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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쪼개기 대책,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여행가/허기성 2008. 6. 10. 06:40

 

정부가 재개발 지역의 지분 쪼개기를 막겠다고 나섰지만 효과가 의문스럽다. 지분 쪼개기란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고 단독 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짓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재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결국 조합원 수가 늘어나고 땅값이 오르고 노후 주택 비율이 떨어져 재개발 사업이 늦어지거나 투자 수익이 떨어지게 된다.

서울시는 이달 초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가구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주택은 재개발 입주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 개정안은 시의회 의결을 거쳐 7월부터 시행되는데 문제는 60㎡ 이상 주택으로 쪼개는 경우다. 지분 크기가 커진 것일 뿐 지분 쪼개기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발표 이후에도 지분 쪼개기는 서울 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역으로 오히려 확산되는 추세다.

급기야 서울시에 이어 정부까지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27일 "재건축 지정 이전 최소 1년 전까지 진행된 지분 쪼개기에 대해서도 분양권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 쪼개기는 주택 노후연수 하락과 조합원 수 증가로 인해 재개발 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게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발표에도 지분 쪼개기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담겨있지 않았다.



▲ 동아일보 4월28일 B6면.
동아일보는 2006년 3.3㎡에 2500만원이던 용산구 한강로 주변의 노후 주택이 5천만원으로 오른 사례를 전하면서 지분 쪼개기가 유행하면서 수요가 많이 몰린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SK건설의 경우 사업 추진을 위해 용역업체를 동원해 주도적으로 지분 쪼개기를 유도, 우호 지분을 늘리려다 투기꾼들이 몰려들어 결국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82㎡ 주택에 집주인이 400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부작용이 속출하자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들이 건축 허가 제한을 요구하거나 지분 쪼개기에 뛰어들었다가 발목이 잡힌 투자자들이 건축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 발표 이후에도 한국경제 등에 따르면 여전히 지분 쪼개기는 성행하고 있다. "강북권 전역에 서민 주택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상황이라 다세대 신축의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것.



▲ 매일경제 4월11일 4면.
매일경제는 "전용면적이 60㎡가 넘는 빌라를 분양한 업체들은 오히려 느긋한 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친절하게 "지분 쪼개기가 7월말까지 가능하다"면서 "조례 시행 전에 다세대를 매입하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한발 더 나가 "서울 뉴타운 입성기회 아직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신문은 실망매물이나 급매물의 이삭줍기에 나서라는 위험천만한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파이낸셜뉴스 4월7일 22면.
지분 쪼개기 실태와 정부 대책에 대한 기사는 쏟아져 나왔지만 어디에서도 부동산 투기 열풍과 비이성적인 집값 급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줄기차게 규제 완화를 외쳐왔던 보수·경제지들의 비판의 지점은 지분 쪼개기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않는다. 지분 쪼개기는 문제되지만 정작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분 쪼개기는 재건축을 무산시키고 집값 급등에 제동을 걸어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보수·경제지들이 지분 쪼개기를 비판하는 것은 지분 쪼개기가 부동산 투기꾼들의 담합 구조를 깨뜨리는 일탈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수·경제지들이 재건축 시장의 부동산 가격 안정을 주문하지 않는 것은 다분히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집값 폭등을 방치 또는 조장하면서 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