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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수렁'에 빠진 용산역세권 개발

여행가/허기성 2008. 6. 16. 14:25

- `용산역세권 통합개발 반대` 주민들 만나보니…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서부이촌동이 대박 났다고요? 지금 사는 집 마저 날려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밤잠을 못 잡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이촌2동) 주민들이 뿔났다. 서울시와 코레일이 추진하는 총 28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개발에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일대 아파트와 상가 곳곳에는 개발 반대 주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낡은 상가 골목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의 표정에는 통합개발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괜히 잘못 말했다간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다"며 말을 꺼렸다.

지난 12일 찾아간 이곳 주민들은 "통합개발로 자칫 지금 살고 있는 집마저 날릴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재정착률이 10%도 안 될거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통합개발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우리 입장에서는 살 곳을 잃을 수 있다는 거죠." 대림아파트 철거반대 주민협의회장 김문선씨(47)는 서울시와 사업자측의 일방적인 사업 진행에 혀를 내둘렀다. 개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사업진행이 계속되자 지금은 아예 `통합개발 반대`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내놓은 설문조사에 난데없이 SH공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며 "통합개발만 강요하는 꼴이라 이제는 주민들이 서울시에 대한 반감마저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내 북한강성원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아예 통합개발 안이 무산됐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서부이촌동 지역은 용산역세권 통합개발 발표와 맞물려 집값이 엄청나게 뛴 곳으로 유명하다. 개발계획이 나오기 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집값이 2배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작년 8월30일 이주대책기준일이 설정됐다. 그 이후로 주민들은 집을 팔지도 못하고 있으며,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분양가와  양도세 때문에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현재는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 시행사 용산역세권개발(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 개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 30대 주민은 휴대전화에 보관해 둔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여자분 하나 오토바이에 부딪혀 넘어져줄까" 지난 4월 설문조사 거부 운동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지역 일대를 바쁘게 돌아다닐 때 받았던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여자분`은 설문조사 요원을 얘기한다"며 "시행사업자 쪽에서 자해공갈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지만 오히려 갈등만 더 키운 셈이다. 이 탓에 설문조사 후에는 통합개발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통합개발 계획을 추진하려면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내달 이후부터 동의서 확보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반드시 동의를 받을 것"이라며 "주민들에 대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일방적 개발사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통합개발 및 수용개발 반대동의서`를 각 비대위별로 70%가량 모아둔 상태입니다. 수용방식의 통합개발은 절대로 통과하지 못할 겁니다."

주민들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개발 반대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용산역세권개발을 상대로 설문조사 과정에서 목격된 ▲자해협박 ▲공무원사칭 ▲무단정보수집 등의 행위에 대해 고발을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자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 사업의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수용개발 반대 주민연합` 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근수 씨(47)는 "용산역세권이 일방적으로 동의서를 받을 경우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땅값 해도 너무한다

再' 자만 붙으면 2~3배는 기본…5배까지
용산 일대는 3.3㎡당 億대 이미 넘겨
사업추진 어려운곳까지 급등 "거품 심각"
재개발 예정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개발의 '재(再)'자만 나오면 2~3배 이상 뛰는 건 예사다.
노후 연립ㆍ다세대 주택의 3.3㎡당 지분 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곳도 부지기수인데다 용산역세권 개발 예정지와 인근 땅들은 3.3㎡당 억대를 넘긴 지 오래다. 여기에 재개발 기대감이 노후주택지로 확산되면서 실제 사업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소문만으로도 지분 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강남을 묶으면서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강북 재개발로 서울ㆍ수도권 일대 노후주택가 전체가 개발열풍에 휩싸이면서 새로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열풍을 타고 서울 용산구 일대와 성수동ㆍ신당동 등 주요 뉴타운ㆍ재개발 추진지역 내 연립 등의 지분 가격이 최근 3~4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폭등했다.

공장과 노후 연립ㆍ다세대가 밀집한 서울 성수동의 경우 지난 2003년 3.3㎡당 500만~1,000만원선이던 지분 가격이 지금은 5,000만~6,000만원까지 치솟아 있다.

'강북의 강남' 용산 일대의 기세는 더욱 무섭다. 지분 시세가 3.3㎡당 1억원은 기본이고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넘쳐난다. 서울시내 웬만한 상업지역 땅값이 무색할 정도다.

이 같은 가격급등은 단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사실상 도시 전체가 재개발 열풍에 휩싸여 있다. 철산ㆍ하안동 일대 택지지구를 제외한 광명동 대부분 지역이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노후 연립ㆍ다세대 주택 지분 값이 3.3㎡당 2,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얘기가 나온 뒤 지분 값이 단기간에 2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재개발 지분 가격 급등에 대해 강남 재건축에 몰렸던 투자ㆍ투기 수요가 강북 등 재개발로 급격히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로 이뤄진 '뉴타운' 지정이 개발 기대감을 키운 것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개발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큼 낡은 노후주택지 중에는 '일단 값부터 끌어올리고 보자'는 심리로 실제 사업 가능성과 관계없이 우후죽순 재개발 추진에 나서는 곳도 많다. 실제로 경기도 B시의 한 노후주거지는 인근 뉴타운 추진 소식에 최근 2~3개의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난립하며 주민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뉴타운 지정 계획이 전혀 없다"며 "소문이 소문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급등 현상에 대해 건설업계조차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나 주민들은 당연히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상당수 재개발 추진지역은 사업 자체가 어려운 곳들"이라며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너무 뛴 가격과 마구잡이식 지분 쪼개기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