상승의 한 배경으로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대단지 아파트 프리미엄 '아, 옛날이여'

아파트 선택의 기준이었던 1천 가구 이상의 대단지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부동산정보회사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1천 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연초 대비 평균 2.56% 올라 1천 가구 미만 단지(3.54%)에 비해 상승폭이 낮았다.

가구수 별로는 500 가구 이상 1천 가구 미만 단지가 평균 3.59%로 가장 많이 올랐고, 500 가구 미만 소형 단지도 3.48%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였던 2006년 같은 기간에는 1천 가구 이상 대단지가 16.93%로 가장 많이 올랐고, 500 가구 이상 1천 가구 미만이 13.12%, 500 가구 미만 중소단지는 11.86%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대단지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어든 것은 올들어 1천 가구 이상 대단지가 포진해 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고가의 중대형 단지 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까지 급매물이 속출했던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와 송파구 가락시영, 잠실 주공5단지, 강남구 개포주공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500 가구 미만 소형 단지는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오른 곳이 많았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최근 재건축 약세로 대단지가 주변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끈다는 속설이 무색해졌다"며 "단지 규모보다는 입지 여건이나 가격, 발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한 선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