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고대훈.최승식]
경기도 남부의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옆 부지. 1983년 현대전자 설립 당시 공장 증설 목적으로 사 둔 면적 6만여㎡의 땅이다. 19일 찾아간 이곳은 회사 식당에 공급하는 상추와 콩을 심어 채소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이닉스는 2006년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이 땅에 공장 증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단 한 평도 늘리지 못했다. 수도권 공업용지 조성과 대기업 공장의 증설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 법률, 환경정책기본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좌절한 것이다. 결국 회사 측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 증설하기로 했다.
이천시와 인접한 여주군에는 지난 21년 동안 제대로 된 공장이 하나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으론 87년 12월에 들어선 KCC 판유리공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인구도 10만 명 수준에서 정체되고 지역 상권도 침체돼 있다. 여주군은 전체 면적(608㎢) 중 41%가 팔당 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10개 읍·면 중 9개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농축산업을 제외한 산업인력은 영세 중소업체 580여 개에서 일하는 9400명이 전부다. 주민 최수철(52)씨는 “번듯한 기업 하나 없는 곳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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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서울보다 인구(1100여만 명)가 많고 면적(1만183㎢)도 17배나 넓다. 그러나 겹겹의 규제로 인해 많은 기업이 공장 증설을 계획했다가 포기하거나 아예 중국·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경기도 북부 지역의 경우 많은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쓰러져 가는 낡은 집조차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다.
고려대 김완순(전 경영대학원장) 명예교수는 “투자자들은 수도권에서 공장 설립이 어려울 경우 비(非)수도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투자 자체를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가 기업들의 비수도권 이전을 촉진하기보다는 '탈(脫)한국'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기업체는 1568개에 달한다.
현재 경기도를 규제하는 법령은 56개나 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공장 입지를 제한하는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 핵심 규제 법안이다. 두 법 모두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에 적용된다. 이들 법은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을 금지한다. 관광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제한하고 대학 신설·이전도 막고 있다. 주택 등의 신·증축을 금지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한강 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 건축물· 숙박시설 등을 금지하는 팔당특별대책지역 규제도 받는다.
중앙대 허재완(도시지역계획과) 교수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수도권·비수도권 사이에 공동 프로젝트 추진과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협약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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