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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정부"나는 투기꾼"

여행가/허기성 2005. 7. 26. 14:26
[전국은 땅투기장(하)] '뛰는 정부' 위에 '나는 투기꾼'
"판교 땅, 시동생 명의는 어떠세요?"
가족간 명의신탁·무상증여 등 갖가지 편법 성행

[조선일보]
지난 2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읍. ‘원주민 부동산입니다’란 간판을 내건 A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에서 땅 좀 보러 왔다.”
“싼 물건이 있다. 무안읍 교촌리의 600여평짜리 농지다. 시세는 평당 15만원쯤 하는데, 평당 8만원에 작업을 해 보겠다.”(김모 사장)
“주소지가 서울인데….”
“걱정 묶어두라. 다 방법이 있다. 내가 해결해 준다”(김모 사장)
해당 농지의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에는 ‘농업보호구역’, ‘토지거래허가구역’ 글씨가 푸른색으로 또렷이 적혀 있다. 외지인의 토지매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계속 따져 물으니 김모 사장은 해결책을 내놨다. “가압류 걸어서 나중에 경매 처분하면 된다.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무안. 경기도에서 2주일 전에 내려왔다는 ‘떴다방’ 박모씨는 “땅만 사겠다면 허가는 어떻게든 다 받아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정부의 땅 투기 대책에 구멍이 ‘뻥’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구멍 뚫린 투기대책=정부는 투기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토지투기지역 등 이중의 규제를 채워놓았다. 전 국토의 20%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법의 취지대로라면 외지인은 농지·임야를 거의 살 수가 없다. 게다가 수도권은 90% 이상이 허가구역이다. 정부는 전국 234개 시·군·구의 27%인 63곳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투기지역에서는 양도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매기고 있다. 이 경우 세금이 최소 2~3배씩 늘어난다.

현실은 ‘뛰는 정부’ 위에 ‘나는 투기꾼’들이다. 법 무서워 사고 싶은 땅을 못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기 평촌의 김모(50) 주부는 작년 초 허가구역인 경기 화성시의 밭 500평을 평당 100만원씩 5억원에 샀다. 거래허가를 못 받아 명의는 넘겨받지 못했지만 소유권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5억짜리 땅에 근저당 10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의 허점 교묘히 악용=편법, 불법 사례는 일일히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강모(42)씨도 이달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판교의 중개업자로부터 “(강씨) 시동생이 분당에 사니 시동생 이름으로 판교 주변 땅을 사두면 어떻겠느냐”는 것. 허가구역이라도 반경 20㎞ 이내의 통작(通作)거리에 살고 있다면 농지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 시동생 명의를 빌리는 ‘가족 간 명의신탁’이 성행하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자들은 전하고 있다.

법원 판결을 통해 허가구역 땅 명의를 합법적으로 이전받는 수도 있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 박모씨. 재작년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땅 2000평을 지인 5명과 샀지만 명의(名義)는 전(前)주인 이모씨 그대로였다. 하지만 작년 박씨 등이 ‘명의 이전’ 소송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땅주인은 박모씨와 5명’이라는 최종판결을 받아냈다. 법정에서 전 주인 이모씨가 ‘땅을 박씨 등에 팔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박씨 등은 법원 판결문을 등기소에 제시하며 자신들의 이름으로 등기할 수 있었다.

충남 보령시 C공인중개사 김모 대표는 “일단 가압류를 걸어놓고, 주소지를 옮겨 6개월 거주요건을 갖춘 뒤 정식 계약을 맺는 방식도 자주 쓴다”고 말했다. 이른바 ‘위장 전입’이다. 농지취득자격증명원과 영농계획서 등은 중개업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주고 있다.
이 밖에 ▲무상 증여 ▲거짓 개발행위 허가 ▲가압류 설정 후 경매 처분 등 수법도 다양하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최근엔 무상 증여 방식이 많다”면서 “증여세만 내면 거래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거래허가제도가 엄격해지면서 신종 수법도 생겼다. 경기도 평택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예 건축허가를 받아두면 뒤탈이 없다”면서 “전원주택이나 공장을 짓겠다고 인·허가를 받아 땅을 사고, 실제로는 착공을 하지 않고 미루다가 땅값이 오르면 팔아 넘기는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줄줄이 새나가는 세금=투기지역에서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는 투기꾼들은 거의 없다. 지난 3월 말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원주에서 요즘 땅거래시 속칭 ‘다운계약서’ 작성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주 E공인 관계자는 “실거래가의 70%선에서 계약서를 쓰는 게 관례화돼 있다”고 전했다.


농민을 위해 쓰여야 할 농협 돈까지 투기 자금으로 악용되고 있다. 땅값이 오른 2003년과 2004년 농협의 담보대출액수는 각각 18%, 22%가 증가했다. 공주·연기·아산·천안 등 행정도시 예정지가 들어설 충남권은 지난해 담보대출이 47%나 급증하며 1조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농협 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토지가 수용되는 주민들이 순수하게 대토(代土) 자금을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투기성 자금 대출도 상당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