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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31 (화)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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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공공기관 이전]<상>공공기관을 잡아라 | |
이달 중순 공공기관 이전 지역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 지자체, 해당 공기업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표는 간 데 없고, 대형 기관 유치에 사활을 건 지자체 간 신경전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은 주민 의사를 앞세워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정부는 총 177개 기관을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12개 시·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최대 쟁점은 각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하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이른바 ‘빅3’의 배치지역 결정이다. 정부는 최근 한전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업무적 연관이 있는 2개 기관만 추가로 배치키로 하는 등 가열되는 유치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눈치 보는 정부=공공기관 이전 지역 발표가 가지는 폭발력 때문에 정부는 비밀 유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어느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내려갈지 결정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공공기관에 대한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부 기관의 특정지역 배치방안이 드러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의식해 정치권과 지자체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특히 한전 유치에 나섰던 지자체들이 정부의 ‘한전+2개 기관 배치’ 방침이 확정되면서 한전보다는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도로공사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이전 공공기관에 대해 아파트 특별분양, 공유지 무상제공, 임직원 부인 취업 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대구·경북 공공기관 유치추진위원회는 유치대상 기관은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 국회 건교위 등을 방문해 대형 기관 유치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전 유치에 배수진을 쳤던 광주·전남은 정부의 한전 배치방안이 확정되자 한전을 포기하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광주지역 여당 의원들은 대형 기관 유치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부산시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기관 유치 세미나를 열어 토지공사 등 대형 기관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북은 한전, 토지공사, 주택공사 중 1개를 유치하기 위해 연예인까지 동원해 유치대상 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못 간다고 버티는 공공기관=정부는 지난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건교·행자·산자부 등 관계부처 장관, 12개 시·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10개 항의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서 정부와 시·도는 공공기관 노조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하면서 국회에서 여야 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택과 자녀교육, 배우자 직장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로공사와 주택공사, 토지공사 노조 등이 참여하는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8일 서울 대학로에서 조합원과 가족 등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공공노동자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에서 공공노련은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기관 이전은 국론분열과 지역갈등 초래, 대국민 서비스 질 저하 등의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강제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한국전기안전공사 노사가 최근 정부산하기관 중 처음으로 본사의 지방이전을 위한 노사협약을 체결해 이 같은 분위기가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될지 관심이다. ◆배치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각 지자체가 대형 기관 유치에 목을 매는 가운데 정부는 이전대상 공공기관 배치계획을 숨긴 채 정치권의 합의도출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냉소적인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공공기관 이전에 계속 반대할 경우 이달 중순 정부와 여당만이 합의한 공공기관 배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방 배치 원칙을 시·도별 지역발전 정도를 고려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적 연계성 등을 감안하여 배치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도 내 입지는 새로 건설될 혁신도시 내 이전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의 특성과 이전기관의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는 개별이전을 허용키로 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지역은 지역별 산업기반과 파급효과 등을 심도있게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라며 “여야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정부와 여당만의 합의로 이전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갑수 기자 kks@segye.com 맞벌이부부·기혼여자직원 "혼자 가야하나” 걱정태산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가시화하면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맞벌이 부부’ 직원이나 기혼 여직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지방으로 옮겨가면 남편이나 부인과 떨어져 ‘주말부부’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여직원들은 남자 직원과 달리 가족과 함께 가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주택공사는 본사 직원 1410명 중 230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직원 비중이 높다. 여직원들은 본사가 지방으로 옮겨가더라도 순환근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지역본부에 배치되길 희망하고 있으나, 기혼 남성직원은 ‘역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혼인 석모(27·여)씨는 “수도권에 근무하도록 배려해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하지만 막상 지방으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본사 직원 340명 중 여직원이 133명에 이르는 관광공사도 여직원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 이들에게 따로 근무지를 배려해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토지공사도 3∼4년 전부터 여성 채용을 크게 늘려 현재 본사 829명 중 여성이 93명으로,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면 여직원들과 기혼남성들이 수도권 지역본부에 남으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 간 유치경쟁이 치열한 한국전력은 여직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본사 직원 1111명 중 73명뿐이지만 전체 3000여명 중 이런저런 사연으로 서울이나 인천, 경기지사에 꼭 근무해야 하는 남성들이 많아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거나 가까이에서 부모를 모셔야 하는 남성직원들도 지방이전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한 연구위원은 “노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에 자주 들르는데 지방으로 가면 그럴 수 없어 걱정”이라면서 “혼자 내려가서 생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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