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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값 폭등을 우려한다,

여행가/허기성 2005. 7. 16. 08:55
전세값 폭등을 우려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으로 최근에 집값이 다소 진정되고 있으나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만은 여전히 식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촉각은 온통 8월에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에 쏠려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집값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만 봐도 집값 문제는 국민의 큰 관심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투기적인 수요를 확실하게 억제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강력한 부동산관련 세금제도를 통해 투기이익을 환수하고, 여러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높은 세율의 종합부동산세를 메기겠다는 것입니다. 양질의 주택을 더 공급하기 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실수요보다는 투기적인 수요에 의해서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매매값만 올랐을 뿐 전세값은 오르지 않았다”는 것과 “강남지역에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에 공급부족이 강남지역 집값을 오르게 한 이유가 아니다”는 것입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매우 놀랍니다. “꼭같은 사실을 두고서도 어쩌면 이토록 다르게 해석할 수 있나”하고 말입니다.

‘매매값만 오르고 전세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책당국자는 당연히 ‘전세값마저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다수 서민들의 주거 형태인 전세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세금 상승은 정책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매매값 상승은 ‘향후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시장에서 선취매가 붙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전세금은 실제로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들만 해당되기 때문에 모두 실수요자들입니다. 따라서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더라도, 즉 나중에는 주택공급이 모자라 전세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집값이 오르더라도, 지금의 전세금은 전혀 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정책 담당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집값 상승이 전세값 상승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결정하겠습니다.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전세값 만큼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주택을 매입(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투기꾼이라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한 세대가 한 주택만 차지하기 때문에(즉 임대형태이더라도 주택이 한 가구씩 돌아가기 때문에)주택공급을 늘리면 분명히 전세값은 안정됩니다. 전세값이 계속 안정되면 집값도 안정되겠지요.

그런데 정부는 “매매값만 올랐을 뿐 전세값은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주택공급 확대론에 반대하는 근거자료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투기적인 주택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일 뿐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값이 올라야만 그때 가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입니까. 집없는 서민들이 오른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작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가는 안타까운 상황에 다다라서야만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주택은 짓는 데에만 2-3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전세값이 오르는 것은 세금으로 막을 겁니까.”

“강남지역에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에 공급부족이 강남지역 집값을 오르게 한 이유가 아니다”는 건교부 담당국장의 얘기는 정말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공급부족이냐 공급초과냐 하는 문제는 수요량과 비교한 것이지, 공급량의 숫자나 증가추세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핸드폰이 나온 첫해에 10만대가 시장에 공급되고 그 다음해에 12만대, 그 다음해에 15만대가 공급됐다고 가정합시다. 매년 공급이 20%이상 늘어났기 때문에 공급이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요가 첫해에는 10만대, 다음해에는 50만대, 그 다음해에는 1백만대로 늘어난다면 엄청난 공급부족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공급이 꾸준히 증가해왔기 때문에 시장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공무원은 없을텐데, 이상하게도 부동산 문제만 나오면 정책당국자들이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맙니다. 누군가가 공무원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것일까요.

주택공급 확대론을 심정적으로 거부하는 정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주택공급을 늘릴 경우 당장 건설업체들이 이익을 보게 되고, 양질의 주택을 늘리더라도 서민들이 매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인기있는 정책이 될 수 없습니다. 또 주택공급 확대가 투기꾼들의 밥상만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짒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값 안정’입니다. 예컨대 최고급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칩시다. 기존의 상위급 주택에서 살던 사람이 새로 지어진 최고급 주택에 이사오고, 그가 비운 상위급 주택에는 차상위급 주택에 살던 사람이 들어오고, 그가 비운 집에는 차차상위급 주택에 살던 사람이 들어오는 식으로 해서 국민 전체가 예전보다 좋은 주택에서 살 수 있습니다. 매매주택이든 임대주택이든 관계없이 주택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값도 안정되겠지요.

겉으로는 부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예컨대 고급주택 공급확대)이 사실은 모든 국민에게 이로울 수 있습니다.만약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0평대의 주택만 공급한다면 당장 서민들이 들어갈 주택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국민의 평균 주거면적은 줄어들고, 나중에는 공급이 늘어난 서민주택 가격만 하락하게 됩니다.

주택거래를 마비시킬 정도로 과도한 세금정책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에는 대찬성입니다. 그러나 공급확대를 병행하지 않는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에는 반대합니다. 실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가 최근의 집값 상승을 막지는 못했더라도 전세값 만큼은 확실히 잡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2-3년뒤 전세값마저 폭등시킬 것 같아서 정말로 걱정입니다.

현승윤 < 경제교육연구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