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졸업 후 국책연구원에서 일하는 박모씨(37)는 당분간 '내집 욕심'을 접기로 했다. 결혼 뒤 3000만원짜리 단독주택 전셋집에서 출발해 5년여 만에 아파트 전세로 옮겨왔지만 아파트 구입은 '먼 나라' 얘기였다. 그는 "서울에서 20평형짜리 집을 장만하려면 3억원 정도는 있어야 된다"며 "대출도 생각해 봤지만 이자부담이 너무 커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배모씨(38)는 주택 마련 대출을 상담하다 내집 마련 계획을 포기했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갖가지 소득증빙 자료를 떼오라는 은행 요청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 상담을 하다보면 집은 '살기 위해서 있는 곳'이 아니라 '돈을 빌리려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예전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07년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거품이 꺼져가는 듯하던 집값은 세계적 금융위기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 완화로 다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 내집 마련의 꿈은 그만큼 멀어진 셈이다.
요즘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최고가를 경신하며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는 서울시의 동북권 르네상스 호재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급상승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인하보다는 공급 확대와 거래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민간택지 분야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고,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도 무용지물이 됐다.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도 해제했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서도 종합부동산세는 무력화됐고, 양도소득세는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미분양아파트가 증가하자 주택공사와 대한주택보증 등 공기업을 동원해 매입해주고 있다. 서민보다는 부자,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 총동원된 셈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서민에게 짐만 되고 있다. 서울 가재울뉴타운의 33평 빌라 소유주였던 박모씨(46)는 재개발 사업이 달갑지 않다.
조합과 건설사가 제시한 박씨 집의 가치는 1억6500만원. 그러나 박씨가 입주할 34평 아파트 가격은 4억원이 넘는다. 결국 2억3500만원의 추가 부담금이 필요하다. 그는 "집을 포기하면 남는 게 없어 입주 때까지 견딘 뒤 집을 팔아 전세라도 들어가야 할 형편"이라며 "재개발 전에는 이렇게 옹색하지 않았는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과도한 추가부담금 문제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은 없다. 정부는 오히려 신속한 재개발 사업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미한 변경사항'의 범위를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재개발이 건설사와 조합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재 채 20%가 안 되는 원주민 재정착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결혼 6년 만인 2005년 경기 용인에 집을 마련한 최모씨(39)는 최근 집을 팔았다. 올들어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월급이 30% 깎여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은 1억1000만원의 이자(월 52만원)를 부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PIR(연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7.7배로 미국의 2.7배, 일본의 5.7배에 비해 훨씬 높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10.5배나 된다. 10년6개월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소득보다 훨씬 높게 집값이 형성되어 있는 게 근본 문제"라며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집값이 올라가고, 이를 노린 투기가 있어야 성공하는 구조인만큼 집값 거품이 깨져야 서민들이 집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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