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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집값에 잠못 드는 밤…해답은 여기에 있다

여행가/허기성 2008. 11. 24. 12:36

 

출렁이는 집값에 잠못 드는 밤…해답은 여기에 있다
'사느냐 파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남불패는 깨진 지 오래. 천당 밑에 있다던 분당은 어느덧 강북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지경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일확천금을 안겨줄 것 같았던 판교신도시는 주변집값 하락과 더불어 '빗나간 로또'가 돼 버렸다. 천덕꾸러기 같았던 강북 부동산 시장은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의 줄임말)'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올해 상승세를 주도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의 공식이 깨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던 집 넓혀가기의 꿈이 코 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는가 하면 노후를 책임져줄 것 같았던 강남재건축이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 집 사면 10년을 후회한다"는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IMF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지금이야말로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천우신조의 기회"라는 주장도 서서히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번뇌했던 햄릿처럼 '사느냐 파느냐'를 두고 주사위를 던질 때가 온 셈이다.

물론 정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위가 칠흑처럼 어두워져도 정답으로 이르는 실마리는 더듬어야 한다. 집은 인생 최대의 자산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주 다트머니는 ▦경기 용인시에서 2년 전 대출받아 집을 산 A씨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10년째 보유하고 있는 B씨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에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C씨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다섯 투자자의 고민을 모아봤다. 어쩌면 이들의 고민 속에 우리의 정답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마음도 갈대처럼 술렁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또 내리면 또 내리는 대로 잠 못 드는 밤은 깊어 가는 탓이다.

지금 내 집을 팔아야 할까 사야 할까. 사례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최소 1~2년간 집값 약세…손절매 고려해봐야

원리금상환 여력된다면 2010년까지 버텨볼만


#케이스1(경기 용인 직장인 A씨)=직장인 A(39)씨는 2006년 말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105㎡형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구입해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뤘다. 대출은 1억5,000만원. 현재 A씨가 소유한 아파트는 급매물 기준 3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당장 내년부터 원금 상환도 돌아와 속이 타 들어가는 형편이다.

◇대출금 납입 여력이 있는지 점검하라=버블세븐 중에서도 집값 대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던 곳인만큼 전문가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다만 용인 지역의 집값이 앞으로도 최소 1~2년 간 약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판교 입주가 곧 시작되는데다 광교ㆍ동탄 등 주변 2기 신도시 물량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용인의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주택을 통한 시세차익을 거두기는 어렵게 됐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하는 편이 낫겠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 역시 "전반적 경기 침체를 고려했을 때 처분 후 대출 상환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거래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상황을 관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리금 대출 여력이 된다면 당분간 '버티기 전략'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만일 지금 손절매한다면 고가 매입에 대한 손해를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며 "여력이 되는 한 보유하다가 2010년 상반기쯤 매각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지속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자신의 자산구조를 파악하고 재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규제완화 효과 나타나면 매도

집 줄인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케이스2(서울 강남 대치동 은퇴자 B씨)=몇 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B(63)씨는 요즘 신문만 보면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IMF즈음인 지난 1998년 은마아파트 112㎡형을 구입해 이 집만 있으면 노후 걱정은 없으리라 믿어 왔다. 하지만 한때 12억원까지 올랐던 이 집의 시세는 현재 9억원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종부세 완화로 숨통…재건축 규제 완화 효과 기다려볼 만=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의 규제가 줄줄이 풀린 만큼 규제완화의 효과를 기다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당장은 경기침체의 여파로 거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경기 회복세에 들어서면 집값이 반응을 보일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강남 재건축은 작은 시장의 반응에도 급격히 살아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며 "경기 회복세를 노려 시세차익을 남긴 후 이를 상가 등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투자방법"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이에 대해 "은퇴생활자의 경우 주택 매도 후 집을 줄여가며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정답"이라며 "다만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활성화 타이밍을 노리는 게 저가 매도를 피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강남북간 집값 격차 좁혀져 갈아타기엔 적기

물량쇼크 빚어진 강동·송파구 급매물에 관심을


#케이스3(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영업자 C씨)=식자재 납품업을 하는 C(43)씨는 신혼 때부터 노원구 상계주공 79㎡형에서 살아온 노원구 토박이다. 중학교에 진학한 큰아이를 생각해서 집을 넓혀가려고 하는데 올바른 선택일까?

◇갈아타기 적기…송파구 노려라=전문가들은 우선 지금이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강ㆍ남북 간 집값 격차가 많이 좁혀진데다 특히 중대형을 위주로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집을 넓혀가거나 강남으로 입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영호 소장은 "상계동 아파트는 올해 들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라며 "최근 이 지역 매도 호가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어 지금이 매도의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관망하다가는 더 낮은 가격에 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 역시 "상계동의 집을 팔기로 마음 먹었다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연말까지 집을 처분한 후 당분간 월세로 살며 송파구 소형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차장은 다만 "현 시점에서 고액 대출은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며 "1억원 정도의 대출로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면 강동ㆍ송파 물량쇼크가 빚어진 곳의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세연장후 판교입주 끝나는 내년하반기 매입 검토

대출규모 크지않다면 지금 급매물 접근도 괜찮아


#케이스4(경기 분당 직장인 D씨)=경기 분당 수내동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D(35)씨는 고민이 많다. 현재 2억5,000만원 하는 105㎡형 전세에 살고 있는데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같은 면적 기준 4억5,000만원이면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들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에 맞는 적정 대출 규모부터 산정하라=D씨의 경우 갈아타기의 방향은 맞지만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당장 내년 상반기 판교 입주를 목전에 두고 있어 집값이 한 번 더 출렁일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김용진 이사는 "판교 악재가 (분당 집값에)이미 반영돼 있지만 다시 하락할 수도 있을 걸로 보인다"며 "당분간 전세로 살다가 판교 입주가 끝난 내년 하반기를 노려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무릎'이 언제가 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또 D씨의 경우 추가 대출이 불가피한만큼 적정 대출 규모를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준석 신한은행 지점장은 "현 시점에서 적정 대출 규모는 집값의 30%선을 자기 소득의 3분의1 수준에서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급매물 위주로 매입에 나서는 것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집마련 서두르지 말고 청약통해 기회 잡도록

굳이 산다면 아파트보다 개발 호재많은 다세대로


#케이스5(경기 군포시 산본동 신혼부부 E씨)=2년 전 결혼한 E(29)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서두른 탓에 밑천이 부족해 1억5,000만원을 주고 경기 군포시에서 79㎡형 전세를 얻어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현재 E씨와 아내의 직장은 여의도에 있어 출퇴근 시간만 하루에 2시간 이상 소요된다. 또 내년에는 아이를 가질 계획도 세우고 있는 참이라 이 기회에 서울 입성을 노리고 있다.

◇당분간 보류하며 서울 다세대 물건 노려라=E씨의 경우 당분간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시장을 관망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서울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비강남권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올해 들어 상당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용진 이사는 "소형 아파트는 매수 적기라고 할만큼 눈에 띌만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E씨의 경우 상당한 대출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여 차라리 장기간을 노린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사장 역시 "아직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내년 상반기에 좀 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굳이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면 아파트에 집착하는 것보다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의 다세대 물건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실장은 "9호선 역세권 일대나 구로ㆍ금천ㆍ강서구 등 상대적 저평가 지역의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다면 향후 시세 차익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