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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택경기도 과열 양상이 진정되면서 안정되고 있다는 인식이 근래에 확산돼 왔다. 집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둔화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주택착공과 건설허가 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신규주택 판매호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11월 주택착공과 건설허가도 양호한 증 가세를 보임에 따라 주택경기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미국 주택가격을 보면 그 동안의 급등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미국 연방주 택기업감독청(OFHEO)은 2005년 3분기 미국의 주택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11.8% 상승 해 2분기 13.4%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전분기대비로도 3.3% 상승에 그쳐 20 04년 3분기 상승률 4.8%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주택경기 관련지표들은 그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10월 주택착공과 건축허가 호수는 시장전망을 밑도는 부진 한 실적이 발표됐으나, 11월 주택착공은 지난 4월 이후 최대의 증가율을 보였고, 건축허가도 시장전망치를 넘어서는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주택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호조여서 시장은 그 의미를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12월 지표들이 다시 급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향후 주택경기 향방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신규주택 판매도 마찬가지다. 10월 신규주택 판매호수는 월간 상승률로 지난 12년 간 최고치를 기록하며 월간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11월 지표가 급락함으 로써 주택경기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조정 후 다시 강세된다’ 전망도■
미국 주택경기에 대한 시각은 둔화론이 우세해 보인다. 최근 연준의 베이지북(미국 의 경제동향보고서)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물가압력을 보고하면서 주택경기는 여 전히 호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지역들은 주택시장 활동이 둔화되거나 냉각 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 지난해 말 벤 버냉키 연준의장(당시 내정자)은 상원의원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 을 통해 미국 경제성장에 있어 최대 위협은 에너지와 주택시장이라고 밝혔다. 버냉 키는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 확실하다며 주택경기 조정이 지나치게 급격하지만 않다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 예상대로 내년도 주택가격 상승세는 완만 하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실질GDP 성 장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특히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 부정적일 경우 그 충격 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주택경기는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고 있으며 다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택경기 조정론도 여전히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은 조정을 거친 후 강세 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부진한 주택경기지표들은 계절조정된 것이기는 하나 추수감사절과 크 리스마스 연휴에 이르는 기간에 산출된 것이라 유용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주택경기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주택구매용 모기지 신청이 최근 들어 감소 하고는 있지만, 지난 2003년 중반과 2004년 말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모기지 대출이 단시간 내에 회복된 경험에 비춰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될 경우 주택시장은 다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주택경기 둔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주택가격 거품이 우려되는 영국은 저금리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03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2004년 중반 연 20% 이상 치솟던 주택가격을 지난 1년간 2.4%로 상 승세를 둔화시켰다. 또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권 국가의 주택가 격 상승률도 낮아지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경우 급하게 올랐던 주택가격이 지난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도쿄 중심부 상승세■
유럽의 이러한 주요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에도 부정적 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주택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위한 대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지출에 미친 효과가 미국보다 작으나 심리적 자산효과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 냉각으로 프랑스 소비심리는 지난해부터 악화되기 시작했고, 스페인은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한 투기 매수세가 사라질 경우 나타날 부동산시장 위축과 이에 따른 소비의 급격한 둔화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는 호주는 2004년부터 가격상승에 제동 이 걸리기 시작했으며, 주택가격 하락세는 최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시드니를 벗어나 전국 각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2005년 들어 지난 9월까지 전국의 주택가격 은 평균 1% 상승에 그쳐, 실질가격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4년에 걸친 집값 하락이 이제 바닥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 가격 평균은 여전히 1991년 고점의 60% 수준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도쿄 중심부의 주택가격은 상승세로 반전됐다.
지난 12월 10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분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주택가격 상승 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호주와 영국은 물론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뉴질 랜드와 미국의 주택가격은 이미 적정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주요국들의 집값 거품은 금리상승에 취약한 구조로 낮은 수준의 변동금리 모기지가 적용되고 있는 아일랜드나 스페인과 같은 유럽권 국가들에서 거품붕괴 위 험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경험적으로 일본의 예는 실제가치와 유리된 주택가격의 거품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실질가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 역시 거품붕괴 못지않게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안정은 언제나 중요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조점호 주택금융공사 조사부 과장]