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내 더 이상 신도시 개발은 없다’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 동탄2신도시 발표를 계기로 경기도 명품신도시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특히 동탄2신도시와 막판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용인 모현, 광주 오포, 고양 구산·송포, 광명역세권 등은 여전히 명품신도시 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1일 건교부 이용섭 장관은 동탄2신도시 계획 브리핑에서 “참여정부 하에서 더 이상 신도시 계획은 없다”며 추가적인 신도시 조성이 불필요하다고 못박은 데 반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2기 신도시 준비는 다 돼 있다. 내년 이후 매년 1개 이상의 신도시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김 지사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대규모로 계획된 신도시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난개발과 투기를 막을 수 없는 만큼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신도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 정부 입장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당초 명품신도시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김 지사는 이날 추가 신도시 건설과 차기 신도시 후보지 선정과 관련 “동탄급 신도시 정도는 10개 이상 추가로 건설할 수 있다”며 “경기도는 명품신도시를 공급할 수 있는 땅과 기술, 시장 수요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도시 인·허가권을 쥔 중앙정부에 반한 경기도의 명품신도시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명품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한 김 지사는 경기도 남부와 북부에 각각 2곳씩 모두 4곳의 명품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10여 곳을 대상으로 후보지 선정 작업을 벌여왔다.
경기도가 검토해온 후보지로는 경기 남부지역은 광주, 용인, 과천, 하남, 오산, 광명 등이, 북부지역은 고양, 양평, 양주, 포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고양 구산·송포 일대는 일산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사이에 위치해 있다. 개발 가능한 면적이 분당신도시(594만평)의 두배 가까운 1100만평에 이른다. 여기에 일산신도시(476만평)와 파주신도시(559만평) 등이 합해지면 거대한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제2의 강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산도 후보지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김 지사는 오산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품신도시 조성 건의를 받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명품신도시 건설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동탄신도시, 평택국제평화도시와 인접해 있고,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전철 등이 지나는 수도권 남부 교통요지이다.
분당급 신도시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던 광주 오포, 용인 모현지역도 명품신도시 후보로 손색이 없다. 우선 판교, 분당과 인접해 있어 기존 인프라 시설 활용이 용이하고, 신도시 건설에 따른 토지확보도 유리하다. 게다가 500만평 규모의 토지 확보가 가능하다. 상수원보호구역 등 환경 관련 규제를 받고 있지만 제2경부고속도로가 2009년 착공 예정에 있고, 용인 경전철이 착공되는 등 교통여건 및 기반시설이 좋다.
옥정지구와 회천지구 등 총 320만평의 대규모 택지개발계획이 나와 있는 양주는 도로나 토지 등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측면에서 볼 때 장점이 많은 편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6차선으로 확장 공사 중에 있고, 경원선 개통 등의 호재가 있다.
가용택지면적이 부족한 과천, 2년 내에 군부대를 이전해야 하는 서울공항, 유적지로 문화재 문제,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하남 등도 향후 명품신도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분당급 신도시에서 탈락한 용인 모현, 광주 오포 등지의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들 시장 분위기는 명품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모현의 한 공인 대표는 “분당급 신도시에서는 탈락했지만 도지사가 매년 명품신도시를 발표한다고 했기 때문에 멀지 않아 명품신도시로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 헐값에 매물이 나온다거나 호가가 크게 빠졌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는 아직 명품신도시에 대한 이렇다 할 실행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김 지사의 임기가 끝나는 2010년 전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도가 추진하는 명품신도시는 단순히 공급 위주의 베드타운형 기존 신도시와는 달리 충분한 녹지와 교육, 교통시설, 첨단산업, 연구시설 등이 접목된 자족형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족도시로서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체나 산업시설 등이 적절하게 유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경기도 명품신도시를 2010년 전에 착공할 예정이라면 좀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품신도시는 경기도 산하 경기지방공사가 시행을 담당하게 되는데, 토지수용보상비만 최소 10조원 이상이 소요돼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선영 연구원은 “현재 정부와 경기도가 명품신도시를 두고 대립하고 있고, 또 큰 변수인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명품신도시의 후보지로는 분당급신도시로 거론됐던 용인 모현, 오포, 고양 등이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경기도의 인구 유입측면에 비해 주택공급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도가 명품신도시를 추진하겠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중앙정부가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실행이 어렵다”며 “대립보다는 대화와 조율로 협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명품신도시 선정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입지가 우선시 돼야 한다. 과천, 광명, 서울공항 일대, 하남 등에 판교급 신도시 2~3곳 정도를 개발한다면 서울 대체 수요지로서 충분히 인구를 분산시키면서 부동산시장 안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