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인체와 비슷한 점이 많다. 마치 과다한 영양공급으로 성장없이 살만 찌거나 당뇨에 걸리는 인체처럼 경제도 돈과 신용이 지나치게 공급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버블의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례가 많다.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터진 주택버블 붕괴가 그렇다. 미국은 앞서 닷컴버블도 겪었었다. 주택버블은 이미 영국이 앞서 터졌다. 아일랜드 스페인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다. 일본은 버블붕괴의 후유증으로 1990년대 10년동안 '제자리 걸음' 경제를 경험해야 했다.
항상 버블붕괴가 터졌을땐 그 앞서 돈과 신용의 팽창이 있었다는 동일한 배경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도 일본에서도 예외가 없다. 버블붕괴가 터지면 금융시스템의 와해는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위축을 가져온다. 팽창됐던 신용이 위축되어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하는 곳에서 터졌을 경우엔 그 파장이 글로벌에 미친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실물경제가 뒷걸음을 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미국의 주택버블붕괴가 2차대전이후 최악의 고통을 줄 것이라고 예언한바 있다.
문제는 돈이 넘쳐났을때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 마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은 신용이 위축돼 계획했던 사업에 차질을 빚고 근로자들은 실직의 위협에 놓인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대부분 국가들이 동원하는 버블붕괴의 치유책은 또 다른 버블을 잉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이는 정책선택이 경제를 지탱하는 금융과 기업등 기득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지난해 이후 버블붕괴를 겪고 있는 미국은 지나친 신용때문에 불거진 것인데 이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금융완화정책을 동원했다. 연방기금금리를 지난해 여름이후 3분기만에 5.25%에서 2.0%로 3.25%포인트나 내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달러가치가 하락해 다시 국제상품시장의 버블을 조장하는 비극을 저질렀다. 올 봄부터 기름값과 곡물값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하늘로 치솟았었다.버블붕괴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버블을 조성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주택버블붕괴도 앞서 나타났던 닷컴버블붕괴의 치유를 위해 미당국이 처방했던 금융완화정책의 산물이다. FRB는 연방기금금리를 2003년 1%까지 떨어뜨린 이후 2004년 중반까지 유지했었다.
이처럼 버블이 버블을 낳는 까닭은 버블붕괴가 이뤄지면 충분한 조정이 이뤄질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론이 그렇고 정치인들이 그렇다.특히 붕괴후유증에 시달리는 당사자들- 이들은 대부분 기득권층이다-의 압력이 크기때문이다. 버블병에 걸린 경제가 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한채 다시 영양제로 살아난다면 결국 음식을 먹어도 허비하게 되는 당뇨병으로 치달을수 밖에 없다.당뇨에 걸리면 정상인보다 훨씬 허기를 많이 느끼지만 제공된 음식은 인체에 머무르지 않고 모두 배출되며 몸만 더욱 망치듯이 허기증에 걸린 경제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당뇨환자가 허기진 시장기를 계속 채워야 되듯이 경제도 신용의존, 말하자면 채무의존에 길들여 지기 때문이다.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임기응변의 진통제가 아니라 고통이 따르는 쓴약이 불가피하다. 미국경제가 80년대 이후 오늘 날까지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맘컷 성장을 구가했던 배경엔 70년대 인플레이션을 80년대 초 고통을 감내하며 안정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FRB새 의장으로 취임한 볼커의 강력한 소신때문에 가능했다. 볼커의장은 고통의 쓴약의 효험을 입증해 보이는데 성공한 셈이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주가와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도 지난 환란때 보다 3배나 커져 GDP대비 40%에서 68%까지 올랐다. 당국의 당근이 부족해서 일까. 원화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가계부채의 증가는 분명 그동안 영양이 과다했다는 신호등이다.하지만 느끼는 것은 고통이다. 때문에 돈이라도 풀기를 원하며 신음소리를 내는 곳이 많다. 아파트미분양, 주택가격의 하락, 건설업의 부도 등의 이유라도 대면서 조르면 안쓰런 생각도 들만하다.곰곰히 생각해 보자. 주택가격은 그동안 오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거의 정체나 마찬가지다. 아파트미분양에 따른 건설업의 어려움은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특히나 부동산은 자칫 기대심리를 부추길 경우 고치기 힘든 투기장으로 변모될 수 있다.신용을 일으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나 아파트를 건설한 기업들에게 신용을 통해 구제할 경우 시장은 망가지고 버블은 잉태될 것이다. 돈 잔치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가 말이 없다해도 정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기초체력인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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