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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개발 순조롭나…기초공사 중에 층수 ‘급제동’

여행가/허기성 2010. 2. 6. 21:47

 

우여곡절 끝에 제2롯데월드 개발이 허용된 지 어느새 1년. 기자가 찾아간 잠실역 주변 제2롯데월드 현장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주소: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시공사: 롯데건설'이라 적힌 표지판만 즐비할 뿐 건물은 전혀 올라갈 움직임이 없다. 드넓은 부지엔 기초공사만 한창 진행 중이다. 건축 개요를 알리는 팻말에서도 '공사기간:1998년 6월 1일~'라는 숫자만 보일 뿐 완공시점은 흰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 사업은 과연 순조로울까. 제2롯데월드 개발 과정을 긴급 점검해봤다.

↑ 기초공사가 한창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모습.

서울시 '추가비용 부담하라' 재심의 결정

제2롯데월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지상 123층(555m) 높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전망대, 7성급 호텔, 레지던스, 사무실 등이 골고루 들어선다. 당초 초고층 빌딩 외관은
첨성대 모양으로 하려 했지만 곡선을 살린 원추형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한국 전통의 유려한 곡선미를 모티브로 해 21세기형 첨단건물로 형상화할 계획이다.

이렇듯 기본 틀은 잡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층수 논란이 대표적인 문제다. 제2롯데월드는 원래 112층이었지만 범죄 신고 번호를 연상시켜
랜드마크 상징숫자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 탓에 지난해 9월 123층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높이는 종전 555m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연면적은 기존 60만㎡에서 83만746㎡로 40% 이상 늘렸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갑작스런 설계 변경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가 설계 변경의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이다. 당초 제2롯데월드 건설비용은 1조7000억원 정도였지만 설계 과정에서 8000억원이나 늘었다. 롯데 측도 "여러 부담금을 상쇄하려면 개발 면적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시인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당초 112층인 층수 계획을 123층으로 올리려는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개발을 위한
교통영향 평가에 '재심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녹지면적 추가 확보 등을 조건으로 재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시 측은 "교통영향평가에서 제2롯데월드 주변 교통여건 계획이 미흡했고, 환경 부문에서는 녹지면적 추가 확보 등의 필요성이 제기돼 재심의가 결정됐다. 반려는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가 보완계획을 제출하면 즉시 재심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롯데 측은 당초 잠실역사거리 지하 버스환승센터와 광장 조성 등에 1700억원을 부담하기로 한 데 더해 탄천 동쪽 도로건설 비용까지 포함해 2100여억원을 내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역시 미흡하다고 보고 잠실대교 횡단 지하도로 건설을 위해 480억원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루 유동인구만 19만명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하 버스환승센터와 광장 조성비용 170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롯데 측 계획은 미흡하다. 그만큼 교통대책도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1월 중 건축허가를 얻어 2월 착공에 들어가려던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 요구 맞추면 문제없을 듯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은 어느덧 15년 이상을 끌어왔다. 롯데그룹이 88년 부지를 매입하고 94년 제2롯데월드 초고층 추진을 개시했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다. 96년 서울공항 비행안전과 관련해 공군의 고도제한 지적을 받은 뒤 2006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 지구단위계획구역상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초고층 건물 건축이 허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국방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존 건축심의가 반려됐다.

그러다 MB정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방부가 성남 공군기지(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정도 틀면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지난해 3월 전격 건립이 허용됐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롯데는 제2롯데월드의 용적률을 기존 400%에서 585%로 상향 조정하고 건물 층수도 112층을 123층으로 바꾼 건축허가 변경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층수와 연면적을 늘리려는 계획이 또 한 번 고비를 맞은 셈이다.

물론 롯데 측은 아직까지 여유롭다. 굳이 층수를 줄이지 않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서울시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면 사업추진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개발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건축물 높이나 설계 등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착공은 예정보다 늦은 올 상반기가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사업추진에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통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도 이 지역은 상습 정체지역이고 분당 등 주변지역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교통분기점이다. 인근 거여마천뉴타운,
위례신도시가 개발되면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잠실 재건축단지 입주에 위례신도시 건설까지 겹치면 하루 교통량은 64만대, 하루 유동인구는 185만명으로 교통량이 현재보다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제2롯데월드가 한 고비를 넘었다지만 추후 교통혼잡 문제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심할 경우 건물구조를 변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성남 시민들 반발도 무마시켜야 한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롯데그룹은 서울공항 관련 고도제한에 수혜를 보는 입장이다. 성남 수정구 등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침해를 입은 지역주민 불만을 해소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잠실 주공5단지 수혜 기대

일단 제2롯데월드가 본격 개발되면 잠실 일대 부동산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2롯데월드 내 유락시설 등이 적잖은 인구유입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인구만 늘어난다고 해서 주변 상가 투자가치가 높아진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주변 개발호재가 풍부하고 중산층 이상의 주거 중심지라는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또 제2롯데월드 주변으로 위례신도시, 문정법조타운, 가든파이브, 거여 마천 재정비촉진지구 등 개발호재가 풍부하다. 잠실주공5단지 77㎡는 지난해 12월 현재 실거래가가 한 달 전보다 5000만원가량 오른 12억원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잠실 5단지와 신천동 장미아파트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상반기까지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연말부터 재건축 기대감이 이미 시세에 반영됐고 6월 선거가 끝나면 출구전략 일환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대출이 많은 투자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태욱 위원은 "잠실5단지는 상업용도 전환 기대감 등으로 이미 호재가 시세에 반영돼 있다는 게 문제"라며 "주거시설의 경우 교통 혼잡도와 일조권, 조망권 문제가 생활 편의성보다 부각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이 아닌 수익형 부동산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2롯데월드가 개발되면 상권이 발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인근 기존 상가지역 발전 여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밝힌다.

또한 상암동, 용산, 성수, 송도 등지에도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선종필 사장은 "잠실 경쟁력이 높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여러 곳에서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때문에 단기간에 입주가 완료되기는 쉽진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공실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