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접어들어 2005년 전후만 해도 용인 등지의 90평형대 아파트는 인기였다. 1990년대에도 대형 아파트를 보유하려는 욕구들이 강했다. 분양을 위한 견본주택에는 초대형 주택 견본주택을 구경하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이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옛말대로 이런 경향은 결국 무너졌다. 경기침체와 실질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형 주택은 인기가 형편없어졌다. 돌아보면 미분양주택은 거의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들이다. 서울에서도 중소형이 대형 집값보다 비싼 사례가 발생할 정도다. 보유세는 물론이요, 관리비 부담이 크고 청소하기에도 벅차다는 이유가 작용한다.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인식의 변화도 크다.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과거와 다른 세태를 이렇게 설명한다. "방이 많은 대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출가한 아이들이 손주를 데리고 자주 놀러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독립한 아이들은 품안의 자식이 아니어서 자고 갈 생각이 별로 없다. 잠깐 들렀다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기위해 떠나는게 대부분이다."
사실 노부부가 큰 집을 갖고 있으면 사람 흔적 없는 썰렁한 방이 더욱 쓸쓸하게 할 수도 있다. 주변에 보면 출가한 아이들로 인해 큰 집이 부담돼 집을 내놓으려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근엔 외국인들도 대형주택 기피현상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성북동을 비롯해 대형 주택들이 즐비한 서울 중심부 지역에서다. 90평형대 주택들을 월세 1000만원 정도에 살던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월세가 200만~300만원정도 싸졌지만 외국인 감소추세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 외국인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로는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113만9000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1년이나 2년치에 해당하는 월세를 한꺼번에 미리 지급한 뒤 거주하며 주택 소유주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었다. 중개업소들은 이처럼 대형 주택 기피현상이 폭넓게 전파되면서 30억~40억원짜리 고가주택보다는 3억원 안팎의 중소형 주택 10채를 살 것을 권유한다. 매매수수료야 큰 차이는 없겠지만 거래시장 침체 속에 주택관리를 도맡아 일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런 경향을 읽고 소형주택 상품을 만들어내느라 바쁘다. 1~2인 가구를 비롯해 중소형이 잘 팔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도 소형에 맞는 특화설계 등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판단이 중요한 시대가 됐음을 공급자들이 실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건설업체 주택담당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인 가구가 더욱 늘어나고 주택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시 대형 주택 선호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주택 미분양이 쌓이면서 2년이상 중소형 위주의 공급시장이 형성돼 있어 대형 품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한 전문가는 "수요와 공급은 항상 시간차를 보인다"며 "금융위기 직전까지 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돼 수요를 초과한 공급이 이뤄져 지금까지 주택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이왕이면 큰 집이 살기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큰 집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최악이다. 건설업체는 물론 주택시장에 골칫덩이로 전락한 대형 주택의 운명이 내년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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